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파적 이해 관계를 떠나 야당으로서 할 일을 잘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강경대응은 잘 하고 있는 일이며 박근혜 대표도 자세를 잘 취하고 있다. 일부에서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 에 섣부른 타협이나 어중간한 양보를 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병술년 새해 첫날 던질 말이다. 이 전 총재의 발언이 박근혜 대표에게 힘이 됐을까. 새해를 맞은 박 대표의 장외투쟁 의지는 더욱 강경해진 모습이다.

    당내 '장외투쟁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 대표는 "사학법 투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신발끈을 더욱 조여매고 있다. 또 장외투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으며 자칫 당내에서 사학반대투쟁 의지가 수그러들 수 있는 점을 고려, 박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이탈방지 작업도 철저히 챙기고 있이다. 

    이는 강재섭 원내대표의 전격사퇴로 당 분위기가 흔들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2일 관악산에서 시무식을 겸한 산행에서 박 대표는 "사학법 투쟁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장외투쟁 방침을 거듭 확인했고 3일에도 "투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소속 의원들에게 단단한 각오를 주문했다. 

    "더 이상 대화 안된다. 야당이 선택할 길은 장외투쟁 뿐"

    박 대표는 이날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장시간 마이크를 잡고 사학법 반대투쟁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설명하며 강경투쟁을 다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새해 인사를 위해 마련한 자리가 아니라 '박근혜식 장외투쟁'에 대한 홍보자리로 생각될 만큼 박 대표는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실었다.

    그는 먼저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연초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데 여야가 싸우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이제껏 참아왔다.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정권이 그동안 우리 헌법에 명시된 체제에 반하는 일을 해왔고 현 정권과는 도저히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박·손학규 겨냥해 "인기영합 위해 피해가려는 것"비판

    이어 "나는 대화를 통해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했으나 저쪽(정부·여당)은 야당을 완전히 무시하고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며 사학법을 날치기 처리했다"며 "더 이상 대화가 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도 강행처리하려했고 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자신들이 원한다면 이런 것들을 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으로 선택할 길이 달리 없고 장외투쟁은 그래서 시작한 것"이라며 장외투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박 대표는 또 당내 대권경쟁자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에 대한 불만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여권에선 이렇게 말하면 색깔론이라 주장하고, 당내 어떤 분들도 쓸데없는 이념논쟁을 한다고 말하는데 저쪽에서 저렇게 나오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색깔론, 쓸데없는 이념논쟁이라는 주장은 이 문제의 핵심본질을 모르거나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인기영합을 위해 피해가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뒤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장외투쟁에 대해 "쓸데없는 이념논쟁"이라고 말한 이 시장과 등원을 촉구한 손 지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나라고 왜 욕심이 없었겠나. 계파 만들려는 욕심 참았다"

    박 대표는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계기로 자신의 당운영에 대한 당내 일부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론을 펼쳤다. 그는 "17대 국회를 시작하면서부터 한나라당은 굉장히 불리했고 수구 정당으로 매도되면서 아주 불리한 상황에 처했었지만 힘을 합쳐 노력해 정책정당으로 거듭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지지율도 30%를 넘어 마(魔)의 40%대로 올라섰다. 당리당략으로 당 운영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한나라당이 바라보고 믿고 의지할 것은 국민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큰 정치실험을 해왔다. 당 대표가 된 이후 계파를 만들지 않고 사심없이 일했다"며 당내 일부 의원들의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모든 문제에 당리당략으로 접근해 본적이 없고 공천문제 역시 개입하지 않았다. 이는 정당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박 대표는 "나라고 왜 욕심이 없었겠느냐. 계파를 만들면 힘을 얻을 수 있으나 정당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대표가 그런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장외투쟁을 시작한 것이라 사학법 투쟁에 대해서는 역사 앞에 떳떳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를 막지 못하면 후손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한 뒤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기에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거듭 장외투쟁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