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생법안 처리하기 싫으니까 일부러 사학법 날치기해 국회를 파행시킨 거 아니냐"

    열린우리당의 임시국회 등원 촉구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사학법 원천무효'주장이 관철되지 않는 한 등원할 생각이 없음을 천명했다.

    박 대표는 1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한나라당은 지난번 날치기한 사학법이 무효화되기 전까지 국회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열린당의 등원주장을 일축했다. 

    박 대표는 "이제 임시국회를 막을 것인가, 단독으로 하도록 놔 둘 것인가,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인가 결정할 시간이 왔다"며 회의 참석자들에게 열린당의 등원요구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곧 "열린당에서는 민생이 급하니까 우리보고 들어오라 하는데 진심으로 민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지난번에 민생법안을 처리하고 나서 사학법을 날치기하더라도 했어야 했다"며 "어떤 결과가 올지 뻔히 알면서도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싫으니까 일부러 사학법을 날치기해 국회를 파행시킨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열린당을 비판하는 박 대표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해졌고 회의 참석자들이 등원여부에 대한 박 대표와의 다른 견해를 주장할 분위기는 좀처럼 조성되기 힘든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열린당은 민생을 말할 자격도 없다"고 거듭 맹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이라도 사학법을 무효화시키면 된다"며 "열린당에서는 이참에 국가보안법까지 폐지하자고 하는데 지난 두 번의 재보선에서 승리했지만 아직도 한나라당은 소수야당으로 (장외투쟁말고는)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해 결국 방법은 '장외투쟁'밖에 없음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열린당은) 이런 식으로 다른 법도 날치기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박 대표께서 원내대책까지 다 얘기하셔서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생각은 저와 똑같다"며 임시국회에 등원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강 대표는 "열린당이 민생현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운운하면서 이번주 부터 단독국회를 하겠다고 허세를 부린다"며 "그래놓고 심지어 기껏 모여서 하는 소리가 앞으로 10년간 정권창출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많은 민생법안은 다 팽개치고 사학법 하나 날치기를 해 자신들의 속셈을 관철시킨 정당이 무슨 민생을 운운하느냐"며 "열린당은 입이 열개라도 민생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사학법 날치기라는 탈선을 바로잡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 대표 역시 일부 참석자들의 이견분출을 사전에 봉쇄해버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김영선 최고위원도 "열린당은 (일부 독소조항에 대해) 대통령의 시행령을 통해 이 문제를 완화한다고 한다"며 "시행령은 대통령 뜻이다. 교육이 대통령 호주머니에 들어갔다 왔다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지금 전남북지역의 폭설피해가 2000억이라는데 사실 정확한 피해상황도 파악을 못하고 있다"며 "복구작업도 50%밖에 진척이 안되고 있고 지역민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당정청 워크숍이나 열어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자고 축배나 들고 있다"고 말한 뒤 "한심한 정부"라고 성토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브리핑을 통해 "사학법 무효화 투쟁은 변함없이 계속된다는데 (참석자들이)뜻을 모았다"며 "사학법 원상회복조치 내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 보이콧 조치는 변함없이 계속된다"고 말한 뒤 "참석자들도 전혀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오늘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리는 사학법 반대 촛불집회도 예정대로 열리며 김원기 국회의장의 사회는 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공보부대표도 "사학법을 날치기 한 이후에 이제와서 민생을 들먹이며 야당을 압박하는 여당의 태도는 사실상 신의와 도의를 어긴 정치"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열린당의 국회등원요구를 천명한 가운데 열린당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임시국회를 강행할 방침을 세웠다.

    열린당 정세균 당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일주일동안 야당의 강력한 투쟁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지켜보고 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산적한 현안들과 이미 헌법에 정해져 있는 기한을 넘긴 예산안 처리와 폭설피해 등 이제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고 행동을 할 것"이라며 "사실 지난주에 물밑에서 다른 정당들과 대화를 진행해왔고 이제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는 시기가 지났고 더 이상 지켜만 보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이어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최소한의 명분도 갖추지 못한 무미한 일이고 국정발목잡기"라며 "왜 한나라당이 이런 일을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지만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한나라당은 사학법 통과를 색깔론으로 비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지나친 비약"이라며 "한나라당은 국민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당장 국회로 돌아와라"고 등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