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정치스타일이 예전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시작한지 20일로 8일째를 지나고 있고 당장 예산안 처리와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비정규직 법안, 8.31 부동산 관련 후속입법인 종부세나 소득세법 개정안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박 대표는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다.

    당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여권의 압박은 더욱 강해지고 있는데 박 대표의 표정은 오히려 한층 여유로워졌고 사학법 반대에 대한 자신감도 점차 충만해져가는 모습이다.

    이계진 대변인은 20일 "내가 어느 기자와 인터뷰에서 12월9일 이후 박 대표가 웃는 모습을 한번도 못봤다고 했는데 오늘 회의장에서 악수하면서 박 대표가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며 "아마 사학법 투쟁과 관련해서 강한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6일 서울시청 앞 광장 촛불집회와 19일 부산역 광장 집회의 연이은 성공에다 종교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점, 뉴라이트 등 보수세력의 지원강화와 사학법 반대투쟁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범보수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점 등이 엄동설한의 날씨마저 잊게 할 만큼 박 대표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또 첫 장외집회 당시 분출됐던 일부 소장파의 '잡음'도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는 점도 박 대표를 계속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원인으로 해석된다.

    부산역 집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 대표는 20일 당 지도부를 비롯해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간사, 당직자들을 총집합시키고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을 천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어떤 이견도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이정현 부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이 부대변인은 "오늘 회의의 결론은 박 대표가 분명하게 맺었다"며 "박 대표가 내린 결론이 곧 회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혁신안 통과를 위해 당시 당의 최종의결기구였던 운영위원회의 회의 진행과정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박 대표는 혁신안에 대한 30여명 운영위원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모두 수렴했고 회의시간도 6~7시간씩 걸렸다. 그래도 결론은 쉽게 도출되지 않았다. "너무 신중하다" "과도할 만큼 신중하다" "리더십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박 대표가 바로 회의 결론을 내리고 소속 의원들에게 "딴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메시지까지 보냈다.

    박 대표의 회의진행 스타일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박 대표가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박 대표 자신도 이번 사학법 투쟁의 결과가 자신의 대권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치권과 일부 매체에서 '박 대표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박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들은 "박 대표가 이 시장을 의식했다는 분석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을 의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표가 사학법 문제에 자신의 정치운명까지 내 걸고 정치모토인 '상생'마저 깨고 장외로 나간 것은 특정인을 의식한 대권행보로 보기보다는 사학법 개정안 자체가 평소 박 대표가 갖고 있던 원리·원칙에 크게 반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표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물려받은 장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반공'"이라며 "아이들에게 친북·반미 사상이 주입될 것이란 주변 보수성향 측근들의 발언이 박 대표를 장외로 내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들 뿐 아니라 박 대표의 측근들은 "이제 너무 멀리왔다"며 "박 대표가 중간에 그만 두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결국 박 대표가 자신이 시작했고 주도하고 있는 '사학법 개정안 원천무효'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그동안 유지해왔던 정치스타일 마저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