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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직위해제,동국대는 3류?'파문

입력 2005-12-29 10:19 | 수정 2009-05-18 15:18

한의사이자 열린당 전국위원회 여성위원인 고은광순씨가 친노 인터넷신문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동국대학교로부터 직위해제 결정을 받은 강정구씨를 두둔하며 동국대를 '3류'로 표현한 칼럼을 써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001년 방북해 김일성 생가에서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 위업을 이룩하자'는 글을 써 이미 피고인 신분이었던 강씨는 이 매체를 통해 또다시 '6.25전쟁은 북한 지도부에 의한 통일 전쟁' '미국은 원수'라는 등 더욱 노골적으로 친북반미를 주장해 지난 23일 검찰로부터 기소당했다. 이에 동국대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강씨를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교원 직위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조항(58조)을 근거로 26일 직위해제키로 했다.

고씨는 '동국대학은 3류 대학인가?'라는 제목의 28일자 칼럼에서 강씨를 직위해제한 동국대와 홍기삼 총장을 비난했다. 칼럼은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을 것" "그들의 눈에 강정구 교수는 낯설어 보였을 것"이라는 등의 표현으로 동국대측을 비하했다.

칼럼에서 고씨는"'반공'은 일본 제국주의의 충신이었던,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애국지사들에게 총칼을 휘두르던 박정희가 영구집권을 위해 분단을 고착화하고 북에 대한 끊임없는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제 지공(知共), 지북 (知北)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나라 이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고 일본 식민강점기 대개의 독립운동이 좌파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을 알고 역시 깜짝 놀랐다"며 "대한민국 국민 중에 북측 국가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거나 그들 이름에 '민주주의'가 들어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5% 이내일 것"이라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또 "일본 정당의 가운데 공산당은 1922년부터 있어온 전통 깊은 정당으로 그들이 자위대 해산, 평화헌법 유지, 후쇼사 역사교과서 채택 반대 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덜 위험한 정치집단"이라며 "우리가 손잡아야 할 것은 일본의 공산당, 좌파계열 사람들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국대는) 괴롭다며 징징대다가 강씨에게 몰매를 줄 것이 아니라 팔을 걷어붙이고 격려했어야 한다"며 "1류로 도약하지 못하는 동국대가 안타깝다"고 말을 맺었다.


다음은 고씨의 글 전문.

동국대학은 3류 대학인가?
 
지난 26일, 동국대학교의 홍기삼 총장과 보직 교수들이 참석한 정책회의에서는 강정구 교수가 정식 기소되자 직위를 해제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교원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규정에 근거했다고 한다. 동국대는 ‘그동안 강정구 교수 사건으로 상상을 벗어나는 고통과 자유지성 집단이라는 대학의 특성 사이에서 너무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입장을 밝혔단다. 그들은 검찰의 기소를 빌미로 강정구 교수를 내침으로서 ‘상상을 뛰어넘는 고통’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켰다고 생각할 것이다.

1) 그들은 왜 ‘상상을 뛰어넘는 고통’을 받아 왔는가?
2) 그들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고통’을 안기는 자들은 누구였을까?

전쟁 전인 1946년 여름, 미군정이 서울지역 1만 명에게 시행했다는 여론조사에서는 자본주의 14%, 사회주의 70%, 공산주의 10%를 지지한다고 응답(사회주의+공산주의 : 80%)했다고 하지만 전쟁 직후에 태어난 내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육까지 일관되게 교육받은 정치이념은 반공이었다.

반공궐기대회, 반공포스터, 반공웅변, 이 나라 살리는 반공, 이 겨레 살리는 반공, 때려잡자 공산당, 초전박살 공산당...

우리가 교육받은 공산주의의 내용은 호전적,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를 고발하는 패륜, 모두가 못 사는 사회, 독재, 감시와 통제, 인권부재, 괴뢰도당, 숙청, 정치범 수용소, 공개처형, 등등 으로 표현되는 모두가 살벌하기만 한 것이었다.

그러니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북쪽은 늑대 같은 인간들이나 온 몸이 빨갛고 뿔이 난 도깨비 들이 사는 곳이며 공산주의는 악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반공법은 우리의 자유를 지켜주는 든든한 법이고. 미국은 공산주의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우방이며 베트남 전쟁이든 뭐든 미국이 하는 것은 무조건 옳다고 믿고, 한 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대학생이 되어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북한의 나라 이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고 (대한민국 국민 중에 북측 국가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거나 그들 이름에 ‘민주주의’가 들어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5% 이내일 것이다) 일본 식민강점기였던 1920년대에 조선공산당이 생겨 일제에 저항했으며 대개의 독립운동이 좌파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을 알고 역시 깜짝 놀랐다.

