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학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대치 정국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충돌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23일이 사학법의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종교계 사학단체 등 범보수세력의 강력한 반발로 이미 사학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인정한 노무현 대통령은 '시행령을 통한 보완'카드를 꺼내며 여론반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노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종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설득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한나라당도 연이어 집회에 성공한 장외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날 오후 인천 시청 앞에서 사학법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

    양측 모두 이날 진행될 종교계 지도자 만찬과 사학반대 장외집회의 성공여부가 사학법을 둘러싼 힘겨루기의 승패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사상최대의 호남폭설피해 변수등장으로 자칫 사학반대투쟁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발걸음은 매우 다급한 모습이다. 내년도 예산안,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비정규직 법안, 8.31 부동산 관련 후속입법인 종부세나 소득세법 개정안  시급한 법안처리 시안이 점차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에선 '병합투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호남폭설피해로 이 같은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양상으로 전개되자 당 지도부는 인천장외집회 총동원령을 내리며 소속 의원들의 '이탈방지'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12일 장외투쟁을 시작한 이래 계속 '전투복'을 입고 있는 박근혜 대표는 이날도 검은색 바지정장과 빨간색 폴라티셔츠에 쥐색 코트차림으로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인천장외집회 참여를 강력히 촉구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의총에 참석해 "노무현 정권이 4대개혁법안이란 이름으로 한국사회를 얼마나 후퇴시키고 분열과 갈등을 일으켰는지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2005년 한해가 돼야 하고 2006년에도 그렇게 나간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이런 행동이)언젠가는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정치집단은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날씨관계나 그런 것들을 따지지 말고 최선을 다해 신념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고 이를 관철시켜나가는게 중요하다"며 폭설피해로 점차 탄력을 받고 있는 '병합투쟁'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원내대표인 저도 원내대책에 다소 희생을 하더라도 이 문제는 장외투쟁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 노 정권은 무모한 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며 "과거에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끼리 몸싸움을 했지만 그때는 군사정권시절이었다"고 말한 뒤 "참여정부라 떠들면서 신랑입장하는 것처럼 50명을 들러리 세워 통과시키는 것은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무모하고 비민주적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노 정권은 민생과는 관련 없는 자신들의 정권연장과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만 무모함을 저지르는 집단"이라고 거듭 비판한 뒤 "(우리가)이런 투쟁을 해나가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장외투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강 대표는 또 이날 저녁 예정된 노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와의 만찬회동을 거론하며 "노 대통령이 평소에 민심을 폭넓게 수렴하면 될 것을 이렇게 문제를 저질러 놓고 청와대 차원에서 홍보를 하기 위해 종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했다"며 "종교계 지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궤변과 교묘한 논리로 지도자들을 설득해 종교계도 우리편이라 홍보하려는 게 눈에 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는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을 만들지 못하듯 법률에 위반되는 시행령도 만들지 못한다"며 "지금 저쪽(정부·여당)에선 당황해서 종교계에는 어떤 특혜를 주겠다는 등 각 계층의 입맛에 맞는 조치를 취해 (이 상황을)일시 모면하는 시행령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수원에 독을 풀어놓고 자기집 수도꼭지에 정수기를 달면 무슨 소용이냐. 법률에는 독약을 풀어놓고 시행령에 정수기를 달아 모면하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 따위 발상을 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한나라당은 또 장외투쟁과 함께 병행해 왔던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이날 부로 해제하고 장외투쟁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당내 사학법 무효투쟁운동본부장인 이규택 최고위원도 "그동안 투쟁의 일환으로 날치기한 장본인인 의장실을 점거했지만 선택과 집중차원에서 의장실 농성점거를 해제하고 그 역량을 장외집회에 집중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의장은 죽은 의장"이라며 "의장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고 의장실에 가서 있어봤자 시체실에 있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도 "우리는 정해놓은 원칙이 있다"며 "한가지 원칙은 우리가 의장실 점거농성을 푼다고 하지만 의장사회는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사회를 볼 기미가 보인다면 언제든지 점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냥 농성을 풀 수 없다"며 "지금 의장실 앞 복도에 가서 앞으로 의장이 사회를 보면 인정할 수 없다, 원천무효라고 외친 뒤 오후 집회에 참석하자"고 주장했다.

    강 대표의 이 같은 주장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 직후 참석의원 전원이 국회의장실 앞에서 '김원기 국회의장은 사퇴하라' '의장 사회 거부한다' '사학법 날치기 통과 원천무효' 등을 외친 뒤 김 의장의 책상위에 '사학법 날치기 원천무효' '전교조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놓고 퇴장했다.

    그러나 당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한 반대목소리도 분출됐다. 송영선 의원은 당의 의장실 점거농성 해제조치에 "우리가 그동안 왜 거기서 있었느냐. 지금 점거를 해제하면 그동안 점거는 왜 했느냐"며 "시작을 했으면 성과를 얻은 뒤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그는 "가급적이면 오늘 인천집회에 참석해달라"는 지도부의 발언을 지적하며 "지금 당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데 가급적 많이 참석해달라는게 말이 되느냐"며 "전원이 참석을 해야지 도대체 맨날 나오는 사람만 나오고 나오지 않는 사람은 나오질 않는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당지지율이)42%가 되면 (지지율이)물거품이 되도 아무상관이 없다는 것이냐"며 "말로만 대권을 가져올 것이냐"고 소속 의원들을 항해 비판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