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전문 변호사 … 사기 코인 감시자 역할 자처'위믹스' 코인 발행사 '위메이드' 고소 사건도 맡아유명인 앞세운 '스캠코인' 피해 급속도로 확산"정치인들의 '친코인 정책', 우리가 알고 감시해야"
  • ▲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인 예자선 변호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경제민주주의21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인 예자선 변호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경제민주주의21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사자교인(獅子咬人)' '한로축괴(韓盧逐塊)', 개는 흙덩이를 쫓고 사자는 흙덩이를 던진 사람을 쫓습니다. 흙덩이(투자심리)가 아닌 사람(거짓말)과 싸워야 합니다" 

    최근 비트코인이 7만달러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비트코인의 상승세에 따라 여론은 들썩였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사기를 목적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유명인을 앞세우는 이른바 '스캠코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스캠코인'은 '스캠(scam·신용 사기)'과 '코인'의 합성어로 사기를 목적으로 발행한 가상화폐를 의미한다. 

    법무법인 '광야'의 예자선 변호사는 스캠코인을 '거짓말로 버는 돈'으로 표현했다. 예 변호사는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 기반이 거짓말로 무너지고 있다"며 스캠코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심리'가 아닌 '거짓말'과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검사에서 금융 전문 변호사로 

    2001년 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3기를 수료한 예 변호사는 수원지방검찰청에서 형사부 검사로 법조인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사내 변호사를 맡으면서 금융 전문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고 현재는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예 변호사는 "투자라는 것은 사업자가 운전하는 차에 승차하는 것과 같다. 기본적으로 이 자동차가 어디로 가는지, 진짜 자동차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 변호사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가상화폐 '위믹스(WEMIX)' 투자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 22명이 코인 발행사인 '위메이드'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 사건을 대리하고 있다.

    위믹스는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지난 2021년 출시한 코인이다. 게임을 통해 돈을 벌고 이를 위믹스로 환전해 현금화할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유통량을 속이고 허위 공시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 코인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가상자산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코인 유통량은 중요한 정보다. 당초 계획보다 많은 양의 코인을 유통하면 발행인은 큰 아익을 얻지만 투자자들은 코인 시세 하락으로 손해를 입게 된다.

    위믹스는 발행인(위메이드)이 당초 유통량 계획을 위반하고 코인을 추가 유통해 이익을 얻었다. 유통 계획서에 따르면 위믹스는 지난해 10월 말까지 2억4500만개 코인이 유통돼야 했지만 7000만개 이상 초과한 3억1800만개 코인이 유통됐다. 예 변호사는 "항상 발행인이 코인을 제일 많이 갖고 있고 코인 발행도 발행인이 한다"며 "본인은 언제든 팔 수 있는 구조여서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 ▲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인 예자선 변호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경제민주주의21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인 예자선 변호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경제민주주의21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스캠코인, 사회시스템 무너뜨려"

    스캠코인은 ▲가상화폐를 만들겠다며 투자금을 받고 잠적하는 유형 ▲거래소에 정상 상장한 뒤 코인 금액이 오르면 일괄 청산하고 달아나는 유형 ▲애초에 가짜 거래소에 상장하고 투자금을 들고 달아나는 유형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스캠코인 발행 업체는 주로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투자자를 끌어모은다. 주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신기술을 강조하고 고배당이나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예 변호사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사회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유명인들을 동원해 '비트코인이 좋다'고 말하는 생태계가 조성되니까 (발행인이)돈을 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 변호사의 전언처럼 실제로 스캠코인 중 유명인을 앞세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현재 유사수신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워너비 그룹'은 배우 소지섭을 모델로 기용해 TV와 건물 옥외 광고 등을 진행했다. 워너비 그룹은 투자자들에게 "55만 원짜리 NFT(대체불가토큰)를 투자하면 매일 1만7800원을 돌려준다"고 홍보했는데 투자금에 따라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형식이다.

    최근 스캠코인 논란이 불거진 '위너즈 코인'도 구독자 200만 명을 보유한 유명 유튜버 '오킹(본명 오병민)'을 앞세웠다. '위너즈'는 종합격투기 선수 등을 육성하고 경기를 중계하는 스포츠 플랫폼이다. 위너즈 코인은 이 플랫폼 내에서 경기를 예측하고 선수를 후원하는데 쓰인다. 그러나 위너즈 코인은 유통량이 극도로 적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구조적 유사성을 띠는 점 때문에 스캠코인 의혹이 제기됐다.

    예 변호사는 스캠코인이 연예인 등을 동원하는 이유에 대해 "유명인의 이미지를 믿은 투자자들이 알아서 코인에 뛰어들기 때문"이라며 "도박처럼 돈 놓고 돈 먹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 ▲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인 예자선 변호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경제민주주의21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인 예자선 변호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경제민주주의21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피해 막으려면 감시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

    문제는 스캠코인과 일반코인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 변호사는 무분별한 스캠코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재로서는 피해자들의 고소·고발로 수사가 시작돼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후에야 재판에 넘겨지는 등 추가 피해 발생에 무방비한 실정이다.

    예 변호사는 모든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다면 드러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一罰百戒)'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기 피해를 인지하면 회사로 찾아가 사업계획을 듣고 통장을 압수한 뒤 투자금을 확보해 사업 실현 가능성이 없으면 '포괄사기죄'로 즉각 고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해금을 포괄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경법상 사기죄는 범죄 수익금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50억 원 이상인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예 변호사는 스캠코인 피해가 개인의 손해로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아 피해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돈을 잃으면 대출을 이용해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족을 넘어 전체 사회의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 ▲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인 예자선 변호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경제민주주의21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인 예자선 변호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경제민주주의21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투기심리 보다 거짓말과 싸워야"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금융사기 역시 디지털화 돼가고 있다. 신종 디지털 금융 범죄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가운데 예 변호사는 경제민주주의21 금융사감시센터에서 스캠코인과 폰지사기 등 각종 금융사기범죄에 맞서고 있다. 

    그는 고발 활동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일반 시민으로서 그나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모두에게 피해가 된다는 걸 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총량이 아니라 자본의 원활한 흐름과 이동"이라고 말했다. 스캠코인이 빈부격차를 심화하는 등 자본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스캠코인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 변호사는 "가상자산 투자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투기심리와 싸우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나 정치인들의 거짓말"이라며 "잘 알고 감시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