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가습기살균제 사용' 폐질환, 천식 발생… 12명 사망옥시와 과실범 공동정범 인정되며 유죄 판결법원 "제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 이행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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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뉴데일리DB
    '유해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판매해 인명피해를 입힌 혐의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 등 13명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제조·판매업체들의 주의 의무 위반으로 98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그 중 12명이 사망했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1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임직원 등 13명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었다.

    공판에서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금고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한모 전 SK케미칼 상무를 포함해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전 임직원 등 9명에게는 금고 2년6개월~4년이 선고됐다.

    상품 제조 의뢰를 받아 남품한 OEM 업체 대표와 공장장 2명에게는 금고 2년~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에 동원되지 않는 형을 말한다.

    재판부는 복수의 제조업자가 동일한 유형의 제품을 제조·판매할 경우 제조·판매 등에 기여한 모두가 공동의 주의 의무가 있다며 '가습기살균제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사건 피고인들과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과실범 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이 공동의 과실로 범죄 결과를 일으켰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범죄를 따로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공범으로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제품이 출시되기 전 동물들을 상대로 안전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제품을 판매했고,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를 시험한 결과 폐질환 또는 천식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봤다.

    아울러 원심의 판단과 달리 전문가 연구 등에 비춰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유해성분 CMIT(메틸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치아졸리논)는 폐 축적 여부보다 폐에 도달하는 양과 노출기간 등이 독성 발현의 주요한 기준으로 보인다며 판단 기준을 달리 적용했다.

    특히 가습기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평소 건강을 염려하는 노약자 등임을 고려해 건강한 성인과 달리 소량의 유독한 화학물질에도 심각한 건강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의 임직원들로서 제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수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제품 출시 후 요구되는 관찰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그 피해를 확대시켰고, 일부 피고인들은 제품 용기에 허위 사실을 기재하는 업무상 과실까지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과실이 다른 공동정범의 업무상 과실과 중첩적·순차적으로 경합해, 불특정다수가 그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폐질환·천식으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가 사망이라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그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원인 규명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소요되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피해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홍 전 대표 등은 2002~11년 유해성분인 CMIT와 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하면서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대표는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CMIT·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살하고 제품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2021년 1월 1심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가습기살균제사태'의 주범이자 이 사건 과실범 공동정범으로 지목된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2018년 대법에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면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자 73명 등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로 징역 6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