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로 프레임 주도권 탈환에 성공한 보수, 방구석 유튜버는 이제 버려라
  • ▲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의 한 장면.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 캡처
    ▲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의 한 장면.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 캡처
    마침내 시즌3까지 온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여전히 시청률 20%전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얼핏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장극의 '최고 매운 맛'에 해당하는 드라마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원래 다른 방송국에서 흥행성공을 거둔 작가가 SBS로 옮겨서 전작들을 쓰다가 지금의 펜트하우스 시리즈로 이어진 숨겨진 사연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공중파에서 방송되기에는 상당한 선정성을 가지고 있어 SBS역시 비난을 감수하고 방송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현재 많은 화제를 낳으며 항상 화제도와 검색어 최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특히, SBS의 경우 2020년 언론사 실적부문에서 조선일보와 TV조선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수백 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낮은 시청률과 영업적자로 고전하고 있는 경쟁자 MBC와 크게 대조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출연자들 중 배우 이지아는 서태지 전처, 정우성 전 여자 친구 이미지에서 벗어나 우아하면서 독한 강남 아줌마 퀸 심수련으로 재탄생 했고, 김소연은 악랄하지만 연민이 가는 빌런 천서진으로 열연하여 벌써 연말 드라마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막장드라마 성공법칙 충실히 따른 이준석


    그렇다면 과연 이 드라마의 성공비결은 과연 무엇이며 현재 한국정치의 최고 기린아로 떠오른 이준석 현상과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 막장 드라마에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이미지의 배우들이 캐스팅된 펜트하우스와 마찬가지로 30대의 이준석 역시 상대적으로 신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막장드라마의 성공법칙을 충실히 따랐다.

    펜트하우스의 경우 30-40대들에게 국민 첫사랑이었던 걸그룹 SES출신 유진을 오윤희 역으로 캐스팅한 것을 비롯하여 심수련 역의 이지아, 천서진 역의 김소연 역시 막장 드라마에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이었다.

    이 외에도 자녀 역을 맡은 배우들 역시 기존 드라마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으나 연기력만큼은 보증된 배우들을 선택하여 진부함을 덜어주었다. 한 마디로 아직 대중들에게 식상한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품격을 높인 막장드라마의 리빌딩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작년에 단연 가장 높은 화제도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역시 중년 남자들에게 로망의 대상이면서 불륜 드라마에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여배우 김희애를 캐스팅하였다. 불륜녀 역할 역시 세련되고 당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아직 대중들에게 소비되지 않은 한소희가 캐스팅되어 차별화되는 위상을 구축하였고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 하였다.

    이준석 역시 이와 비슷한 이미지와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20대에 정치에 입문한 이준석은 과학고와 하버드대 출신 영재로 TV토론에 자주 나와 촌철살인의 멘트와 토론실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예컨대 이준석은 이미 볼만큼 봐서 식상하고 견적이 나온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되는 신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아직 대중에게 충분히 소비되지 않은 정치인이었다.

    여기에 일부 보수 유튜버들의 공격은 오히려 그에 대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의 역할까지 해주었다. 수십만의 열성 구독자수를 보유한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그를 박근혜를 배신한 유승민의 양아들이자 김무성 아바타로 비난하였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대표적 직종인 정치에서 가장 슬픈 것은 악플이 아니라 무관심이 아닐까?

    오히려 지난 4.15총선 국민의 힘 패배의 주요원인으로까지 꼽혔던 일부 보수 유투버들의 비난은 이준석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그의 지지율을 제고시키는 역효과까지 낳았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차피 계속 흘러가는 한국정치라는 막장 드라마 속에서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음모이론대로라면 마치 짠 것처럼 이준석에게 윤활유를 불어넣어주었다. 예컨대 소비되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막말과 음모이론 간의 하모니를 통한 빠른 전개와 극적 전환까지 명품 막장 드라마 성공의 모든 요소가 이준석 돌풍에 동원된 것이다.

    나는 내 길을 갈 테니 찍을 사람은 찍으라는 전략 구사

    둘째,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이준석 모두 빠른 전개와 행보로 시청자들과 지지자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음은 물론 다른 드라마들, 그리고, 후보자들과 자신을 차별화시키고 고정팬층과 지지층을 집결시켜 일종의 프레임 장악에 성공하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빠른 전개와 기발한 반전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울러, 극 안에는 “사랑과 전쟁”류의 불륜뿐만 아니라 서민들은 체험할 수 없는 강남부자들의 생활과 대학입시와 같은 모든 흥행요소까지 총망라되어 있어 막장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드라마는 이전까지 가장 큰 화제와 시청률을 낳았던 대학입시 드라마 “SKY 캐슬”과 불륜치정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합친 종합 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나와도 될까 싶은 배신과 음모, 불륜, 폭력과 같은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사용하여 빠르게 극을 이어나감으로써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하였다. 여기에 반감을 느낀 시청자들도 많았겠지만 어차피 볼 사람은 보기 마련이라는 식의 과감한 접근으로 충성도 높은 팬을 고정시켰던 것이다. 물론, 비난은 많았다.

