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고위급 회담, 무역전쟁 봉합시도 본격화희토류·기술·보조금 등 산업 패권 갈등 여전미중 갈등 완화시 한국 수출에도 '숨통' 기대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오는 29~30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산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양국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틀째 고위급 무역협상에 돌입했다. 이번 회담은 정상회담을 위한 막판 조율이자, 관세·희토류 등 핵심 갈등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평가된다.

    26일(현지시각) 신화통신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제5차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에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수석대표로 한 중국 대표단에는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동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회담장에 참석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며 "양국 정상이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질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주제에 대해 폭넓은 협의를 진행했다"며 "무역전쟁 휴전 연장, 희토류 수출 규제 등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시아 순방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기자단을 만나 "중국과 논의할 것이 많다"면서 "좋은 회담이 될 것으로 본다. 양측 모두 일정 부분 양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제5차 고위급 회담 … '관세 휴전' 연장될까

    이번 회담은 지난 4월 이후 제네바·런던·스톡홀름·마드리드에 이어 다섯번째 고위급 미중 무역협상이다.

    양국은 올해 상반기 내내 관세 인상 공격과 수출통제 조치를 주고받으며 대치해 왔다. 지난 7월 일시적으로 '관세 휴전'을 선언했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강화와 이에 맞서는 미국의 100% 추가 관세 검토 예고로 다시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는 양측 모두 부산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분위기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각각 유리한 카드를 활용해 유리한 협상 진행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압박을 통해 중국의 산업 보조금 축소를 이끌어낼 것이고, 중국은 희토류를 전략자산으로 삼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3대 쟁점'은 희토류·기술·수출통제

    이에 따라 이번 협상의 핵심은 △추가 관세 철회 범위 △희토류 및 기술 수출 규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조금 조정 등 세 가지로 좁혀진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기술 이전 강제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기술 자립'을 내세우며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을 축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이 실질적 타협안 마련보다는, 정상 간 회담을 위한 '정치적 합의 초안'을 정리하는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협상 장소로 말레이시아를 택한 것도 상징적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회원국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중국 견제 네트워크'를 강화하려 하고, 중국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서 미국 견제를 상쇄하려는 전략을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회원국 중에서도 미중 양국 모두와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라는 점에서 중립적 회담 장소로 꼽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 연계 동선도 고려해 정상회담 전 마지막 조율의 성격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 ▲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장을 나서는 허리펑 중국 부총리. 출처=APⓒ연합뉴스
    ▲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장을 나서는 허리펑 중국 부총리. 출처=APⓒ연합뉴스
    ◇ 부산 정상회담, 韓에도 '중간자 시험대'

    이번 협상 결과가 부산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한국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아울러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경우, 반도체·배터리·철강 등 한국 제조업 수출에 긍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반대로 합의가 불발되거나 '부분 휴전'에 그친다면 양측의 기술 블록화가 심화돼 한국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 압박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부산이 미중 정상회담의 무대가 됐다는 점만으로도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강화됐지만, 결과에 따라 '중간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미중 모두 "정상회담에서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실질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내에서는 대선과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이, 중국 내부에서는 경기둔화와 실업률 상승 압력이 협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양측 모두 경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진정시킬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서, '부분적 합의' 또는 '관세 휴전 연장'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