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의 광폭행보가 돋보이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와 7월 한나라당의 정기전당대회가 점차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원 최고위원의 움직임은 정치권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고 있다. 한동안 당내 현안에 침묵해 오던 원 최고위원은 지난 11월 '대통령 경선 룰'을 둘러싼 당 지도부와 비주류·소장파간의 힘겨루기에서 당 지도부의 무릎을 꿇리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며 당내 행보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원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혁신안 최종추인을 앞두고 '당원 50%-국민 50%'의 대통령선거인단 구성원칙을 깨는 새로운 수정안을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의에 제출하자 강력히 반발했다.

    무엇보다 원 최고위원이 의결을 하루 앞두고 박근혜 대표의 대권경쟁자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잇따라 단독회동을 갖고 이들의 반대입장을 이끌어 낸 점은 '혁신안 원안 통과'를 관철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었고 당내 소장파와 당원들에게 원 최고위원의 '리더십'을 각인시킨 계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내에선 이 같은 원 최고위원의 행보를 두고 '원희룡의 당권도전 행보'로 해석했고 당내 소장파 의원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내 일부 의원들도 "원 의원이 당권도전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40대 기수론'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에서 시작된 세대교체 바람은 한나라당으로 점차 확산됐고 수요모임의 이성권 의원이 '4040'론을 제시하면서 '세대교체 바람'은 당내 세대간의 기싸움으로 까지 번졌다.

    당시 이 의원이 주장한 '4040'론은 40%대 당 지지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40대의 당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것. 원 최고위원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 단정지을 순 없지만 당시 원 최고위원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던 점, 또 원 최고위원이 당내 소장파 의원들 중 가장 주목을 받고 대표격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4040'론은 '원희룡 당 대표 만들기'의 초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 최고위원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열린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며 촉발된 당의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이 열흘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원 의원은 '병합투쟁'을 주장하며 박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범보수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제기된 원 최고위원의 '병합투쟁' 주장은 보수진영으로 부터 난타 당했지만 호남폭설피해를 마냥 묵과할 수 없다는 당내 소장파와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를 확산시킨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원 최고위원의 주장 이후 장외투쟁 방침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온 소장파와 일부 중도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병합투쟁' 목소리를 분출하기 시작했고 이강두 최고위원, 김덕룡 전 원내대표, 이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등 당 중진의원들까지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원 최고위원의 목소리는 '폭설피해' 변수등장으로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22일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폭설로 인한 호남의 피해를 거론하며 "우리 국민들이 당한 현재의 직접적인 고통보다 급한 것은 없다. 우리가 비록 지금 장외투쟁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당 차원에서 모을 수 있는 힘을 다 모아서 재난에 직면한 호남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된다"고 주장하며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특히 당헌을 개정하면서 당내에 상시적인 재해대책특별위원회가 없다보니 혼선이 있다"고 당헌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한 뒤 "재난이 이례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결국 박 대표와 지도부는 '호남폭설지원 대책위원회'를 가동하기로 결정했고 위원장에 원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이번에도 원 최고위원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원 최고위원의 주장대로 수도권을 포함한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에게 호남폭설피해 복구에 최대한의 지원을 당부하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고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당이 폭설피해 복구에 앞장서기로 결정했다.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 최고위원은 호남폭설피해복구를 위한 당의 향후 계획과 일정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마이크를 잡은 원 최고위원의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자신감에 넘쳐 보였고 피해복구에 자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소속 의원들을 이끌었다.

    그는 "간단한 도움 및 의원여러분들의 참여협조를 부탁드린다"며 "광주·전남 지역에는 한나라당 시도당이 비정상 상태로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중앙당과의 연락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뒤 "가장 피해가 큰 이 지역과의 원활한 연결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내가 오늘 저녁 내려가 당분간 현지에서 상주하며 중앙당과 국회차원의 연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몇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며 당 소속 광역, 기초 자치단체들의 장비이용과 자금지원을 위한 중앙당 차원의 요청을 요구했다. 또 의원들에게 자신의 지역 뿐 아니라 제2의 지역구를 지정해 지역차원의 자금모금과 봉사요원 지원 등도 촉구했고 의원들의 방문도 요청했다. 특히 그는 "의원들이 직접 위문방문을 할 때는 가급적이면 혼자가지 말고 지방자치단체나 지역구의 참여를 유도해주고 그렇게 인솔해주는 모양새라면 훨씬 좋겠다"며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내렸다.

    '튀는발언' '소신발언' 등으로 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원 최고위원은 꿋꿋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원 최고위원 주도 아래 큰 현안마다 숨죽이고 있는 비주류와 소장파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는 당내 분위기는 원 최고위원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내년 7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내 소장파의 '40대 기수론'이 원 최고위원의 이 같은 광폭행보로 현실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