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에 "7대 비리 없다" 자부하더니… 위장전입·다운계약 '들통'열심히 일한 동료들 '진미위'로 탄압… "모두의 사장 되겠다" 큰소리
  • KBS 사장 후보에 단독으로 오른 김의철 KBS 비즈니스 사장. ⓒ뉴시스/KBS 제공
    ▲ KBS 사장 후보에 단독으로 오른 김의철 KBS 비즈니스 사장. ⓒ뉴시스/KBS 제공
    김의철 KBS 사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사실이 들통났다는 포털 기사에 달린 한 네티즌의 “역시 내로남불 DNA”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댓글을 읽다 진보논객 강준만 교수가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작년 강 교수가 문재인 정권을 연구한 신간을 내면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중략)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의철이야말로 문재인 정권 국정철학에 맞는, 문재인 정권 공영방송 KBS에 꼭 들어맞는 인사 아닌가. 그는 어떤 유형의 인물인가. 언론에 의해 알려진 사실은 이렇다. 김 씨가 1993년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면서 서울 양천구에 사는 친누나 주소지로 위장전입했다. 다음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의철은 1997년부터 8년간 거주하고 2004년 이 아파트를 팔면서 실 매매가 4억원보다 한참 낮은 시가표준액 수준의 1억3900만원으로 신고해 세금액을 대폭 줄였다.

    원래대로라면 2240만원을 내야하는데 다운계약서로 실제 778만4000원만 납부해 약 1461만원의 취등록세 차액을 거뒀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들통나자 그는 "오래 전 일이고, 법·제도가 미비했던 시기였지만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1991년 첫째아이를 출산한 후 아내가 육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아이가 두 살 때인 1993년 장모님이 거주하시는 인천광역시 소재 아파트 바로 앞 동으로 이사해 육아에 도움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육아의 어려움으로 잠시 서울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됐고, 서울 아파트 청약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서울 양천구에 사는 누님 집으로 2년간 위장전입했다"라고 해명했다. 아파트 매입 과소신고 논란에 대해서도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되기 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과세원칙을 지키지 못한 불찰이었다"고 했다.

    이 해명자료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법적으로 문제없는 관행이었지만 사장이 되고 싶으니 미안한 척은 하겠다’ 정도가 될 것이다. 법제도가 미비했던 오래 전에도 김의철처럼 자기 이익 좇아 잔머리 쓰며 살기보다 양심껏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이 훨씬 많다. 김의철은 그런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나.

    김의철은 지원서류에 자신을 ‘인사청문회에 당당히 설수 있는 후보’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KBS 사장은 공영미디어 수장으로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어야 한다” “저는 공직배제 기준인 이른바 7대 비리(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 해당사항이 전혀 없습니다” “저는 30년 전 기자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취재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할 경우 부당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라고 자부했다. 또 “저는 특히 2005년 KBS 탐사보도팀 초대 팀장으로 일하면서 고위 공직자의 재산과 병역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공직자들의 도덕성 검증 기준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거짓말쟁이가 KBS 사장 후보자라니


    한마디로 새빨간 거짓말 아닌가. 위장전입 세금탈루 등의 김의철은 애초 인사청문회에 당당히 설 수 없는 그런 후보였던 것이다. 그가 살아온 인생은 ‘KBS 사장은 공영미디어 수장으로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춰야 한다’는 자신의 말과 반대였다. 그 주제에 그렇게 당당하게 거짓말을 적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정권이 배출한 다른 부패하고 비리 덩어리 인사들보다야 자신이 훨씬 낫다는 비교 우위의 의미였기 때문인가.

    김의철은 자기 아파트 다운계약 사실을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황당한 얘기다. 자기 아파트 계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면 무능의 극치라는 증거에 불과하다. 자기 집안 관리조차 제대로 못하고 관심이 없는 인간이 어떻게 공영방송 수장을 맡아 이끌 수 있겠나.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인 KBS가 이젠 범인 수준조차 못되는 자가 사장을 맡을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난다.

    앞으로 사장 공모 지원서류에 거짓말을 적어놓고도 사과 한마디면 끝나는 '아니면 말고' 식은 없애야 한다. KBS 등 공영방송 사장 지원서류에 허위를 적어놓은 사실이 드러나면 지원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 애초 김의철은 서류검토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할 인물이지 청문회 대상자가 되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가 KBS 수장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 중 또 하나는 심각한 편향적 인식이다. 면접에서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노총, 청와대, 거대 집권 여당의 반헌법적 폭주가 있었다”며 “견제 역할을 KBS가 충실히 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KBS가 김제동, 주진우 등 친문 나팔수에게 고액을 주고 방송 프로그램을 맡겨 국민 선동에 나섰고 ‘저널리즘 토크쇼J’와 같은 진영논리에 찌든 편파프로그램을 만들어 소위 보수세력을 공격해왔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민주당과 정책협약 등을 맺으면 연대해온 언론노조 산하 노조원들이 KBS 시사 주요 프로그램을 맡으며 그들만의 논리를 여전히 전파하고 있다.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KBS는 정권의 앞잡이로서 야당 후보를 표적 삼아 편파보도를 해왔던 사실도 시민단체가 모니터를 통해 국민 앞에 폭로했다. 소위 검언유착이라는 희대의 정치공작 보도를 한 것도 KBS였다. 김의철이 이런 사실들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라도 했나.

    KBS내 불법적 보복기구 ‘진실과미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 정부에서 열심히 일한 동료 직원들에 칼을 들이대며 탄압한 당사자도 김의철이다. 그러면서도 “모두의 사장이 되겠다”고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내가 하면 모두 정당하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DNA의 발현 아닌가. 어느 모로 봐도 김의철 후보자는 결코 KBS 사장이 되어선 안 되는 인물이다. 뻔뻔하게 버텨 사장이 되더라도 이런 수준 이하 인물의 KBS로는 문재인 정권에 부담만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