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국빈’, 의전은 ‘하인’, 결과는 ‘허사’
  • ‘혼밥’으로 끝난 국빈방문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2월13일부터 16일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방문 일정을 다 마치기도 전에 ‘굴욕외교’ ‘빈손외교’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중국은 문 대통령 공항 영접에 장관급이 아닌 차관보급인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장조리를 내보냈다. 2016년 10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2017년 1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양제츠(杨洁篪) 국무위원이 공항에 나왔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격이 떨어지는 의전이었다.

    중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했던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주요 인사들과 식사 일정도 안 잡아줘 문 대통령은 ‘열 끼 중 여덟 끼’를 ‘혼밥’을 했다. 청와대는 중국 인민이 즐겨 먹는 식당을 방문해 중국인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려 했다는 궁색한 변명만 내놨다. 시 주석과 리 총리를 제외한 상무위원들과의 만남도 무산됐다.

    왕이 외교부장은 국빈 공식 환영식에서 문 대통령과 악수 뒤 악수한 오른손으로 문 대통령의 왼팔을 툭하고 쳐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다. 한중 경제무역파트너십 행사장에서는 취재하던 우리 측 사진기자 2명이 사설 경호원들에게 뭇매질을 당했다. 대통령 수행기자단이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두 정상 간 만남 역시 ‘맹탕’ 수준이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는 당초 예정보다 회담시간이 1시간 정도 늘어났다며 성과를 부풀리고 홀대 논란을 피해가려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문 대통령의 ‘혼밥’하는 모습만 남았다.

    문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은 형식은 ‘국빈(國賓)’이었으나, 의전은 ‘하인(下人)’이었고, 결과는 ‘허사(虛事)’였다. 외교참사란 이런 경우를 두고 쓰는 말이다.

    문재인의 ‘新사대주의 선언’


    문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사대(事大)의 예를 다했다. 대기업 총수 등이 대거 포함된 역대 순방 사상 최대규모의 경제사절단을 꾸려 동행했고, 자신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와야 할 노영민 주중대사를 ‘난징대학살기념행사’에 보냈다. 김정숙 여사는 ‘국빈방문 일정’으로 베이징에 위치한 악기점을 방문해 중국의 정통 현악기인 ‘얼후’(二胡)를 직접 체험했다.

    문 대통령의 사대는 베이징대 강연에서 절정에 달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마치 중국에 대한 ‘신(新)사대주의 선언’과 같았다.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와 ‘대국’으로, 한국을 ‘작은 나라’로 지칭한 문제의 표현도 이 연설에서 나왔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시진핑 독재에 대해 ‘민주 법치를 통한 의법치국과 의덕치국’ ‘인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정치철학’이라고 수차례나 찬양했다.

    그도 모자라 대만 침공을 공언하고, 중국식 사회주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겠다는 ‘중국몽’을 ‘인류 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통 큰 꿈’이라고 한껏 치켜세우며 한국도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6·25전쟁 때 우리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가(팔로군행진곡)를 작곡한 정율성이 조선인이라는 인연까지 끌어들였다.

    굴욕외교, 혼밥, 기자 폭행 등 여러 구설이 나오는 가운데 이루어진 연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젖 먹은 밸까지 뒤집히게 만드는’ 구차한 사대 장면이었다.

    시진핑 방한을 위해 희생된 국민 안전


    문 대통령의 중국을 대상으로 한 굴종적 태도는 중국 우한시(武漢市)에서 최초 감염 보고가 나왔던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국내 의학계와 의료진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금지와 입국제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시 주석의 방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며 중국의 눈치만 살피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보다 시 주석의 방한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우리나라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자 한국인을 노골적으로 기피했다. ‘정치·외교논리보다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며, 일부 지역에 대한 한국인 입국금지와 입국 시 14일 동안 격리 기간을 당당히 요구했다.

    시진핑이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한 말도 ‘그때는 그때이고, 지금은 지금이다’(彼一時, 此一時也)라는 맹자의 말 앞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우리 국민에게 참기 힘든 굴욕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동맹은 ‘홀대’, 중국에는 ‘사대’

    문 대통령의 중국을 대상으로 한 사대는 동맹 ‘홀대’로까지 이어졌다. 2021년 4월20일,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포럼이 ‘세계 대변화 국면’이라는 주제(부제: 글로벌 거버넌스와 일대일로 협력 강화)로 열렸다.

    이날 문 대통령은 개막식 영상메시지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는 포용과 상생의 길이며 인류 공동의 위기인 코로나를 극복하는 데에도 중요한 가치이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구동존이’는 중국이 상대국에 ‘왜 우리의 가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따질 때 주로 쓰는 표현’으로, 시 주석이 강조하는 외교 기조다.

    이 포럼에는 미국의 동맹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참가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자리에서 중국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한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 편’이라는 견해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에서는 ‘시 주석 방한에 집착해 실리와 동맹을 포기했다’는 우려와 비판이 대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큰 나라와 작은 나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서로 존중하며 동등하게 협력할 때 인류의 미래도 지속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큰 나라는 ‘중국’이었다.

