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에겐 구태 정치의 벽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음의 에너지가 있습니다. 옳은 것을 옳고 틀린 것은 분명하게 ‘NO'라고 주장할 패기가 있습니다”

    정동영 전 장관에 이어 김영춘 의원이 12일 ‘신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면서 내달 18일 치러질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당의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당의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유권자의 70%가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고 이들은 이미 사회의 중심”이라며 “이들의 실존적 고민을 정치의 현장으로, 우리당의 중심으로 끌어 오겠다”면서 출마의 변을 밝혔다.

    “40의 젊음과 패기를 무기로, 당의 운명을 결정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마냥 뒤에서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는 김 의원은  “현재 우리당은 백년정당이냐 4년짜리 정당이냐 하는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는) 개혁노선이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했고 포용과 통합의 노력이 부족했던 결과”라면서 자기반성을 시작으로 운을 뗀 뒤 당 중심의 국정운영과 당 조직노선의 전반적인 쇄신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정운영에서 당과 청은 공동 운명체가 되지 못했다. 국정을 위한 의제 설정에서 당은 주도성을 발휘하지 못했고 연정론이 불거지고 ‘한나라당과 별 차이가 없다’는 뼈아픈 자기부정에도 당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리고 개각파동이 있었다”면서 현재 위기의 탈출구로 당이 주도하는 국정운영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당의 확고한 자주성이 강조돼야 하고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는 순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특히 논란이 돼 온 기간당원제를 위시한 현재의 당의 조직노선에 대해서도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의 기간당원제는 원래의 취지가 올바름에도 불구하고 창당과 탄핵의 어려운 시기를 거쳐온 초기의 헌신적 당원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이 오염돼 있다”면서 “하루 아침에 급격한 변화를 추구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기간당원의 자격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미래의 꿈과 비전에 대한 제시 없는 줄세우기 전당대회로 우리 당은 회생할 수 없다”면서 “오로지 당과 나라를 바로 세울 비전으로 승부하며 무계파로서 구당파의 입장에서 끝까지 뛰겠다”면서 나름의 비장한 의지를 내보였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우리는 집단적 반성을 전제로 우선 내부의 분열을 치유하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에 대한 무한 책임감으로 단결해야 한다”면서 당 내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당 내부의 통합 이후에는 민주개혁세력의 통합 필연성을 역설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모든 민주개혁세력이 비판과 협력의 양 날개로 함께 연대해야 한다”며 “지금 사립학교법에 대한 수구세력의 극렬한 저항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직도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민주개혁세력의 힘은 분열돼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계속해서 “(민주개혁세력과의)연대의 촉구가 졸렬한 나눠먹기식 합당의 주창으로 오해돼서는 안 된다”면서 “합당에의 애걸은 우리 스스로 자신의 태생을 부정하는 행위이고 그렇게 합당을 외치는 우리 당을 국민들은 외면할 것”이라면서 당내 일부 세력을 의식했다. 김 의원은 “우리 스스로 당의 중심을 확고히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그런 연후에 민주개혁세력의 대동단결에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언제라도 우리는 비굴하지 않고 당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개각’에 유감을 표명하며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던 당내 초·재선 서명파의 축이었던 김 의원은 전날 당 지도부의 청와대 만찬과 관련해서도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가야할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면서 “대통령께서 (당내 초․재선 의원들의) 충정을 잘 아실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가벼히 탈당을 한다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지난 ‘1·2개각’ 직후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던 모습에서는 한발 누그러졌다.

    김 의원은 또 이번 전당대회와 관련, “당내 젊은 의원들이 당 위기 해법에 대한 정면제기를 통해 당원들의 위기의식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역전의 드라마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저를 비롯해 젊은 후보들이 얼마만큼 치열하고 절실한 목소리로 당이 나아가야할 길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에는 정동영·김근태 두 전직 장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이번 전대는 우리 당의 잠재력과 풍부한 인적자원을 보고 확인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전대에서는 전혀 예상치 않은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서 국민들에게 멋진 한편의 드라마로 인식되는 큰 역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의원의 당의장 출마 기자회견장에는 당내 40대 그룹의 대표적인 인물인 송영길 우상호 김형주 의원 등이 참석했지만, 전날 정동영 전 장관만큼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