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권이 하려는 일에 내가 방해된다면 나를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구속하라" "(사학법 무효투쟁에) 모든 것을 던지겠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7일 대구 장외집회에서 1만여 관중들 앞에 던진 말이다. 사학법 반대 투쟁에 '정치사활'을 건 박 대표의 의지가 꺾일 줄 모르고 계속 전진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27일 대구 집회에선 '대표직 사퇴'를 넘어 '의원직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28일 의원총회에선 더욱 강경한 입장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하며 당 일각에서 꿈틀거리는 '등원'주장을 일축했다.

    의원총회 말미엔 고(故) 육영수 여사를 거론하며 눈물까지 흘렸고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소속 의원들은 아무런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대권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장외투쟁 반대 주장에 대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괜한 불필요한 싸움이냐. 자유민주주의는 모든 것에 앞서 정치인들이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것을 못 지킨다면 정치하지 말아야 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소속 의원들을 향해 "이렇게 지금 가는 길이 옳은 길이기 때문에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힘을 합치면 나중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고 역사에 옳은 평가도 받을 것"이라며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실상 이날 의총을 통해 소속 의원들에게 '딴 소리 하지말고 나를 따라오라'고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양강 구도 속에서 최근 당내 분위기가 '이 시장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 시장과 손 지사에 대한 맹공 역시 두 대권경쟁자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결국 박 대표는 사학법 문제로 정부·여당에 대한 기싸움을 계속 전개해 나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또 이번 사학법 장외투쟁을 노무현 정권 퇴진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판정승'을 거둔 박 대표는 자신이 주장한 사학법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 요구를 무시한 노 대통령에게까지 총구를 겨눈 것이다. 

    박 대표는 열린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산안을 단독처리하자 더욱 결심을 굳힌 모습이다. 박 대표는 신년사에서 "나라가 잘못된 길로 갈 때는 과감하고 치열하게 바로 잡겠다"고 선언 노 정권과의 전면전 의지를 불태웠다.

    때문에 당내에선 박 대표가 앞으로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이끌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이제 초점을 박 대표의 향후 대응방안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직 사퇴 시사발언까지 던진 만큼 박 대표는 더욱 강경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박 대표가 장외투쟁 이후 어떤 수순을 밟을진 모르지만 일단 '단식'과 '의원직 사퇴'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사학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공포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없다는 설명이다. 헌법소원의 경우 이미 사학계가 제출했고 사학법 무효화 전국민 서명운동을 통해 사학법을 원점으로 돌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나라당이 1월 중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낼 예정이나 평균 6개월이나 걸리는 헌재결정을 마냥 기다리기도 힘든 상황. 또 당내에선 사학법 재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방법 역시 열린당 정세균 의장 겸 원내대표가 30일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해 재개정 역시 해결방안이 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도 3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여권이 모든 퇴로를 다 차단해놨다"며 "전환점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권이 얼마만큼 퇴로를 열어주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등원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설득력이 높은 방법으로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열린당의 정치적 약속'이 떠오르고 있다. 여당의 단독국회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열린당이 1월과 2월 국회마저 이렇게 끌고갈경우 떠 앉아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

    현재로선 1월 셋째주로 예정돼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이 사학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수령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신년사를 통해 "여러 가지 갈등으로 인한 혼란과 불안이 적지 않지만 새해에는 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노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 내용에 '화합과 통합'을 꺼내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시학법에 대한 직접 거론은 하지 않더라도 여당을 통해 한나라당을 등원시킬 수 있는 정치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노 대통령과 여당이 이 마저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박 대표는 다음 수순으로 '단식' '의원직 사퇴'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초선 의원은 '박 대표의 단식카드 혹은 의원직 사퇴카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느냐'는 질문에 "돌아서려면 확실히 돌아서고 강하게 나가려면 확실하게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형준 의원도 의원총회를 통해 "만일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투쟁해야 한다고 지도부가 결정한다면 동참하겠다"며 소속 의원 전원 의원직 사퇴주장까지 제시했다. 소속 의원들의 '잡음'까지 막으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만큼 이번 사학법 전쟁의 마무리는 박 대표가 떠 안아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당내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있는 '단식카드'와 '의원직 사퇴카드'를 박 대표가 실제 사용할지가 신년 정국의 후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박 대표의 최측근들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실제 이 같은 극단적인 방안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위해선 당의 사학투쟁 열기가 냉각기로 접어드는 시점이 돼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