    시진핑에 ‘충성’을 다짐한 중국대사


    문재인정부 첫 주중대사였던 노영민은 2017년 12월5일,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시 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提呈)하며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고 썼다. 만절필동은 ‘황하는 일만 번을 꺾여 굽이쳐 흐르더라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으로, 중국 황제를 향한 변함없는 충절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노 대사가 단순히 중국의 환심을 얻기 위한 수사(修辭)로 사용했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 특사로 방중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하며 ‘폴더폰급’ 인사를 했다. 외교관계에서 한 나라의 정상과 국민을 대신하는 특사가 상대국 정상에게 허리를 굽히는 것은 의전 관례에서 한참 벗어난 행동이다.

    이날 시진핑은 직사각형으로 된 테이블 중앙에 위치한 상석(上席)에 앉아 이 대표와 면담을 진행하는 결례를 범했다. 시진핑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이 특사 일행이 보고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2018년 3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진행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역시 상석에 앉은 시진핑과 면담하는 의전굴욕을 당했다.

    이에 반해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특사로 갔던 김무성 전 의원은 시진핑과 나란히 배치된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2019년 4월 아베 신조 총리의 특사로 방문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일행도 시진핑과 서로 마주보며 면담했다.

    왕이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간 외무장관

    2021년 4월3일, 푸첸성(福建省) 샤먼(廈門)에서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장관회담을 가졌다. 외교장관 단독회담을 개최국의 수도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 아닌 장소에서 가진 것은 한중수교 이후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대만(臺灣)해협과 인접한 샤먼은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최전선으로, 1958년 중국이 금문도(金門島)를 포격할 때 전초기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가속화되던 시기에 정 장관이 샤먼까지 가서 회담을 한 것은 ‘대만문제에 대해 한국은 중국의 입장을 옹호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봐야 한다. 

    직항기도 없는 곳에 대통령 전용기까지 타고 갈 만큼 긴급한 논의 안건도 없었다는 점은 당시 샤먼 회담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정 장관의 샤먼행은 ‘대국’의 부름이 있으면 ‘소국’은 당연히 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왕이 부장의 부름을 받고서 푸첸성으로 ‘쪼르르’ 달려간 모양새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외교에서 의전을 가장 중시하는 외교 수장이 의전 관례를 깡그리 무시함으로써 국격을 손상시킨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호재락’(一呼再諾, 주인이 한 번 부르면, 종이 ‘네, 네’ 하고 대답하며 달려간다는 뜻)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외교 결례에 침묵으로 일관한 문 정부


    문 대통령부터 정부 고위인사들까지 줄줄이 5년 내내 의전 박대를 당했지만, 문 정부에서 이를 문제 삼거나 항의하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그런 푸대접이 당연한 것이라는 듯 2020년 11월 왕이 부장이 방한했을 때는 문 대통령은 물론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당 대표 등 여권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총출동해서 줄을 서다시피 했다. 걸핏하면 일본과 미국을 향해 얼굴을 붉히며 날을 세웠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외교는 의전에서 시작해서 의전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의전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외교무대에서 의전 관례가 지켜지지 않으면 ‘국격’이 손상된다. 상대국으로부터 무례한 의전을 받고도 가만히 있으면 어김없이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까딱하다가는 상대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까지 만만하게 여기는 ‘국제 호구’로 전락하게 된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외교의 기본을 무시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는 자주외교를 주장하기 전에 뒤틀어진 의전 기강부터 바로잡았어야 했다.

    [편집자 주]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문재인정권이 5년 동안 남긴 커다란 상흔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문재인정권이 대못을 박아 놓은 반시장·친사회주의 정책들이 윤석열정부 앞에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비정상적 국정 운영으로 나라를 망가뜨렸다. 대한민국은 경제·외교·국방·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쉽사리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그 상처도 깊다. 국격(國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나라 곳간도 거덜났다.

    떼쓰기로 헌법을 농락하는 이른바 ‘촛불정신’을 팔아 반시장주의자의 입맛에 맞는 ‘적폐청산’에 돌입했다. 전체주의 국가의 공포정치가 그렇듯 법치와 상식을 벗어난 뒷방인사와 여론재판으로 사법부와 언론마저 장악했다. 문재인정권의 도를 넘은 ‘편 가르기’ 정책으로 국민들 간 정치적 반목과 대립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이데올로기 대혼돈의 시기로 되돌아간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특히 상식과 공정을 파괴한 문재인정권에 분노했다. ‘조국사태’로 대변되는 문 대통령과 586 운동권 인사들의 ‘내로남불’과 ‘아시타비(我是他非)’는 이제 민주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정부를 포함, 앞으로 들어설 정권들이 다시는 이 같은 무지와 오기, 당파적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문재인정권의 정치적, 정책적 과오들을 낱낱이 기록하고 기억해야만 한다. 문재인정권의 패악질은 정권이 바뀌었다거나 더 강력한 패악정권이 나타났다고 해서 잊어서는 안 될 만큼 심각하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기에, 대한민국 국민의 기억에 일목요연하게 저장해 놓아야 한다. 뉴데일리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기막힌 실정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