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이 외연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수요모임은 소속 의원들의 당내 선출직 당직 도전, 비주류 의원들과의 산행 등을 통해 당내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한편 외부로는 ‘뉴라이트’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수요모임은 30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지난 10일에 이어 두 번째 ‘한국정치의 새로운 비전을 찾는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최근 일고 있는 정치권의 ‘뉴라이트·뉴레프트 바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시간을 가졌다.

    박형준 ‘열린당은 무늬만 개혁정당, 민노당은 올드레프트’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무늬만 개혁정당’, 한나라당은 ‘지나친 보수정당 이미지’, 민주노동당은 ‘올드 레프트’라고 비판한 뒤 뉴라이트와 뉴레프트가 한국 정치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개혁 정당임을 표방하나 실천적으로 뚜렷한 정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열린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이 보다 분명한 형태로 제시되는 것이 정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열린당 내 정치모임인 ‘신진보연대’가 뉴레프트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해 왔지만 아직은 책상 위의 비전에 머무르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여전히 중도적인 정당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정당으로 인식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강령 수준에서 보면 분명히 ‘올드 레프트’”라며 “당내 세력 관계에서 보더라도 이른바 NL과 PD 등 이전의 운동권 이념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당들은 아직 과거 세력으로 국민들로부터 반사적 지지는 받을지언정 적극적인 지지는 받을 수 없다”며 “뉴라이트와 뉴레프트에 대한 기대는 바로 한국 정치가 미래 세력 형성 경쟁을 본격화하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레프트는 아직 뚜렷한 실체가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뉴라이트는 대중적 정치운동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뉴라이트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형태의 정치 이념 및 비전 논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뉴라이트가 ▲수구 보수 ▲신자유주의적 시장만능주의 ▲북한․통일 문제에 대한 대안에서 차별성을 확보할 때만 의미가 있다며 “뉴라이트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라고 강조했다. 또 뉴레프트에 대해서는 “진보세력의 전통적 상징인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21세기의 사회 경제적 조건에 맞게 정교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며 “경제적 자유와 시장의 활력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개인의 자기 책임 원칙에 대한 존중이 필수적”이라고 충고했다.

    “뉴라이트, 한나라 외연에만 묶여있는한 올드라이트 회생에만 기여하고 마감될수도”

    반면 열린당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의 이승환 실장은 “한국 뉴라이트는 보다 ‘자유주의자’다워야 한다”며 뉴라이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실장은 “자유주의라는 것은 타자의 자유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관용이 자유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뉴라이트 조직의 목적을 ‘좌파 성향의 정권 출현 저지’로 삼는 식의 태도는 자유주의에 대한 무지이자 색깔공세의 재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유주의가 아니라 ‘타자의 다름을 못견뎌 하는’ 불관용과 배타성 그리고 최악에는 포퓰리즘적 선동과 불관용의 결합이라는 매우 위험한 요소가 뉴라이트에 존재하고 있다”며 “뉴라이트도 현재로서는 그들이 증오해마지 않는 좌파나 구보수와 동일한 병증을 나타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데올로기적 집착 혹은 편향에 의한 배타성이 포퓰리즘과 결합될 때 생기는 역사의 광기는 언제나 ‘비극’으로 발전한다”며 “뉴라이트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보다 풍부하게 할 중요한 흐름의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뉴라이트의 대북정책과 관련, “북한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인권을 강조하는 태도는 다분히 위선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 인권 개선의 목적 달성에도 비효율적”이라며 “이들은(보수 혹은 뉴라이트) 오히려 당면한 북한 주민의 참상에는 눈감으면서 공허한 인권과 정권교체라는 정치구호만 남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뉴라이트가 가야할 길은 함량미달의 자칭 자유주의인 올드라이트와 치열하게 투쟁해 자신의 ‘새로움’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뉴라이트가 반공수구와 우파자유주의의 동거체인 한나라당의 외연에만 묶여 있는 한 자유주의의 다양성을 억제하고 올드라이트의 회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마감되고 말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남경필, 김근태는 '칭찬', 유시민은 '혹평' 눈길

    “좋은 정치인 김 장관, 양극화 해소할 것 같다”
    “유시민, 극단적 신자유주의 표상으로 한계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좌장격인 남경필 의원은 30일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인물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목하며 “좋은 정치인”이라고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남 의원은 이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새정치수요모임의 ‘한국정치의 새로운 비전을 찾는다’ 토론회에서 “열린당이 양극화 해소는 잘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양극화 문제가 더 심화됐다”며 “김 장관은 좋은 정치인으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어 “그러나 김 장관이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인가.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며 “경제성장 위해 급한 것은 규제 철폐인데 김 장관이 경제성장에 대한 진정성을 이야기하려면 규제철폐를 이야기해야 국민들이 믿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 장관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남 의원은 김 장관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열린당 유시민 의원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표상”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세계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 안에는 친절함과 배려,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며 “가족과 지역공동체, 친절과 겸손을 중시하는 아시아적 스탠더드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쟁력 없는 친절함은 비굴함이고 경쟁력만 있고 친절함이 없으면 오만”이라며 “유 의원은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표상으로 그의 경쟁력과 한계가 그런 부분에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남 의원은 한나라당에 대해 “경제성장과 자유에 대한 화두를 놓쳐서는 미래가 없다”며 “선진화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 내 많은 대권 주자가 있는데 누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어떤 주자가 경쟁력과 양극화에 대한 비전을 내놓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어떤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철학적 고민 없는 감세안은 의구심을 품게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