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재보선 승리와 당 지지율의 고공행진으로 당내 입지가 위축됐던 한나라당내 비주류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동안 반박근혜 그룹으로 분류되며 박근혜 대표의 당내 위상 강화로 몸을 움츠려야 했던 비주류가 최근 '당 지지율의 고공행진에 따른 소속 의원들의 자만 경계'와 '내년 지방선거의 당내 경선 조기과열' 등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제껏 당직에 참여하지 않던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이 주축이 된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과 남경필·원희룡·정병국·박형준 의원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이 적극적으로 당직참여 의사를 나타내며 당내 입지 재조정에 나서는 형국이다.

    먼저 발전연의 공성진 의원(서울 강남을. 초선)은 13일 치러지는 중앙위원회 의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3선 중진인 정형근 의원(부산 북·강서구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앙위원회는 1만3000여명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는 당의 핵심조직이다. 

    발전연은 정 의원을 '구 시대 인물'로 규정하고 당의 쇄신을 위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내부의견을 모았고 조직적으로 공 의원을 지지하기로 했다. 발전연은 또 모임 내에 '지방선거 정보센터'를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방침을 세우는 것은 물론 기초·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지망생들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당 일각에선 이 같은 발전연의 움직임을 두고 모임의 당내 영향력을 확대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수요모임도 모임의 당내 입지를 재조정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이 지난번 당 혁신안의 '대통령 경선'룰을 놓고 지도부와 힘겨루기 끝에 비주류 주장을 관철시키며 수세로 몰렸던 수요모임의 당내 입지를 반전 시킨 이후 당내 소장파들이 많은 자신감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이후 원 최고위원을 비롯,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당내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소장파가 그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수요모임은 선출직 당직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수희 의원(비례. 초선)이 여성위원장에, 정문헌 의원(강원 속초·고성·양양. 초선)은 청년위원장, 디지털 위원장엔 김명주 의원(경남 통영·고성. 초선)이 각각 출마를 준비중이다. 특히 원 최고위원의 경우 내년 7월 열리는 전당대회를 통한 '당 대표 도전설'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남경필 의원은 모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며 "한 마디로 책임질 수 있는 자리로 가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선 승리를 위해 중요한 것은 역시 호남과의 제휴 연대 화해"라며 "한나라당이 호남과 화해하려면 중심세력이 변하고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때문에 내년 6월경에 열리는 전당대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젠 당의 비판세력을 넘어 당의 중심세력으로 거듭날 때가 됐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실제 남 의원이 차기 경기도지사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소장파의 좌장격인 원 의원의 당권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란 것.

    최근 열린우리당에서 여권의 위기돌파 방안으로 '40대 기수론'이 떠오르고 있는 점도 한나라당 소장파 이 같은 움직임을 촉발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발전연과 수요모임의 연대강호 움직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미 혁신안 관철을 놓고 연대를 모색해 온 두 모임은 오는 11일 북한산 산행을 함께 하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최근 행보에서도 비주류와의 관계 재설정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지난 당직 개편을 통해 수요모임 소속의 정병국 의원을 홍보기획본부장으로 기용하고 지난달 30일 수요모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소장파와 잦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수요모임 소속 의원 10여명과 오찬을 갖고 당의 발전방안도 논의했다.

    박 대표를 '유신공주'라고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워온 발전연의 이재오 의원도 최근 박 대표에게 '화해' 제스처를 나타냈고 김문수·홍준표 의원 등도 최근 박 대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혁신안 통과 이후 당내에 이념변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개혁성향의 소장파와 비주류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