    이준석 역시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자신보다 훨씬 연령대가 높은 다른 후보자들에게 공손한 후배의 모습보다는 당당하게 이들에게 대응하며 자신만의 논리를 구사했다. 여기에 거침없이 이대남(20대 남자)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민주당의 페미니즘 옹호정책을 질 낮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공격했다.

    한 마디로 마치 볼 사람은 보라며 막장 요소를 포기하지 않았던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작가 순옥 킴(네티즌들이 명명한 김순옥 작가의 애칭이다)처럼 나는 내 길을 갈 테니 찍을 사람은 찍으라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반발을 낳기도 했다. 이준석의 사고가 의심스럽다는 민주당 지지자들과 진중권을 위시한 586세대들의 공격과 그가 불손하고 예의가 없다는 일부 보수 지지자들의 지적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정치에도 위, 아래가 있다는 이른바 ‘장유유서’론으로 이준석을 공격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다수 대중의 차가운 여론 앞에 시대정신을 잘 모르는 나이든 꼰대로 전락하였고 황급하게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30대의 젊은 대표를 보유한 국민의 힘은 모처럼 프레임 주도권 장악에 성공하였다.

    20-30대의 지지를 받는 이준석의 부상으로 인해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40-50대들은 어려운 국민의 실제 생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념만을 강요하고 설교를 일삼는 문재인 정부에 동조하는 시대착오적이고 반드시 사라져야만 할 퇴물로 전락한 것이다.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데일리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데일리
    이준석 돌풍, 미스터트롯 같은 뉴트로 현상으로 볼 수 있어

    그렇다면 이를 지켜본 국민의 힘과 보수 유권자들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떠해야 할까? 사실 이준석 돌풍은 이미 설명한 것 외에 문화적인 설명을 더한다면 뉴트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준석 대표가 현 시대 젊은이들의 고통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공감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젊은 이준석이 표방하는 것들이 기존 보수가 주장했던 것들과 크게 충돌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대한민국의 경우 2010년대 후반부터 복고풍이 새롭게 유행하면서 신조어가 되었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현상은 역시 신세대 출연자들 중심으로 성공을 거둔 “미스터트롯”에 편승한 트롯 열풍이다. 그리고,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BTS 역시 최근에는 디스코를 내세운 뉴트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뉴트로를 내세우는 주체는 젊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트로를 일종의 원조라고 하여 이미 대중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 흘러간 트로트 스타나 정치인의 추억 팔이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성공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사실 국민의 힘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미 더 이상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을 것 같지도 않고 뻔한 패배만을 반복한 한물 간 구세대 인물들이 자꾸 나오니 식상한 막장 드라마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막장 드라마를 계속 시청해야 하는 국민의 힘 지지자들에게 신선함과 새로운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이준석이 등장하니 돌풍이 일었던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힘이 앞으로 취해야 할 행보는 간단하다. 첫째, 당분간은 모처럼 찾아온 프레임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준석 체제를 흔들지 말고 밀어주어야 한다. 둘째, 흘러간 스타라고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새롭게 조명되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보여주면 다시 돌아와서 역주행 할 수 있으므로 기성 정치인들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고 이미지를 리뉴얼 해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사례는 이른바 탑골 지디(여기서 지디는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을 말한다)로 알려져 부활한 양준일이나 10여년의 공백과 두 번의 선거패배를 딛고 서울시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오세훈, 그리고, 뉴 DJ를 표방하며 두루마기를 버리고 양복을 입고 정계복귀를 선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에 해당된다.

    만일 이 방식을 따른다면 이준석에게 패배한 나경원 역시 최근에 잊혀 질 것이 두려워서 주위의 잘못된 충고를 듣고 모든 선거에 나와서 패배를 기록해서 그렇지 중, 장년들에게는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김희애와 흡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정치인이었으므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권을 심판하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싫다고? 그래도 어린놈이 정치를? 이라고 외치면서 정치는 품격이 있는 나이든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며 세월이 지날수록 묵혀두기만 하면 저절로 가치가 상승한다는 ‘와인론’을 전개할 것인가?

    당신들은 계속해서 방구석에서 당신들만의 교주가 듣고 싶은 얘기만 들려주는 유튜브 방송에만 열광할 것인가? 4. 15총선에서도 그들이 떠드는 화면 속의 눈물에 당신은 그토록 가슴 아팠고, 그들의 정의가 당신에게는 이미 법률이었다.

    이렇게 대답도 기약도 없이 되풀이 되는 달콤한 꿈속에 당신은 빠져 있었지만, 끝나지 않는 꿈은 없는 법이다. 그리고, 당신은 서울, 부산 시장 보궐 선거 전까지 패배만을 맛보았을 뿐이다.

    이제는 꿈에서 깨어나 화면 밖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다. 비워둔 당신만의 자리로 돌아와 실질적으로 정권을 심판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당신이 아직도 엄마에게 용돈을 구걸하는 이대남(20대 남자)에게 직장이 없으면 기술이라도 배우라고 훈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는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