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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장외투쟁 강행이냐, 이명박의 투쟁방향 선회냐'
한달이 넘도록 강행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의 진로가 12일 치러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에 대한 소속 의원들간 입장차가 선명해진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차기 원내사령탑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등원여부도 판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출마자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표(김무성)와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재오)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는 점과 수도권(이재오) 대 영남(김무성)간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점 등이 배가되면서 어느 때 보다 정치권과 소속 의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27명의 소속 의원들만으로 선출하는 선거인만큼 당내 세력 다툼을 얼마만큼 유리하게 끌어가느냐가 승리의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무성, 박근혜 중심으로 한 당 주류와 영남기반, 자신감 나타내
'박 대표의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에 힘 싣겠다'먼저 김무성 의원(부산 남구을. 3선)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 재선의 고흥길 의원(경기 성남분당구갑)을 선택했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주류세력과 부산·경남 등 영남세를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김 의원은 고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맞아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현재 김 의원이 17명의 부산지역 중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권철현 의원과 수요모임 소속의 김희정 박승환 박형준 이성권 등 초선 의원을 포함한 5명을 제외한 12표, 12개의 대구지역 중 9~10표, 15개의 경남지역 중 12~13표, 14개의 경북지역 중 9~10표와 강원지역에서 우세를 점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지역들은 박 대표의 텃밭인 대구와 박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은 의원들 대다수가 포진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직자 중 영남 출신이 많고, 영남 초선 의원들 중 대다수가 박 대표의 장외투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가능케 한다.
또 21명의 비례대표 중 상당수도 박 대표가 당권을 쥔 이후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이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김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 의원은 사학법 투쟁 방향과 관련, 24일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사학법 재개정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2월 국회가 급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갈 방침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곧 박 대표에게 힘을 싣겠다는 것.
경선을 하루 앞둔 11일 김 의원은 상당히 자신에 찬 모습을 나타냈다. 이 의원 보다 상대적으로 일찍 세불리기를 시작했고 사전 표계산 결과 자신이 앞서고 있다는 확신이 가득한 듯 했다. 그러나 사무총장 역임 당시 당 혁신안 등을 놓고 소속 의원들과 적잖은 마찰을 빚었다는 점과 그로 인한 당내 반(反)김무성 정서가 상당하다는 점 등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오, 수도권과 당내 비주류 소장파 기반으로 해볼만
'사학단체와 함께 사학법 개정위원회 구성주장하며 병행투쟁에 힘실어'차기 서울시장에서 갑작스레 원내대표로 방향을 선회한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 3선)은 상대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칠 시간이 적었다. 김문수 홍준표 박계동 등 당내 비주류 반박근혜 그룹이 대다수 포진한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와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이 주축을 이루는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의 지원을 받고 출마한 만큼 두 모임과 수도권 지역 의원들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정책위의장에 재선의 이방호 의원(경남 사천)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남표와 20명이 소속 돼 있는 보수성향 의원모임인 자유포럼 표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이방호 의원이 친박그룹으로 분류되진 않고 사학법 문제에 대해 박 대표와 스탠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 선택배경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의원은 6일 출마기자회견에서도 정책위의장로 "박 대표가 추천하는 사람을 무조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반박 이미지가 이번 경선 뿐 아니라 당선 이후 원내 전략 운영에서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16개의 서울지역 중 13~14표, 17개의 경기지역 중 11~12표와 20명이 속한 수요모임과 32명이 속한 발전연 중 26~27표 정도를 자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이 시장의 형인 이상득 의원(경북 포항시 남구·울릉군 5선)이 이 의원을 지원하고 있어 14개의 경북지역 표는 유동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 의원은 장외투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의원들 역시 절반 가량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며 '병행투쟁론'을 내세워 이들의 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의원은 사학법 투쟁 방향에 대해 사학단체 등과 함께 '사학법 개정 위원회'를 구성해 재개정안을 만들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요모임과 발전연 등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병행투쟁론'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당내 반(反)김무성 정서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 김 의원이 당 혁신안 통과 당시 대선후보를 결정할 게임의 룰을 놓고 무리수를 두며 당내 반박그룹과 친이명박 그룹으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그때 쌓인 감정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것.
당 관계자들도 이번 경선에 대해 "거의 막상막하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나타내며 쉽게 예단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느냐에 따라 사학법 반대 장외집회의 향후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엔 공감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