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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사립학교법 무효화’를 외치며 거리에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1일 수원집회에서도 강경일변도를 유지한 채 노무현 정권을 응징하자고 주장했다.
장외집회가 진행될수록 강경해지는 박 대표의 의지는 최근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국회등원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 대표가 사학법 투쟁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이날 집회 역시 큰 호응을 얻어 12일 의원총회에서 등원론이 힘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 앞에서 열린 장외 집회에는 3000여명의 시민과 75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석해 ‘사학법 무효’를 외쳤다. 지난해에 마지막을 장식했던 대전 집회에 비하면 적은 인원이긴 하나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호응은 뜨거워 ‘개정 사학법’에 대한 국민들의 식지 않는 열기를 느끼게 했다.
또한 지난해 장외집회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수의 의원이 참석해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사학법에 대한 당론이 변함없음을 보여줬다. 이날 집회에는 손학규 경기도 지사를 비롯해 12일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이재오 김무성 의원, 소장파인 남경필, 김명주, 정문헌 의원 등 대전 집회보다도 10여명이 더 참석해 사학법 장외집회를 고수하는 박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마지막에 연단에 오른 박 대표는 장기화되고 있는 장외집회로 인해 감기에 걸려 얼굴은 수척해 보였고 목소리는 잠겨있었으나 표정만은 밝았다. 박 대표는 이날 현 정권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비난했다.
박근혜 ‘사학법 재개정’ 재차 요구 “올 한해도 정신 바짝 차려야”
박 대표는 “이렇게 지속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시민들이 있기에 마음은 든든하다”고 운을 뗀 뒤 “2006년 정초부터 노 정부의 개각과 인권위원회의 발표를 보니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박 대표는 “한달 전에 이 정권은 모든 민생 법안을 제쳐두고 사학법을 날치기 처리한 후 사학을 전교조의 전위부대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사학법이 사학비리를 막기 위한 법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날치기 한 사학법 때문에 우리 교육현장이 크게 혼란을 겪고 있는데 이 정권은 반성은커녕 헌법질서 수호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한다”며 “이 정권이 언제부터 헌법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느냐”고 비꼬았다.
박대표는 여당이 사학의 비리척결을 주장하며 개정사학법의 당위성을 주장한 데 대해 “비리 척결에는 우리 한나라당 안이 더욱 단호하다”며 “진정 비리사학을 없앨려고 한다면 한나라당과 함께 사학법을 재개정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사학법인들에 공갈협박을 하고 무법 감사도 선별적으로 하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여갔다.
“부패 정권에 개방형 이사 대거 파견해야"
박 대표는 “이 정권은 입만 열면 비리척결과 정치 개혁을 한다고 한다”며 최근 한 지역의 노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집단 가입돼 당비가 빠져나갔던 사건을 언급한 뒤 “언제는 어르신들에게 투표도 하지 말라고 하더니 이제는 어르신들 돈까지 뺏아간다”고 일갈했다.
박 대표는 “부패한 이 정권이야 말로 개방형 이사를 대거 파견해야 한다. 청와대부터 국민들에게 감사를 받아야 한다. 사학법은 사학법 하나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더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노 정권 심판론’까지 꺼내 들었다. 사학법 무효투쟁을 노 정권 퇴진운동까지 이어갈 기세다. 박 대표는 “현 정권은 계획적으로 대한민국을 흔들고 파괴해 왔으며 정권연장을 위해 나라를 완전히 분열시켰다”며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고 비판 언론을 죽이는 데 혈안이 된 이 정권이 이제는 아이들 교육마저 자기들의 정권연장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정권은 안된다”고 강경하게 발언했다.
“현 정권 경제문제는 뒷전 3년 내내 정치놀음만 즐겨”
박 대표는 “이 정권이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면서 이렇게 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것”이라고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경제문제를 거론하며 “그러나 이 정권은 국민들 생활에는 안중에도 없다”고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30년 만에 대 호황인데 우리나라는 중산층은 서민층으로 내려앉고, 서민들은 빈곤층으로 주저앉고, 빈곤층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중산층 살리자고 그렇게 호소했지만 ‘연정하자, 선거법 고치자’는 등 3년 내내 정치놀음만 즐겨왔던 것”이라고 조목 조목 지적했다.
