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옷값, '품위유지'명목으로 청와대 특활비를 써서는 안돼대통령 퇴임 이전 의상과 장신구류는 국가에 반환해야 마땅
  • ▲ 김정숙 여사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집트 한국문화 홍보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현지 홍보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 김정숙 여사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집트 한국문화 홍보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현지 홍보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퇴임을 불과 1개월여 앞두고 대통령 부인이 지난 5년간 착용했던 의상과 장신구 관련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한 시민단체가 김정숙 여사를 강요, 업무상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국고 등 손실)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김정숙 여사 의상비 지출 등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청와대 측이 항소함으로써 시간을 벌어 관련자료들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여 최대 15년간 '봉인'할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김정숙 여사는 튀는 의상과 행동들로 국민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면서 대통령 임기 내내 구설수에 올랐었다.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에 대해 시종 함구하고 있던 청와대가 3월 29일 "임기 중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활비 등 국가예산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고 발표했다. 구입비용 지출 내역에 대해서는 "개인적 사비 부담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외교'를 '패션쇼'라고 비난하며 '옷값'을 문제 삼았던 현 정권의 '내로남불'의 모습이다.

    지난 2018년 '한국납세자연맹'이 "김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비용과 관련된 정부의 예산편성 금액 및 지출 실적"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청와대가 "국가 안전 보장, 국방, 외교관계"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었다. 지난 2월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대통령 내외 의전비용 등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해 청와대가 불복하고 항소하자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특활비 사용 명세가 공개되지 않는 한 의혹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의 법적 배우자일뿐 공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의상이나 장신구 구입을 '품위유지'라는 명목으로 청와대 특활비를 써서는 안 된다. 공식행사를 위한 특별한 의상이기 때문에 청와대 특활비로 부담한다는 논리라면 대통령 퇴임 이전에 이들 의상과 장신구류는 국가에 반환해야 마땅하다.

    현재 야당도 대통령 부인의 의상과 장신구류 구입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국민청원이 올라가 있다. 청원인은 "김정숙 여사의 사치와 낭비, 정상외교를 핑계삼은 해외여행으로 국민혈세 낭비" 등을 주장했다. 실제로 김정숙 여사는 해외 순방이 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역대 대통령 부인의 해외 순방 횟수가 이희호 여사 24회, 권양숙 여사 25회, 김윤옥 여사 28회인데 비해 김정숙 여사는 48회에 달한다.

    작년에는 결혼해서 나가 살던 문재인 대통령의 딸이 가족과 함께 청와대 관저에서 거주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법령 위반이나 부적절한 사항은 없다며 경호 안전상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일이 있기 전 김명수 대법원장 공관에 아들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비난이 쏟아진 일도 있었다. 국민들이 이런 일들을 문제삼는 건 이들에게 국민의 세금이 쓰였는지 여부이기 때문에 '경호 안전' 운운하는 해명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은 부부나 가족간의 사적 식사에 드는 식자재 비용도 대통령 부부가 낸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 "가족 식사 및 치약·칫솔 비용 등 생활비 전액을 사비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결혼한 딸 가족까지 청와대에서 거주했던 문 대통령 가족의 생활비 전액을 사비로 처리했는지는 증빙서류가 공개되지 않는 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청와대가 '국가안보'나 '사생활 침해' 운운하며 관련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며 의혹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 옷값 관련하여 여론이 비등하자 뒤늦게 청와대가 대통령의 5년간 수입(20억원)과 생활비(13억원)를 공개하며 "대통령 부부의 관저 생활비 일체 및 개 사료비까지 개인 비용으로 부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청와대특활비 지출 내역 등 관련 증빙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한 국민의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솝우화'에 '양치기 소년' 얘기가 있다. 평소에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로 동네사람들을 자주 골탕먹인 탓에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 때에는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해 소년의 양들이 모두 늑대에 잡혀먹었다는 얘기다. 평소에 거짓말을 자주해서 신뢰를 잃은 사람이 정작 진실을 얘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다. 국가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이번 김정숙 여사 옷값에 관한 시비가 '양치기 소년'의 경우와 같기를 바란다.

    김정숙 여사는 튀는 의상 못지않게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로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 배우자'라는 빈축을 샀다. 해외순방 중 방명록에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과 "김정숙" 이름을 병기(倂記)한 사실이나 해외순방 현지행사에서 대통령보다 앞서서 걸어가는 김정숙 여사의 모습들도 국민의 비난을 샀다. 이런 낯뜨거운 모습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 대통령 내외가 지난 5년간 보여온 '내로남불' 행보의 수준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대통령 부부에게는 퇴임 후에도 현직 대통령, 부통령, 주지사(해당 주에서), 연방하원의장, 연방대법원장 다음의 공식서열이 부여된다. 전직대통령 부부로서 걸맞는 품위를 지키며 국민들로부터 예우를 받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부부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한다는 소식으로 시끄럽다. 퇴임하는 대통령에게는 의례적으로 수여하는 훈장이라지만 김정숙 여사가 무슨 공적(功績)이 있어 고가(高價)의 훈장을 주느냐는 것이 비난의 핵심이다.

    대통령 부인이란 지위는 세습 왕조의 '왕비'도 아니고 국민이 내려준 '감투'도 아니다. 대통령 퇴임을 코앞에 두고 오죽하면 국민들이 나서서 대통령 부인의 공식석상의 옷이 180여벌, 장신구가 200여 점이라며 옷값 출처를 밝히라고 하겠는가? 어설픈 해명 대신에 민심의 뜻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