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 등 심의기구… 정당추천인과 선관위 추천인, 업계·학계 등 단체추천인으로 구성되는데심의위원 대부분이 여당 편향적… 이해관계자인 언론단체와 좌편향 시민단체가 포함된 것도 문제위원 추천단체의 대표성 법정화하고 중립성 제고해야… 정부와 국회 등 타 기관에 의한 감독도 필요
  • ▲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홍세욱 변호사.
    ▲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홍세욱 변호사.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득표율 1% 이내 격차로 승패가 갈린 역대급 치열한 선거였다. 상대 후보 진영에 대한 네거티브(Negative)가 난무하였고 이를 전달하는 언론매체의 불공정성도 눈에 띌 만큼 두드러졌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비전과 논리, 살아온 길 심지어 인간적인 면모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이 유권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야 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은 선거의 공정성을 좌우한다

    현대사회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면모를 접하기 위해서는 언론매체를 통할 수밖에 없다. 언론매체가 전달하는 정보가 결국 유권자들의 정보가 되는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유권자들의 언론 의존도는 지대하다.

    실제로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매체는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으로 인하여 그 정보전달력에 있어 다른 어떤 방법보다 빠르게 전달되고 있으며, 반대효과로서 허위사실 역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전파된다. 이번 20대 선거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Negative) 전략이 두드러진 선거였으며, 네거티브 선거전략의 특성상 언론매체가 선거에 끼친 영향은 결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언론매체들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켰는지에 관하여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정 언론사가 특정 후보 진영의 목소리만을 대변하거나,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을 왜곡시킨 보도가 난무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선거방송 공정성 위한 각종 심의기구 존재한다지만

    선거방송에서 언론매체의 영향이 큰 만큼, 사전에 각 언론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전 노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불공정방송’에 대한 제재조치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공정방송의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선거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언론중재위원회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각각 설치하여 편파·왜곡보도 등 불공정보도를 사후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 과정에서 보듯 선거방송 등의 편향보도 행태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네거티브 공세에 기름을 붓는 불공정 편파·왜곡보도가 더욱 기승을 부린 선거였다.
     각 심의위원회가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불공정성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심의기구 인적구성 '기울어진 운동장'... 객관성·공정성 확보 절실

    선거방송 등 심의기구의 심의위원은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하는 각 1명, 그 외 관련기관이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교섭단체 구성 정당 추천인 각 1명, 중앙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인 1명, 방송사·방송학계·대한변호사협회·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의 추천인 포함 총 9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교섭단체 구성 각 정당 추천인 1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인 1명, 언론학계ㆍ대한변호사협회ㆍ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의 추천인 포함 총 9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교섭단체 구성 정당 추천인 각 1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학계·법조계·인터넷 언론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자를 포함하여 총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정리하면 선거방송 등 심의기구는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추천하는 정당추천인과 업계·학계·대한변호사협회·관련단체 등이 추천하는 단체추천인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중 단체추천인의 경우, 심의기구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특정 단체에 추천인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경우, 이러한 추천기준에 기대어 심의위원 대부분이 여당측에 편향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경우, 추천기관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상 여당측으로 봐야 하며, 방송사, 방송학계, 언론인단체, 시민단체도 야당측 단체에 추천을 의뢰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실상 전문성·중립성을 기대할 만한 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유일하나,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 1인만으로는 여당측 인사가 대다수인 의결기구에서 불공정방송에 대한 정당한 제재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나아가 추천단체 중 방송사와 방송학계, 언론인단체는 스스로가 심의를 받는 당사자로서 이해관계자이기도 하므로 당연히 부적절하다. 언론인단체나 시민단체는 개념 자체도 불분명할뿐 아니라 특정 진영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특성상 전체 언론인이나 시민사회를 대표한다고 보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 의하면 대표성 없는 단체로부터 추천받아 위원을 구성하더라도 문제는 없다. 

    이렇게 구성된 선거심의기구에 객관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적어도 추천 단체의 기준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상 합의제 의사결정 기구는 의사결정의 공정성·객관성을 위해 위원의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방송 등 심의기구에는 단체추천 위원의 제척·기피·회피 제도도 존재하지 않아, 심의기구 자체가 특정 진영을 위해 편향적으로 운영되더라도 문제삼을 방도가 없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상식적인 법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 역시 심의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요소이다.

    선거과정에서 공정방송 실현하려면… 심의기구 인적구성부터 정비해야

    20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의 민낯, 불공정방송에 대한 실효적인 제재조치가 절실하다. 그래야만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주권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선거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목소리는 선거방송심의기구의 도입으로 이어졌지만 심의위원회 인적구성에 신뢰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더 나은 수준의 공정방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위원 추천단체의 대표성을 법정화하여 중립적·전문적 인물로 구성하고, 위원 구성의 균형성을 정부와 국회 등 타 기관에서 감시·감독한다면 머지않아 양질의 심의와 공정방송의 실현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홍세욱 변호사/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