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연극인 비투코인 투자기, 4~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 ▲ 연극 '자연빵'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 연극 '자연빵'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지난해 청년 세대의 신용대출액은 118조 원으로 2019년보다 25% 늘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을 내서 투자)란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청년층의 부동산·주식·코인(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이어진 결과다.

    "방송과 뉴스에서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왜 2030세대들이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그렇게 꿈꿀 수밖에 없는지 관심을 갖게 됐어요. 개인의 욕망 때문인지, 불공정한 사회구조의 문제인지 그 이유를 묻고 싶었습니다."

    극단 앤드씨어터 대표 전윤환 연출가가 자신의 실제 코인 투자기를 1인극으로 풀어낸 새로운 다큐멘터리 형식의 연극 '자연빵'을 4일부터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작품은 지난해 6월 신촌극장에서 초연했으며, 올해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Sync Next) 22'에 선정돼 관객과 다시 만난다. 제목인 '자연빵'은 도박 용어의 일종으로 '속임수를 쓰는 것이 아닌 자연적인 실제 실력으로 게임을 한다'는 의미다.

    전윤환 연출은 "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내 모습이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의미에서 다큐멘터리 장르와 잘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밝혔다. 2018년 강화도로 귀촌해 자연과 함께 사는 연출가의 모습과 빵이라는 단어에 담긴 먹고 사는 '삶에 대한 의미'를 표현하기도 한다.
  • ▲ 연극 '자연빵'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 연극 '자연빵'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전윤환은 작가·연출·퍼포머로서 혼자 극을 이끌어나간다. 그는 공연 시작과 함께 티켓 수입의 일부를 비트코인에 실시간 투자하는 행위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오븐기에 빵을 직접 굽기도 하고, 막걸리를 마시며 빵을 우걱우걱 먹는다.

    "연극하는 제 또래들 중에 자본이 없기 때문에 주식이나 코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는 배우가 투자를 했다고 하더라요. 연극계까지 흘러들어온 걸 보면서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다하고 있겠다 싶었어요."

    "작년 2월 100만원으로 처음 시작했는데 일주일 만에 200만원이 됐어요. 100만원을 2번에 걸쳐 추가로 넣어 총 300만원을 투자했어요. 한 달도 되지 않아 900만원이 되는 걸 보고 눈이 돌아갔죠. 연극으로 벌어들인 전 재산을 넣었는데 며칠 만에 1000만원이 사라지더라고요. 눈물이 났어요." 

    "아티스트는 출근도 퇴근도 없지만 저는 퇴근을 만들고 싶었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었던 전윤환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돈을 벌어야한다는 진심으로 참여했어요. 지금 마이너스 74%다. 작년 신촌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티켓 수익률의 80%를 청산당했어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전윤환은 극 말미 "얼마 전 친구에게 이젠 사랑도 희망도 절망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이 연극에 희망은 없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예술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많이 던지지만 저는 오히려 가짜 희망을 말하는 것 같아 괴롭고 힘들었어요. 지금은 절망적인 상황을 직시해야 할 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