공산국가가 아닌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공산당이 정당의 형태로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특히 1974년에 출판 된 리영희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는 국가가 떠벌이는 거짓말에 국민이 속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국가적 거짓말은, 국민을 겁먹게 하고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켜 마음대로 주무르며 권력을 오랫동안 독점하려는 탐욕에서 온다. 해방 후의 독재자들은 ‘반공’을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도구로 이용하였다. 광신적 반공주의를 통해 북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고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입법, 행정, 사법부 이외에 언론까지 모두 장악한 독재자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지식인들도 모두 겁먹고 고분고분히 알아서 기는 판국에 국민의 이성을 깨우려는 리영희와 같은 지식인은 독재자들에게는 제일 성가신 존재였을 것이다. 리영희 씨는 그 대가로 80년대 중반까지 모두 아홉 번 체포되고, 다섯 번 감옥에 갔으며, 언론계와 교수직에서 각각 두 번씩 쫓겨났다.

그러나 리영희 씨의 책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없었던 대부분의 국민은 아직도 해방이후의 독재자들이 쳐 놓은 엉터리 사상의 그물에 갇혀 있다. 1848년에 나온 맑스,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은 외국에서야 고등학생에게도 추천되는 도서목록의 하나지만 박, 전, 노 3형제 시절에는 한 장만 복사해서 가지고 있어도 감옥에 가는 형편이었으니 남북대치 상황을 핑계로 남쪽의 정치사상은 완전히 오른쪽 날개만 가지고 푸드득거렸던 것이다.

오른쪽 날개만 가지고 푸드득거리던 시절, 독재정권의 길들이기를 거부하던 소수의 저항적 지식인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소극적으로 자책과 번뇌에 빠져 있거나 무관심, 혹은 적극적 협조와 아부를 했고, 그들은 70년, 80년대를 별 탈 없이 통과하여 현재 우리사회의 상층부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동국대의 홍기삼 총장 등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고통’을 안기는 자들은 누구였을까?

그들은 오른쪽 날개만으로 푸드득 거리는 사회에서 단 맛을 본 자들이거나, 자기가 익숙한 세상에서 한 발도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권력을 가진 겁쟁이들이다. 그들은 군사독재정권이 심어놓은 냉전적 사고를 만고의 진리로 알고 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사회의 균형을 잡기 위해 왼쪽에도 날개를 돋게 하는 일이 아니라 해방 후 권력독점을 위해 왼쪽 날개를 꺾었던 자들이 지하에서 명령하는 대로 추종하는 것이다.

동국대의 홍기삼 총장 등은 왜 ‘상상을 뛰어넘는 고통’을 받아 왔을까?

한국사회가 오른쪽 날개만으로 푸드득 거릴 때, 그들은 그것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왼쪽 날개를 달아 양쪽 날개를 가지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도 느끼지 못했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눈에 강정구 교수는 얼마나 낯설어 보였을 것인가.

한국사회는 중요한 전환점에 와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충신이었던,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애국지사들에게 총칼을 휘두르던 박정희가 영구집권을 위해 분단을 고착화하고 북에 대한 끊임없는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용했던 <반공>, 세계의 보편적 정치사상의 절반인 왼쪽날개를 꺾어버렸던 <반공>... 그것을 이제 벗어던질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독재자들의 구미에 맞게 쳐 놓은 성역과 금기에 갇혀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지공, 지북 (知共, 知北)을 해야 할 때다.

남과 북의 교류는 이미 시작되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교류의 양과 질은 더욱 많아지고 높아질 것이다. ‘때려잡자 공산당’ 구호로는 21세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자유민주당(자민당), 민주당, 공명당, 공산당, 사회민주당이 있고 그중 공산당은 1922년부터 있어온 전통 깊은 정당으로 그들이 자위대 해산, 평화헌법 유지, 후쇼사 역사교과서 채택 반대 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덜 위험한 정치집단이다.

일본의 극우세력이 자위대 증강을 부르짖고, 평화헌법의 호전적 개정과 일본 패권주의를 미화하는 후쇼사 역사교과서 채택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을 때, 우리가 손잡아야 할 것은 일본의 공산당, 좌파계열 사람들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독재자들이 자기의 입맛에 맞게 쳐 놓은 반공이라는 성역과 금기의 벽에 갇힌 국민을 구해낼 책무는 누구에게 있는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율적인 인간의 창조를 위해 노력해야 할 책무는 누구에게 있는가? 그 책무를 담당할 가장 중요한 기관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학교일 것이다.

동국대는 그 책무를 담당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것을 눈치 챘다면 ‘상상을 벗어나는 고통’ 속에서 괴롭다며 징징대다가 강정구 교수에게 몰매를 줄 것이 아니라 팔을 걷어붙이고 그가 벽을 허무는 일을 격려했어야 한다. 세상의 밝은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1류로 도약하지 못하는 동국대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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