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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투쟁론’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마음을 얻은 이재오 원내대표가 국회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원내대표는 26일 초·중·고교와 대학 분리를 골자로 한 사학법 재개정 초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에서 사학단체들과 면담을 갖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본격적인 대여협상에 나설 채비를 갖추는 모습이다.
이번 면담자리는 사학단체를 든든한 우군으로 두고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여당 압박 작전에 나서겠다는 전략적인 측면과 동시에 대여협상으로 국회에 등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사학법 때문에 국회 전체 문 닫고 있을 형편 못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면담 자리에서 “사학법 재개정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사학법 때문에 국회 전체의 문을 닫고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할 형편은 못된다. 윤상림게이트 등 현 정부의 총체적 부패 사건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국회 등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사학법 문제를 제일 먼저 마무리 짓고 나서 국회를 정상화 시키겠다”며 ‘선(先) 사학법 재개정, 후(後) 등원’ 원칙을 분명히 하고 사학들이 투쟁의지를 꺾지 않도록 독려했다.
그는 “불교·천주계 사학들은 이미 사학법 투쟁에서 한발 빼고 사학법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며 “국민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정당이므로 사학들이 재개정 움직임에 미온적으로 나오는데 우리만 나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독교는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자율사학을 지키겠다는 노력을 꾸준히 해달라”며 “감사원의 사학 감사로 결국 사학이 정부안을 수용해 버리면 한나라당이 사학법 무효투쟁의 명분을 잃어버린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사학비리를 계속 터뜨리고 여론몰이를 할 것이다”며 “사학을 관치에서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반대할 때 재개정 의지가 살아날 수 있다”고 독려했다. 그는 “정부가 사학을 손아귀에 넣는 것은 반드시 막겠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또한 “사학에 정부가 관선이사를 넣어 접수한 뒤 이념 교육을 시키려 한다는 말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본말이 전도돼 한나라당이 이념공세, 색깔론으로 사학비리를 옹호한다고 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박근혜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의 역사를 부끄럽게 가르치고 철 지난 이념을 가르치고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 정권의 사학법 개정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조용기 “한나라당, 비리사학 두둔 정당으로 몰리까봐 벌벌 떨고 있다”
한편 이날 사학단체 면담에는 조용기 한국사학법인연합회장, 김하주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장, 홍성대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명예회장, 이좌영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학법 문제로 국회 파행이 지속되는 데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만 어떤 경우에도 한나라당은 기본적인 원칙은 지켜야 한다”며 “우리는 사학법 재개정안이 형편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색칠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드러내며 쓴소리를 했다. “정부·여당이 처음에는 10여개의 학교를 도둑으로 슬슬 몰아붙이더니 이제는 사학 전체를 도둑으로 몰았고 그 후 내민 것이 사학법”이라며 “이런 상황까지 오는 데 한나라당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들은 사학을 부정비리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고, 정부는 사학을 때려잡기 위해 계엄령을 내리더니 감사원을 동원해 감사까지 한다”며 “이런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은 부당하다는 말 한마디 안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사학 감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 '비리사학 두둔 정당'으로 몰릴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서는 야당이 나서서 막고 항의해야지 근처에 가는 것 자체를 벌벌 떠는 것은 문제 있다”고 질타했다.
사학단체들은 내달 2일 선진화된 미래사학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11일에는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사학법 재개정 촉구 국민대회’를 서울시청 앞에서 열어 정부·여당을 압박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