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언급한 2,000여 명의 수형인들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재심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살인, 간첩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수형인들을 모두 무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무죄를 받으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돈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 ▲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 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 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일반 국민들은 ‘제주 4·3사건’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문 대통령은 고통을 당한 분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해야 한다며, 역사를 왜곡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덮으려 한다. 그러나 4·3사건은 쉽게 덮을 수도, 덮어서도 안 된다. 4·3사건은 대한민국이 어떤 존재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를 묻는, 즉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제주 4·3에 대해 유별난 집착을 보인다. 작년 72주년 기념사에서는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건국에 반기를 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설립을 지지한 반란세력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찬사다. 금년 기념사에서는 남로당의 반란폭동을 진압한 군경의 진압을 ‘국가폭력’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헌재, 적극 가담자는 희생자로 볼수 없다고 판시

    헌법재판소는 2001년 결정에서 제주 4·3사건의 ‘본질’과 ‘희생자’ 개념을 밝힌 바 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제주 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고 5.10 총선거를 방해할 목적으로 인민공화국 건설을 지지하는 공산무장세력이 주도한 반란 사건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희생자 범위에 관해 7인 재판관은 남로당 무장유격대에 가담한 지휘관 또는 중간 간부로서 군경의 진압에 적극적으로 대항한 자,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 간부’, 무장유격대와 협력하여 진압 군경과 군경의 가족, 선거업무 관여자를 살해한 자, 경찰 등의 가옥과 경찰관서 등 공공시설에 대한 방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자는 희생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2인의 소수의견은 “제주4·3사건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공산무장세력이 주도한 반란이었고, 이러한 반란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자들은 ‘모두’ 우리 헌법질서를 파괴하려던 자들이므로 희생자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정리하면 7인의 의견은 적극 가담자는 희생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며, 2인 소수의견은 적극 소극을 불문하고 이에 가담했다면 희생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군경과 무장유격대의 충돌과정에서 희생당한, 폭동이나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무고한 ‘양민에 대한 명예회복과 희생에 대한 국가의 보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희생자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보상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 이들에 대해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한 자들을 치하하고 위로한다는 것인데 얼토당토않다. 

    그런데 2021년 3월 전부 개정된 제주 4·3 사건 특별법은 당시 군법회의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특별재심’을 허용하고 있다. 지금의 형사소송법으로는 재심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니 특별법의 특별재심으로 재심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직권재심을 허용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관련 사건 모두를 일괄해서 직권으로 재심에 부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언급한 나머지 2,000여 명의 수형인들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일괄해서 재심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살인, 간첩 등을 범해 군법회의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수형인들을 모두 무죄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건 아니다. 무죄 판결을 받으면 국가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돈까지 주겠다는 것으로, 이럴 수는 없다. 

    내란죄·간첩죄 등으로 중형 선고된 수형인이 형사보상금 받아 

    4·3 사건에서 내란죄나 간첩죄 등으로 ‘사형, 무기징역, 징역 15년, 징역 7년’ 등 중형이 선고된 수형인들이 공소기각, 무죄를 받았다. 이들은 형사보상금으로 53억 4천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는데 다시 103억의 국가배상을 청구했고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제주지방법원의 재심개시를 허용한 판결, 공소기각과 무죄 판결을 내린 판결의 논리 전개가 가관이다. 무죄가 내려진 판결에서는 검사가 죄를 입증할 수 없다고 무죄를 구형했다.       

    2021 특별법은 군법회의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수형인에게 ‘특별재심, 직권재심’을 허용하면서 ‘무죄, 형사보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는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2001년 헌재 결정과 정면 배치된다. 문 대통령의 2021년 제주 4·3 사건에 대한 추모사는 헌법위반이다. 작년 추모사도 아슬아슬했는데 금년 추모사의 ‘국가폭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 영토의 보전 ·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속성은 대한민국의 ‘정체성 유지’이며, 헌법수호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고화할 의무를 말한다. 추모사는 위 규정, 특히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수호책무’에 위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