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달 1일부터 '현금 없는 버스' 108개 노선, 1876대로 확대운행 시작노인층 대부분 카드 소지… 카드 이용 불가 및 교통카드 잔액부족 등 지적도시 "QR코드로 계좌이체 안내… 시민 반응 검토해 정책 지속 보완해나갈 것"
  • ▲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버스가 서울역 버스환승센터로 들어오는 모습. ⓒ안선진 기자
    ▲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버스가 서울역 버스환승센터로 들어오는 모습. ⓒ안선진 기자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카드만으로 버스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현금 없는 버스' 운행을 대폭 확대했다. 현금 이용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노인층 승객은 대부분 카드를 소지해 큰 불편은 겪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노인·관광객·학생 등 취약계층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보완해나갈 방침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1일 기존 18개 노선, 436대였던 '현금 없는 버스'를 이달부터 108개 노선, 1876대로 늘려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전체 시내버스 중 '현금 없는 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6%에서 25%로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시내버스 현금 이용객 비율은 0.6%에 불과했으며, 2021년 말부터 해당 정책을 시범운행한 결과 요금 회수율은 9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사가 운전 중 잔돈을 계산해야 하고, 돈통에 승객들이 부딪혀 다치거나 옷이 걸려 찢어지는 안전사고도 발생했다고 시는 전했다.

    '현금 없는 버스' 대폭 확대… 노인층 대부분 "불편 없다"

    이날 뉴데일리는 '현금 없는 버스'가 자주 다니는 서울역 버스종합환승센터에서 다양한 연령대 시민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특히 비교적 현금 이용률이 높아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노인층 승객을 대상으로 집중취재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본지 취재에 응한 모든 노인승객이 "늘 카드만 이용해 불편함이 없다"고 답했다. 60~80대 승객 10여 명은 "카드를 주로 쓰지 현금은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고, 한 노인은 "카드가 현금보다 100배 낫다"고도 말했다. 2030 청년세대 역시 대부분 카드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떠한 불편도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일부 승객은, 현금을 주로 이용하거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은 불편이 있을 수 있어 정책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가 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승객들을 위해 계좌이체를 할 수 있도록 안내문을 붙였지만 이 역시 어렵다는 인식이다.

    이모(65·남) 씨는 "간혹 카드를 잊고 그냥 집에서 나올 때가 있다. 계좌이체하라고 써 놓은 경우도 봤는데, 노인들은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갑자기 돈통을 없애버린다니 당황스럽지만 여러 어려움을 고려해 정책을 수정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모(23·남) 씨 역시 "우리와 같은 젊은층은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겠지만 노인이나 외국인들은 현금 이용률이 높아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신용불량자와 같은 취약계층도 고려하는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 ▲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정책을 알리는 안내문이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게시된 장면. ⓒ안선진 기자
    ▲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정책을 알리는 안내문이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게시된 장면. ⓒ안선진 기자
    서울시 "여러 선택지 두며 정책 보완해 나가겠다"

    이 같은 우려는 커뮤니티 게시글에서도 드러났다. 교통카드에 잔액이 없어 현금을 내야 하는 경우 등도 우려의 대상이었다. 

    '카페 강봉원'에는 "카드가 충전된 줄 알고 버스를 타다 '잔액부족'이 급히 나와 현금을 낸 적이 있다" "교통카드를 안 쓰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만들 때 교통카드 기능 신청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서울에 오면 버스 이용이 어려울 것"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서초엄마들의모임'에는 "현금 받는 버스 기다리다 시간만 간 적이 있다" "다 카드 쓸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건 아닌데 너무 일방적인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선택권이 없어지지 않나" 등의 반응도 달렸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현금 없는 버스'와 관련한 이 같은 지적에 "카드를 어디서 구입해야 할지 모르는 승객들이 많아 계좌이체 안내문을 붙였다. 버스 안에서뿐 아니라 집 또는 편한 장소로 이동해 납부가 가능하고, 안내서에 QR코드가 있어 어플 다운이 용이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금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신용불량자 등의 경우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해 쓸 수 있다. 개인정보 등록은 자유"라며 "시민 반응과 불편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확대운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책은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