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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신년연설 이후 연설 내용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노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에서 최대 계파 1,2위를 형성하고 있는 정동영·김근태 두 진영도 향후 정치권의 새판짜기 가능성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년 연설이 사회양극화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식을 촉구하는 원론적인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대안 제시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의지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것은 분명한 데다가 당장 이들 앞에는 당권장악이라는 한판 승부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차기 대선으로 가는 길목인 올해에 이미 ‘1·2 개각’ 파동과 이에 따른 노 대통령의 ‘탈당 검토’ 발언 등이 터져 나온 것을 보면 신년연설과 이에 이은 25일 내·외신 기자 신년회견, 내달 25일 취임기념 기자회견 등을 통해 노 대통령의 의중이 구체화되고 이것이 결국 ‘정치권 새판짜기’의 동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열린당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신년연설에 담긴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차후 논의가 진행돼 가는 과정에서 조세부담률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조세개혁 문제가 직접적으로 제시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조세부담률을 대폭 상향조정하는 조세개혁의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과의 마찰이 불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노 대통령의 열린당 ‘탈당’ 카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이미 노 대통령이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등의 의중을 내비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사회 양극화 해소를 빌미로 한 ‘탈당’은 결국 ‘정치권의 새판짜기’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받던 정·김씨의 차기 대선 구도의 행보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당장 당권장악이라는 목표를 놓고 양측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자칫 극단적으로는 ‘정치권 새판짜기’의 희생양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들이 ‘1·2 개각’ 파동 등에 따른 당청관계와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 ‘당청은 공동운명체’ 등을 언급하면서 대통령과의 원활한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노심(盧心)’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대연정 제안이 열린당에 상처와 부담만 주고 끝났다”고 했으며 이에 앞서 인터넷언론포럼에서도 “적절치 못한 시점에 잘못 제기된 의제였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해서도 “언론이 자발적으로 변해야 최선이지, 언론을 끌고 가겠다는 표현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면서 노 대통령과 일정부분 선을 그었다.
김근태 의원도 최근 ‘1·2 개각’ 파동으로 불거진 초·재선 의원들의 당청 관계 재정립 요구에 대해 “전적으로 그 취지에 동의한다”고 공감을 표시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해 4․2 전당대회 때만하더라도 상당수 의장 출마 후보자가 ‘노심(盧心)’을 등에 업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노력했던 점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이런 상황이라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뭔가 한번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이 그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의 ‘탈당’과 고 전 총리의 행보 등이 맞물리면 정치권의 새판짜기 동인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조세개혁의 혜택은 결국 중산·서민층에게 돌아가는 만큼, 전통적인 지지세력을 재결집하는 효과와 함께 정치권 새판짜기의 키를 잡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레임덕’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수 있지 않겠느냐는 당 안팎의 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