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검찰 소환되면 성실히 임할 것… 심려 끼쳐 죄송"좌파 성향 인사 등용 논란에는 "나름 공정성 유지했다 생각"'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로 재판 지연' 지적엔… "동의 못해"
  •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DB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DB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이 도입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인해 재판 지연이 심각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 답변서를 보낸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소환한다면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이달 24일 퇴임하는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법조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서 김 대법원장은 "최근 재판 지연이 심각해진 것은 맞다고 인정한다"면서도 "취임사에 밝혔던 것처럼 신속과 효율도 중요하지만 충실한 심리를 통해 재판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재판을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사 출신 등) 경력 법관들이 늘면서 예전처럼 사명감과 열정만 갖고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법관 수도 부족하다"며 "코로나로 재판이 정지되는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재판이 지연됐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가 없어지면서 판사들이 재판을 열심히 하려는 의욕을 잃었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으로 법원장이 재판을 게을리 하는 후배 판사를 나무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법관이 승진 제도가 있을 때는 성심을 다하고 없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사법 행정 관련 충고와 조언을 할 수 있는 법관이 법원장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이 수석부장, 법원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역량 있는 법관이 더 열심히 일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김 대법원장은 "퇴임 후 검찰에 소환될 수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이라 말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원론적으로 수사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당시 여러 불찰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제가 말도 조심했어야 하고 몸가짐도 조심했어야 했다"고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관련 '거짓말 논란'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앞서 지난 2020년 5월22일 김 대법원장은 임 전 부장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내자 "지금 (민주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하겠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냐"며 거부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김 대법원장은 이를 부인하는 답변서를 국회에 보냈지만 임 전 부장판사가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거짓이 탄로 났다.

    이에 국민의힘은 2021년 2월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김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아울러 김 대법원장은 임기 동안 좌파 성향의 특정 연구회 출신을 주요 보직에 앉혔다는 논란에 서있다.

    그는 "6년간 한 인사가 능력 위주로 적재적소에 공정하게 이뤄졌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법행정자문위원회의 법관인사분과위원회를 만들어 검토를 했고,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고 나름의 공정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 등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에만 4년 근무한 것 등에 대해선 "중요 사건을 맡거나 개인 사정이 있으면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편향된 대법관을 제청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여성과 출신 학교 등을 안배해서 다양화에 힘썼고,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법원장은 2018년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사법농단 3차 조사 결과를 뒤집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선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며 "조사 결과를 보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같은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사법농단 관련 기소된) 법관들의 무죄 판결과 징계 회부 등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강제징용 판결 외에도 긴급조치 관련 판결, 제사 주재자에 관한 판결 등을 거론하며 "나름대로 재판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판결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6년 임기를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사실 6년이 다사다난했다. 사자성어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얼핏 떠오르는 생각인 첩첩산중이다. 산을 넘어도 산이 있었다"며 "그래도 오리무중은 아니었고 갈 방향은 가지고 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균용 후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사법부 신뢰·재판 권위 회복'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다. 어느 대법원장이 그것을 추구하지 않겠느냐. 그런 일들이 잘 진행돼 뜻한 성과를 이루기 바란다"며 원론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