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난 10일 핵 능력 자랑 열병식 열어與, 같은 날 '한반도 평화 결의안' 제안결의안엔 '한반도 비핵화·종전선언' 언급野 "허울뿐인 평화 담론이자 현실 외면""北의 완전한 비핵화·실질 억지력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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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모습.ⓒ뉴시스(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핵·미사일 등 전력을 자랑한 열병식을 치른 날, 더불어민주당이 '한반도 평화 결의안'을 제안했다. 북한이 사실상 더 적극적인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북핵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내용 등이 핵심 요지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실을 호도하는 자기기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이야말로 윤석열 정부 시기에 쌓인 남북 간 불신의 고리를 끊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를 복원해야 할 때"라며 김영배 의원 등이 제안한 '한반도 평화 결의안'을 언급했다.김 원내대표는 이번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둔 점을 강조하면서 "평화는 정부만의 과제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도록 모든 의원들과 뜻을 함께하겠다"며 "민주당은 여야 모든 의원들의 초당적 참여와 본회의 만장일치 채택을 요청한다"고 밝혔다.김영배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69명의 의원이 제안한 '한반도 평화 결의안'은 남북 간 적대행위 중단, 대화와 교류 재개 등 내용을 담고 있다.하지만 결의안의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명분에서 제도적인 '종전 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핵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확고한 목표로 견지한다고 언급하고 있다.또한 "전 정부 3년 동안 무인기 침투 등 '북풍'을 조장하는 도발적 행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종전 선언은 북한이 5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요구한 평화협정의 연장선상으로, 필연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라는 조건으로 귀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북한의 집요한 '평화협정' 공세가 이어진 가운데 노무현 정부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체결했고, 성명에는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는 표현을 포함했다.대한민국과의 대화는 봉하고 소통은 결국 미국과만 통하는 '통미봉남' 대남 전략을 꾸준히 구사한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는 결국 일부 효과를 보게 됐다. 2006년 11월 APEC 정상회의 때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종전협정 체결'을 언급하게 된 것이다.이후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선 민주당을 중심으로 꾸준히 '종전선언' 주장이 제기돼 왔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십 년에 걸쳐 주장한 평화협정의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체제 보장은 물론 한미 군사동맹 약화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사실상 논의조차 진전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한반도 비핵화 역시 북핵을 무력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대한민국만 '핵 인질'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미국에 최소한으로 요구할 수 있는 '전술핵 재배치'조차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민주당 69명의 의원이 한반도 평화 결의안을 제안한 지난 10일은 공교롭게도 북한이 매해 북한 노동당 창건을 기념하기 위해 치르는 열병식이 열린 날이다.북한은 지난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을 열고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최신형 미사일의 위용을 자랑했다.북한은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과 우리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분석되는 '화성-11마'를 공개했으며, 다연장 자폭 드론 이동식 발사 차량을 최초로 선보였다.북한 김정은은 연설에서 "(북한군이) 적을 압도하는 무적의 실체로 계속 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중앙통신은 화성-20을 "최강의 핵전략무기 체계"라면서 "절대적 힘의 실체인 전략무기 체계들이 지심(地心)을 울리며 광장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국민의힘은 북한이 우리나라를 향한 핵 위협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하는 '한반도 평화 결의안'은 현실을 외면하는 자기 기만이라고 지적했다.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연일 핵 위협을 고도화하며 심야 열병식에서 화성-20형 ICBM을 공개한 가운데 민주당이 '한반도 평화 결의안'을 제안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라며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며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나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유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허울뿐인 평화 담론이 아니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억지력의 확보"라며 "북한 비핵화를 촉구하며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해도 모자랄 판국에 한가로이 '한반도 비핵화'와 제도적 종전선언을 운운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자기기만이자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핵과 ICBM을 과시한 바로 그날, '한반도 평화 결의안'을 제안한 것은 시점상 매우 부적절하다"며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억제력과 실질적 비핵화를 통해 확보되는 것이며,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종전 선언'이나 '한반도 비핵화'만을 강조하는 접근은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김 최고위원은 "진짜 평화는 힘의 균형과 확장억제의 현실적 토대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평화의 구호가 아닌 비핵화와 안보 현실에 근거한 냉정한 전략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