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더니… "한국의 메우기"까지 주장하는 중국"머리 깨지고 피 흘릴 것" 尹에 협박하더니, '블랙핑크 때리기'까지'습관적 한한령' 대응법… '센카쿠 분쟁' 中에 대처한 日 사례 살펴야
  • 2019년 12월 23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한 후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2019년 12월 23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한 후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5월29일 칼럼을 통해 "한국은 실용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경제 전망은 극도로 걱정스러울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연하다"는 주장의 기저에는 한국을 향한 중국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역사적으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며 역사왜곡성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했다. 중국에 문제제기하고 항의하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이자 "대국(大國)"이라고 추어올렸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우리나라를 "소국(小國)"이라고 칭하며 자세를 낮췄다. 

    시 주석의 역사왜곡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중국이 번영하고 개방적이었을 때 한국도 함께 번영하며 개방적인 나라로 발전했다. 당나라와 한국의 통일신라, 송나라와 한국의 고려, 명나라와 한국의 조선 초기가 양국이 함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대표적인 시기"라고도 말했다.

    "중국몽(中國夢)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며 전체주의 국가인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에 사실상 힘을 싣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할 말을 하지 못한 것은 또 있다. 바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관련해서다.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맞서 방어용 무기인 사드를 배치한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중국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내리고 대대적인 무역제재로 보복했다.
  • ⓒ블랙핑크의 웨이보 공식 계정
    ▲ ⓒ블랙핑크의 웨이보 공식 계정
    윤석열정부가 "상호 존중에 기반한 (호혜적인) 한중관계"를 구현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지만, 한한령 부활의 조짐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는 네이버·다음 등 한국 포털사이트 접속장애가 잇따랐고,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 가수 겸 배우 정용화의 출연이 돌연 무산됐으며, 중국 관영매체는 '주권(主權) 프레임'까지 꺼내 '블랙핑크 때리기'에 한창이다.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는 마카오 콘서트 직후인 지난 5월23일 중국 SNS인 웨이보 계정에 "우리는 이번주 '마카오블링크'(블랙핑크 팬덤 이름)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We were deeply touched by our 'Macanese BLINKs' this week)"고 팬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자 글로벌타임스는 "매커니즈(Macanese)는 마카오에서 태어나고 자란 포르투갈계를 지칭하는 말"로 "평범한 마카오인들을 대표할 수 없는 표현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며 비난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매커니즈'가 아니라 중국인을 뜻하는 '차이니즈'라고 해야 한다며 악플 세례를 퍼부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왜곡된 역사인식, 그리고 한국이 여전히 한·미·일 공조관계의 '약한 고리'라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 힘을 가하면 고리가 끊어질 것이라는 믿음은 중국에 '습관적 저자세'를 취했던 문재인정부를 거치며 더욱 공고해졌다.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하며 대만문제는 북한문제처럼 글로벌 이슈" "장진호전투와 흥남철수작전은 세계 전쟁 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라고 발언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들의 '망언'(妄言), 저주(詛呪) 혹은 협박(脅迫)은 "심각한 외교 결례"를 넘어선 수준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때마다 되풀이되는 중국의 '습관적 보복·위협'을 마냥 두려워하기보다는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y)인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이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자 일본은 '신(新)원소정책'을 채택했다. 일본이 희토류 대체품을 생산하고 희토류 수입선을 다변화하자 결국 손해 보는 쪽은 레버리지를 상실한 중국이었다.

    일본은 2012년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했다. 중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매장 습격사건이 잇따랐지만, 일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본은 2014년 사드의 핵심인 X밴드 레이더를 교토 인근에 배치했다. 중국은 일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지역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점잖게 비난하는 데 그쳤다.

    반면 윤석열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자 중국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고 문재인정부가 비밀리에 약속했다는, '합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3불(不)약속'을 지키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을 '때리면 되는 나라'로 일찌감치 분류한 듯한 중국의 인식을 바꾸려면 한국이 중국의 국익이 아닌 한국의 국익에 따라 일관성 있게 행동해야 한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 내 유사입장국들과 연대와 협력을 강화할수록 한국을 향한 위협은 자유민주주의 진영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위협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지게 마련이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한국이 처한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그동안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급성장을 거듭해온 중국경제가 이미 둔화단계에 진입한 현실, 중국의 산업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한중 경제관계가 보완구조에서 경쟁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현실, 경제를 볼모로 안보를 위협해온 그간 중국의 행동 패턴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사드사태로 혹독한 교훈을 얻은 한국기업들은 '탈(脫)중국화'에 나서고 있다. '경제가 안보이고, 안보가 경제'라고 외쳐온 윤석열정부는 미국·대만·일본 등 유사입장국들과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동맹인 '칩4(팹4) 동맹'을 맺었고, 미국 주도 다자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처음으로 타결한 '공급망 협정'에 이름을 올렸으며, 핵심 광물 부국(富國)인 태평양 도서국과 '2023 한·태평양도서국 정상선언'을 발표하는 등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늦었지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중국의 착각(錯覺)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되 국제법과 국제규범, 상호 존중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상식(常識)만이 당연할 뿐이다. 중국이 착각을 버릴 때 비로소 중국은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