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선은 무능·부패·위선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국민은 윤석열의 타협하지 않는 소신 행보에 열광한 것 文정부 5년간 무너진 헌정질서와 파괴된 법치에 눈감아서는 안돼
  • ▲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3·9 대선의 결과는 초박빙 승부였지만 역시 이변은 없었습니다. 밤이 조금 길었을 뿐입니다. 국가와 자치단체 모두를 장악한 172석의 민주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닌 선거에서 패배했고 2기 집권에 실패했습니다. 20년, 50년을 장담하던 정당이 불과 5년 만에, 탄핵당한 정당에게 패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무능, 부패, 위선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었고 백성을 호랑이보다 더 무섭게 알라는 경고였습니다. 

    20대 대통령은 매우 힘든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죽고 사는’ 문제와 ‘먹고 사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문 정권이 파괴한 헌정질서를 대청소해서 정상적인 국가로 회복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는 크기와 깊이에 있어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고 복잡하고 심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하 당선인)에게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 함께 가는 것

    첫째,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입니다. 앞에서 끌기만 하면 뒤에 있는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문 정권의 독주와 독선을 본받아서는 안 될 것이며, 문 정권과 같이 지지층에만 기대어 국정을 운영해서도 안 됩니다. 권위주의와 결별하고 패권주의를 뛰어넘는 민주적 리더가 되셔야 합니다. 

    둘째, 대한민국은 ‘죽고 사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외교와 안보는 지난 5년간 골병이 들었습니다. 한미동맹은 형식적 동맹으로 전락했고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추락해 있습니다. 한중관계는 군사외교주권을 중국에 내줄 정도로 저자세로 일관했습니다. 모두 제자리로 돌려놔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외교안보의 골병은 문 정권의 북한 김정은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문 정권의 이러한 태도로 돌아온 건 더 커진 북핵과 미사일 위협뿐입니다. 당선인께서는 대한민국 국민의 죽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셔야 합니다.

    셋째, 대다수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입니다. 역대 정부는 청년실업이나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였지만, 해결은커녕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 정권은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만들어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전부였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자영업자의 삶을 지켜주고, 일자리가 없어 헤매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며, 부동산 가격안정을 통해 국민의 안정된 주거를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많은 양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정책에 집중해야 합니다. 5년이 생각보다 짧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公約을 空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겠지만,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도 안 됩니다. 인기 있는 일보다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은 자기 진영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또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이나 한미 FTA 체결도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은 국가를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문 정권에서는 나라엔 절실하지만, 인기 없는 개혁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참모 뒤로 숨지 말길

    다섯째, 역대 대통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하면서 무슨 숙원사업처럼 여겼습니다. 이제는 남북정상회담 집착증에서 확실히 졸업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업적으로 목멜 이유는 없습니다.

    여섯째, 갈라질 대로 갈라진 나라를 통합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근소한 표 차는 우리 사회의 분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선인이 기댈 언덕은 정권교체를 열망한 국민의 지지밖에 없습니다. 어떤 경우든 참모 뒤로 숨지 말기 바랍니다. 공은 부하에게 돌리고 책임은 본인이 지는 대통령이 되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당선인의 타협하지 않는 소신 행보에 열광했고, 공정과 정의가 무너진 헌정질서에 공정과 정의를 회복해 달라고 당선인을 불러냈으며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문 정권은 적폐 청산 프레임에 갇혀 미래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자들을 아우르는 통합의 큰 정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통합을 이유로 문 정권 5년의 무너진 헌정질서와 파괴된 법치에 눈감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 지난 5년간 문 정권의 어두운 역사를 덮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왠지 소통이 쉬울 것만 같아 보이는 순수하고 푸근하며 가식 없어 보이는 좋은 인상대로, 5년 후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이 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또 미모의 김건희 여사가 만들어 낼 ‘K-패션’이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게 되길 기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