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 정의용·서훈·노영민 1차 공판검찰 "탈북어민도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 북한이탈주민법 적용받아야""국내 사법 시스템으로도 탈북어민 범죄점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 ▲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종현 기자
    ▲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종현 기자
    문재인정부 당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강제송환한 이른바 '탈북어민 강제북송'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법정에서 "북송된 어민들이 현재 살아있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허경무·김정곤·김미경)는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의 1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정 전 실장 등의 공소 요지와 법률적 쟁점을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발표했다.

    검찰은 "탈북어민은 헌법과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이탈주민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난민을 강제퇴거할 때도 이의신청을 받는데 탈북어민들은 그런 절차도 없이 북송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탈북어민들이 강제북송된 뒤 현재까지 북한에서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알려진 바 없다"며 "지금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한국은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인데, 이들을 포박해 북송한 것이 정당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탈북어민이 살인자라고 해도 국내 수사와 재판으로도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며 "그것이 헌법상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를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은 "초헌법적 위헌 조치로 위험을 제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법행정 시스템이 미흡한지, 우리 사회가 그러한 조치를 용인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실장 등은 탈북어민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 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정 전 실장은 "탈북어민 2명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인 데다 귀순 의사에도 진정성이 없었다"며 "당시 북송 결정이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서훈 전 국정원장도 "정 전 실장과 의견을 같이한다"며 "북송 결정이 위법이라는 전제 아래서 이뤄진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서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은폐한 혐의로도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은 2019년 11월7일 문재인정부가 해군에 나포된 탈북어민들의 귀순 의사를 묵살하고 북한 측의 요청에 따라 이들을 강제 북송한 사건이다. 이들은 강제북송될 당시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 관계자들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했다. 군사분계선에 다다랐을 때 이들은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거세게 저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어민 2명은 2019년 11월2일 동해상에서 어선을 타고 남하하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군에 나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