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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은 선진화가 뭔지 잘 몰라"

입력 2006-02-16 09:12 수정 2009-05-18 15:16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교수가 참여정부 3년에 대해 “일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일하는 ‘법’은 몰랐던 시절”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노무현 정부 3년 평가와 과제’ 정책토론회에 기조발표자로 참석했다.

그는 ‘일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일하는 ‘법’을 몰랐던 3년’이라는 기조발표문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도력을 “불임(不姙)의 지도력이자 생명력만 왕성했지 맺는 열매는 거의 없는 잡초같은 야성의 정치력”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참여정부가 일하고 싶어하고, 실적을 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건 분명하다. 정작 문제는 일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데 있다”며 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이 ‘국정 홍보가 덜된 탓에 실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유감”이라며 “홍보가 덜되어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게 아니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실적을 내도록 노력하면 될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 정부 국정운영 미숙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비밀문건이 통째로 유출된 사건을 들며 “비밀문건은 유출이 되고 세금이나 부동산 문제 등 국민의 재산 소득에 관한 정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뒤집어지니 국민의 혼란과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화투쟁만 한 386, 선진화는 잘 몰라"

그는 특히 “참여정부의 386 세대들은 과거 민주화 투쟁만 했지 산업화나 선진화를 위해 정열을 불태우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선진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 주도의 과거사 청산에 대해서는 “과거에 집착하다보면 ‘역사와의 대화’는 이루어질지 모르나 ‘미래와의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며 “과거사 청산 때문에 ‘개혁 피로증’에 비견되는 ‘과거사 피로증’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서 과거사 청산을 주도해도 잘 할 수 있다며 “과거를 보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만을 본다면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었다.

박 교수는 현 정부를 ‘투덜이 정부’라며 집권 초부터 보여온 일부 언론에 대한 적개심을 꼬집었다. 그는 “왜 한줌도 안되는 보수논객들의 비판 때문에 참여정부가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느냐”며 “권력 비판이나 쓴 소리에 대해 지나치게 괴로워하거나 설욕을 다짐하는 것은 포용력이 부족한 정부의 절박감을 반영할지는 모르나 민주 정부의 품위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논객들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직언을 해야 하기에 여러번 노심초사하고, 때로는 불이익까지 각오하며 말을 하고 있다며 “이런 직언을 했을 때 참여정부가 고마워하며 받아들인 경우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박 교수는 “참여정부는 불평과 분노만 할 뿐 자신의 정책적 실패나 판단 실패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유달리 강했다”며 “노 대통령이 강남 집값 잡기에 나서겠다는 말은 지난 3년 동안 수도없이 했으나 강남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한 참여정부, 국민 대리자 될 수 없다"

그는 또 “참여정부의 가장 커다란 실책은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통합의 정치’보다 ‘위정척사의 정치를 하려 했다는 점”이라며 “국민들을 자신들의 비전대로 끌고 가려고 했고 자신들의 피리소리에 국민들이 춤을 추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하며 불평했다”고 비판했다. 또 무엇이든지 국민들에게 가르치려는 경향이 강했던 것을 지적하며 “국민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하는 정부가 어떻게 국민의 대리자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참여정부가 추진한 국정 어젠다 가운데 실용주의가 결여된 ‘이념형 거대 담론’이 많았다며 그 예로 ▲역사바로세우기 ▲친일잔재청산 ▲사회주류세력바꾸기 등을 꼽았다.

‘정치와 북한’ 부분의 주제발표를 맡은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참여정부가 미국과 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세력과의 관계에서 ‘탈 해양 근 대륙’ 정책을 펼침으로서 전통적인 미일간의 우호동맹 관계는 약화되고 친북친중적 분위기가 고조됐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중국과는 경제·문화 동맹은 가능할지 몰라도 가치·안보 동맹은 가능하지 않다며 중국은 미국의 대체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가 섣부른 자주를 고집해 외교 안보정책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며 “이같은 지정학적 포지셔닝의 오류는 자학적 역사인식과 맞물려 국가정체성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고 지적했다. 

"동북아 균형자, 자임한다고 될 일이냐"

그는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동북아 균형자는 자임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은 뒤 “한미동맹이 이완·표류하고 한일관계가 냉각된 상태에서 이런 구상을 제기했기 때문에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어느 쪽으로부터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북관계에 대해서는 “김정일이 쳐놓은 ‘우리민족끼리’의 덫에 걸려버렸다”며 “노 정부는 미국의 ‘선제 대북공격 계획’을 무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 등 자신들만의 허구적인 관념세계 속에서 외교를 추진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 핵 문제의 해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노 정부의 민족공조는 수령 독재와의 사이비 공조”라고 단언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소수파 내지 비주류 의식에 사로잡힌 최초의 집권세력”이라며 “노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판흔들기’,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 예로 노 대통령의 재신임투표 발언, 대선자금 1/10 발언, 대연정 제안등을 들었다.

‘정치 과잉, 이념편향, 안일한 문제 인식이 초래한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주제발표를 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참여정부는 북핵, 이라크전, 고유가등의 해외충격 때문에 저성장이 진행된다고 하지만 3년간 지속된 세계 경제의 호황과 중국 특수는 오히려 해외호재였다”고 단언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지난 3년간의 저성장에 대해 '인위적인 경기 부양 대신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지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자기위안적인 생각에 빠져있다며 “그러나 바로 저성장이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성장잠재력을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남승희 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는 ‘전교조에 휘둘리고 대입제도 혼란에 빠진 참여정부 3년의 교육정책’이라는 발제에서 “개정사학법이 통과된 것은 전교조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그나마 다행인 건 국민적 지지를 업고 부적격 교사 퇴출제 도입과 교원평가제 시범 실시를 추진한 정도”라고 평가했다. 

남 대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개정사학법에 대해 “아직도 사학비리에 관한 제보나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교조가 주장하는 내용 대부분을 수용한 사학법이 개정된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중 ▲평등 교육과 수월성 교육의 불균형 ▲미흡한 고교평준화 보완 대책 ▲획일화·타율화가 강조되는 대학입시제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남 대표는 “참여정부의 교육 정책은 평등 교육 이념을 바탕에 깔고 있다”며 “교육정책의 핵심을 빗겨가면서 개정 사학법이나 대학입시제도를 틀어쥐고 정부의 권한을 확대해 획일적 평등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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