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전태일의 현신이라는 의미일 텐데… 대장동 원주민들의 눈물,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빈민들의 눈물과 한이 서린 대장동 시비 중심에 선 후보의 처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국민 입장에서 최민희의 ‘오버’는 쓴 웃음을 짓게 한다
  • ▲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특보단장에 임명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특보단장에 임명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악수일까, 묘수일까.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최민희 전 의원(이하 의원 생략)을 미디어특보단장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현 듯 든 생각이다. 한 친여매체 보도에 의하면 민주당 측은 이에 대해 "대선 때 특보단이란 일을 만들어내고, 자문을 구하고, 후보가 필요한 일정에 참여하는 개념"이라며 "최 전 의원이 전직 의원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해 온 만큼 언론 관련 이슈 등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참여할 것이다. 특보단이 자체적으로 하는 일은 단장인 최 전 의원 의중에 달려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월간 말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경력을 봐선 최민희가 미디어특보단장에 적합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가 "이재명은 성공한 전태일 열사"라는 낯 뜨거운 아부까지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자기네 대선 후보에 충성스러운 물불 안 가리는 스타일이라는 점까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가 이 후보를 전태일에 비유하며 쓴 표현들은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 “도시빈민의 아들 이재명, 소년공 생활, 검정고시, 수능, 중대 장학생, 사시합격, 연수원에서의 노무현 강연…” “그리고 민변 활동, 성남에서의 시민운동 등을 주욱 훑어보며 전태일 열사가 연상됐다”라든지 “전태일이 검시에 붙고 대학생이 되고 사법고시에 합격했구나. 역사는 시계를 초월해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구나 싶었다” “기대가 생겼다. 우리 사회가 이재명을 통해 도시빈민의 한, 전태일의 한을 풀 수 있을까 하는” 표현 등이 그렇다.

    이재명이 전태일의 현신이라는 의미일 텐데, 대장동 개발로 헐값에 땅을 빼앗기다시피 한 원주민들의 눈물, 그로 인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빈민들의 눈물과 한이 서린 대장동 게이트 몸통 시비 중심에 선 후보의 처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국민 입장에서 최민희의 ‘오버’는 쓴 웃음을 짓게 한다. 특히 최민희가 누군가.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종편 방송의 아부를 한겨레신문 지면을 통해 신랄하게 꼬집은 당사자 아닌가.

    불공정과 비상식 행보의 인사를 껴안는 대선캠프라니

    문제는 또 있다. 바로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젊은 세대가 조국사태 등으로 현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요인 말이다. 지금도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최민희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FKII) 상근부회장으로 일할 때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을 가리지 않고 고정, 비고정의 무분별한 방송 출연으로 지탄을 받았다. 상근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근무 시간에도 방송에 출연해 특혜 구설에 올랐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 세대 뿐 아니라 조기 퇴직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들에게 1억 7천5백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자리조차 지키지 않고 방송에 뻔질나게 출연해 출연료까지 싹쓸이, 정치인으로서 자기 인지도 올리는데 열심이었던 최민희의 행태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최민희의 순탄했던 방송출연은 그야말로 특혜 중 특혜다. 민언련 등 그가 가진 백그라운드 힘이 아니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한 번은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당시 검찰총장 옷을 벗고 야인 생활을 하던 윤석열 후보를 방역 문제로 공격하느라 ‘강원도 비하’ 논란을 일으켰지만 별 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윤 후보가 시장의 한 아주머니의 어깨에 팔을 두른 것을 두고 ‘여자 어깨는 민감하다’며 마치 성추행인양 선동하더니 지난 총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포옹하는 사진으로 내로남불 역풍을 맞는 한심한 경우도 있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 때 윤미향 씨가 위안군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밥도 제대로 사주지 않았다는 이용수 할머니 폭로가 나왔을 땐 “기부금을 그렇게 쓰면 안 된다”며 겉 다르고 속 다른 매몰찬 인권 감수성을 자랑한 것도 최민희다.

    이런 사람이 여전히 온갖 방송에 출연하면서 여권을 위한 불변의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의 막강한 백그라운드 덕에 방송출연은 가능했다지만, 국민이 분노하는 불공정과 비상식, 특혜의 상징처럼 굳어진 이미지의 최민희가 과연 이재명 후보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당사자에겐 일찌감치 초를 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여당 대선 후보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