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일 세종문화회관서 공연…김민기에 바치는 '아름다운 사람' 감동
  • ▲ 지난 15일 열린 '정재일 콘서트 – 리슨(Listen)' 공연 현장.ⓒ세종문화회관
    ▲ 지난 15일 열린 '정재일 콘서트 – 리슨(Listen)' 공연 현장.ⓒ세종문화회관
    정재일(41)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독콘서트에서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펼쳤다.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재일 콘서트 – 리슨(Listen)' 첫 공연이 연말의 들뜬 기운이 어우러지며 뜨거운 환호 속에 마무리됐다.

    정재일은 1999년 6인조 밴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17세에 데뷔했다. 작곡·편곡·연주·프로듀싱 실력을 바탕으로 영화·드라마·뮤지컬·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다. 2020년 대종상영화제 음악상, 백상예술대상 TV예술상 등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오징어 게임' 이후 열리는 첫 콘서트이자 유니버설뮤직의 클래식 음반사 데카(DECCA)를 통해 발매한 솔로 앨범 '리슨'과 '어 프레이어(A prayer)'의 주요 수록곡들을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이날 정재일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영화 '브로커'·'기생충'의 음악을 각각 20분 분량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지난 10월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버전이다. 정재일의 라이브 연주와 시노그라퍼 여신동이 구현한 환상적인 무대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한 편의 영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 ▲ 지난 15일 열린 '정재일 콘서트 – 리슨(Listen)' 공연 현장.ⓒ세종문환회관
    ▲ 지난 15일 열린 '정재일 콘서트 – 리슨(Listen)' 공연 현장.ⓒ세종문환회관
    정재일 감독은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음악은 굉장히 깊은 세계가 있고 꼬마 때부터 사랑에 빠졌다. 전통 악기를 무대에서 할 때는 록 밴드를 하는 느낌이 든다. 더 자유롭고, 전체적인 구성과 역동성에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여우락페스티벌(2023) 음악감독을 역임한 대금 이아람, 재일동포 3세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국악대상 판소리상 수상자 김율희, 사물놀이 느닷(NewDot), 아쟁 배호영 등의 협연자와 정재일이 직접 꾸린 24인조 오케스트라가 더해져 밀도 높은 사운드를 완성했다.

    공연의 백미는 정재일이 객석에 앉아 있는 김민기에게 바치는 노래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김민기는 민중가요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한 가수이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의 대표다. 학전은 재정난과 위암 진단을 받은 김 대표의 건강 문제로 내년 3월 폐관한다.

    정재일의 기타·피아노 반주에 맞춰 김민기 육성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나올 때는 객석 이곳저곳에서 눈물을 보이는 관객이 많았다. 노래를 부르기 전 정재일은 김민기를 "어린 시절 여러 음악을 찾아 방황하던 시기에 나를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이끈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 ▲ 지난 15일 열린 '정재일 콘서트 – 리슨(Listen)' 공연 현장.ⓒ세종문화회관
    ▲ 지난 15일 열린 '정재일 콘서트 – 리슨(Listen)' 공연 현장.ⓒ세종문화회관
    그는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무적의 삼총사' 등 편곡 작업 작업을 함께해 왔다. 앞서 정재일은 "김민기 선생님이 귀찮아하실 것을 알면서도 제 공연을 꼭 보러와 달라고 연락을 드렸더니 고민해보겠다고 하셨다"며 학전 폐관 소식에는 "너무 안타까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연장을 찾은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은 "음악적 완성도 뿐만아니라 무대 연출의 완성도가 너무 놀라웠다. 특히 마지막 앙코르로 김민기의 곡이 연주될 때는 그 감동에 객석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이 여운이 아주 오래 갈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 여행 온 미국의 50대 남성은 "한 무대에서 서양악기, 한국 전통악기, 기타가 만드는 하모니가 정말 놀라웠다. '오징어게임', '기생충'을 정말 재미있게 봤고 단순히 그 음악들을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정말 놀라운 연주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정재일 콘서트는 16일 오후 6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