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시의회, 세종시 반발에도 조례안 강행… "특정인 3연임 위한 포석"시장 몫 추천 줄이고 시의회 몫 늘려서… 출자·출연기관 임원 '좌지우지'민주당 이춘희 전 시장, 특정 재단 대표 임기 연장 결정해 놓고 물러나세종시,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소송 제기… "협치 어디 갔나" 개탄
  • ▲ 김종률 세종문화재단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뉴시스
    ▲ 김종률 세종문화재단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세종시의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세종문화재단 대표의 3연임을 위해 조례를 무리하게 개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더욱이 세종시의회는 협치 등의 명목으로 세종시 측에 '의원 쌈짓돈'에 해당하는 재량사업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임원 추천' 민주당 장악 신호탄 

    5일 세종시 등에 따르면,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은 지난 3일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일부 개정 조례안'을 공포했다. 

    상 의장은 "지방자치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공포했다"며 "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이 구조적으로 약화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채성 시의원(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개정 조례안은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임원 추천위원회 구성을 시장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이사회 추천 2명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시장 추천 3명, 시의회 추천 2명, 이사회 추천 2명에서 시장 몫 1명을 줄이고 시의회 몫 1명을 늘리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최민호 시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시의회의 장악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종시의회 정원은 20명이다. 이 중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13명으로 시정(市政)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은 7명에 불과하다. 개정 조례안 공포로 향후 지자체 산하 기관 인사에 민주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개정 조례안과 관련해 세종시 측은 상위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며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으나,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시장까지 나서서 조례안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상 의장이 조례안을 직접 공포하면서 묵살됐다. 개정된 조례안은 오는 23일부터 효력이 인정된다. 

    세종시는 고심 끝에 대법원에 '출자·출연기관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지방의회에서 협치가 실종됐다"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 ▲ 제81회 2차 본회의 '세종시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 결과. ⓒ뉴시스
    ▲ 제81회 2차 본회의 '세종시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 결과. ⓒ뉴시스
    '임을 위한 행진곡' 김종률 알박기… "시의회가 3연임 방탄 골몰"

    세종시 안팎에서는 "세종시의회가 시의 강한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조례 개정을 밀어붙인 것은 사실상 김종률 세종문화재단 대표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대표의 3연임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혹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 대표는 민주당에는 상징적 인물이다. 이춘희 전 세종시장에 의해 2020년 2월20일 세종문화재단 대표로 임명됐다. 물론 이 전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당초 지난해 2월19일자로 임기가 끝났으나, 이 전 시장이 재임명해 2024년 2월19일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전임 시장의 대표적 '알박기 인사'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최 시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최 시장은 당선 이후 세종문화재단을 세종문화관광재단으로 확대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세종시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도 발의해둔 상태다. 기존 문화재단을 새로 꾸려 재단 운영의 폭을 늘리고 사업을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다. 조직 확대개편에 따라 새로운 가치와 패러다임을 제시할 신임 대표를 물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발의한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적용될 경우, 세종시 출자·출연기관인 세종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세종시의회, 다시 말해 민주당의 입김이 작용한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현 김 대표의 임기 연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사단을 두고 "시의회가 김종률 방탄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세종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번 조례 개정안은 김종률 대표와 세종문화재단을 대상으로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나 공단은 지방 공기업에 관련된 법률에 따라 이제부터 설립이 되는데, 개정 조례안의 영역 안에 문화재단이 들어가게 된다"고 꼬집었다.

    류제화 국민의힘 세종시당위원장은 "세종시문화재단 정관상 대표는 세 번 연임은 못하게 돼 있으나, 문화관광재단 설립과 관련한 조례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소희 국민의힘 세종시당 대변인도 "민주당 시장 재임 시절에는 한마디 없다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제 와서 시의회의 권한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개정 조례는 현재 시장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지방자치법 등에도 반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이는 민주당 몫의 인사를 챙겨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김종률 대표를 지키기 위함이거나 후임을 민주당 쪽 인사로 앉히려는 움직임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총선 출마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뉴데일리는 이와 관련한 김 대표의 견해를  듣기 위해 세종문화재단 비서실을 통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 ▲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이 3일 논란을 빚는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일부 개정 조례안'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이 3일 논란을 빚는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일부 개정 조례안'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의회 구악(舊惡) 여전… "1인당 1억원, 20억원 예산 배정 요구"

    세종시의회가 시의 요구를 들어 주는 대신 총 20억원의 '재량사업비'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재량사업비는 기초의회나 광역의회 의원이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 등에 재량껏 쓸 수 있는 예산으로, 일종의 '눈 먼 돈'으로 불린다. 악용 사례가 많아 2013년부터는 지방재정법상 금지돼 예산항목에서조차 사라졌다.

    세종시 관계자는 "우리가 문화관광재단 설립을 위한 조례 통과를 부탁하러 갔던 자리에서 재량사업비 이야기가 나왔다"며 "그 문제에 대해 한쪽에서는 거래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가볍게 던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준배 세종시 경제부시장은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조례 통과 등 여러 가지 사안을 받아 주는 대신 의회에서 의원들의 재량사업비를 달라고 하는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의 요구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광운 국민의힘 세종시의회 원내대표 역시 재량사업비 요구 의혹이 사실이냐는 뉴데일리의 질문에 "맞는 이야기"라고 확인했다.

    일종의 구악(舊惡)을 세종시의회가 직접 요구했다는 의혹이 세종시 고위공무원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기되면서 시의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 의장은 시의원 1인당 1억원씩 총 20억원의 예산 배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 의장은 그러나 지난 3일 재량사업비 요구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허위사실이 유포됐고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