그는 “이 정권이야 말로 역사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노 정권은 작년에 경제와 외교도 망치고 사회는 극도로 분열시키고 국민들에게는 고통을 주고 나라를 황폐화 시켰는데 올해의 성과는 나라를 더 망가뜨리고 국보법을 날치기 처리하는 것이냐, 기가 막힌다”며 “이 정권의 평가란 결국 나라를 망치고 국민들을 수렁에 빠뜨리는 정권이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박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이 정권이 나라 망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다.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하냐”며 “온 국민이 불같이 일어나서 노 정권을 응징하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 애국심으로 다 같이 불같이 들고 일어나서 국민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자”고 독려했다.
이에 앞서 경과보고를 위해 단상에 오른 이규택 최고위원은 몇 년전 경기대학교의 총장이 비리부패로 수감됐던 사건을 언급한 뒤 “이는 현행 사학법 가지고도 얼마든지 사학비리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 경기대 총장은 열린우리당 창당 대회 때 공동 대표를 지냈으며 경기대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전 전민련 좌파 인사"라며 “노 정권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학교 총장으로 선임해 학교를 점령해서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번에 통과된 사학법에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할 수 없었던 노동투쟁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교사와 학생이 뭉쳐서 학교에서 노동운동을 한다니 말이 되느냐”고 우려했다.
“전교조는 도저히 교육자라고 할 수 없는 집단”
자유시민연대 조남현 대변인은 “우리아이들을 전교조에 맡길 수 없다”며 “이 정권은 전교조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냐고 하지만 전교조는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들로 도무지 교육자라고 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 대변인은 “(전교조가) 민주적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하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개정사학법이 가지는 독소조항 중 가장 심각한 부분이 임시이사제인데 임시이사에 대한 권한은 교육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과거 좌파 운동 했던 인사들이 사학의 이사장이나 이사로 파견되고 있다”면서 “그런 인사들이 파견되면 영원히 학교 법인을 빼앗기고 만다”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은 특히 “개정 사학법은 임시이사제를 훨씬 쉽게 만들어서 노동운동을 하도록 길을 뚫어 놨다”면서 “사학이 전교조의 말을 안들으면 전교조는 관할청에 민주적 임시이사 파견하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파견된 임시이사는 100% 전교조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하수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전교조가 학교운영권을 장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노 정권의 핵심 주도 지지세력들은 80년대 좌파 세력으로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 물러설 수 없다’고 했는데 이제 우리가 이런 자세로 이 싸움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우리 싸움은 번영으로 가느냐 몰락으로 가느냐, 진보하느냐 퇴보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싸움이다. 절대로 물러서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노무현과 전교조는 '자기생각이 아니면 다 틀리다'는 공통점”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의 한명숙 경기도 대표는 “처음에는 절망으로 가득찬 이 나라의 교육현실에 내가 앞장선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는 생각이 나의 발목을 잡는 듯 했다”며 “국가 백년대계의 근간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있고 교육현장은 이념과 노선의 장이 되어버렸다”고 교육의 현실을 개탄했다.
한 대표는 “교단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몰지각한 단체에 대해서는 회초리 한번 못 들어본 정부가 사학에 대해서는 숨통을 끊을 못질을 하고 있다”며 “여당은 사학비리를 폭로하고 특별감사 운운하는데 이제부터라도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해 사학법 개정의 부당함과 모순점을 알리고 ‘개정사학법 무효’에 대한 우리의 뜻을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서울 고색중학교 운영회 최금옥 대표는 “노 대통령과 전교조는 자기생각이 아니면 다 틀리다는 이기주의적인 면을 가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만민의 어버이가 되어야 할 대통령이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 나머지 한쪽에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수원집회 이모저모
● 한나라당은 2006년 첫 장외투쟁 지역으로 수원을 선택했다. 수원에서 가장 중심지역인 수원시청 앞 올림픽 공원에는 집회 예정 시각보다 빠른 3시부터 시민들이 하나 둘씩 손에 ‘졸속 사학법 자율사학 죽이고 전교조는 키우고’, ‘정권연장 음모속에 사학까지 희생되나’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4시 본 집회에는 3000여명의 수원 시민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 시청 앞 큰 길에는 각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인해 20여대가 넘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정차하고 있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모(56. 서울 중구)씨는 노 정권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사학법 설립자들이 우리 교육에 기여한 부분을 존중해야지 그것을 막무가내로 비난하면 안된다”며 “그러나 가족이 돌아가면서 사학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이날 집회는 박 대표의 대중적 인기를 다시한번 실감케했다. 회색과 검은색으로 옷을 매치해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 박 대표가 집회장소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연신 ‘박근혜’를 외쳐대며 구경하려고 모여들어 일순간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박 대표가 현 정권을 비난하자 시민들은 “옳소”하고 호응하며 현정권을 향해 “미친정권”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날 집회가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구경하느라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의원들의 이름을 외쳐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