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군 안쓰러운 영혼" "잘 위로해야"… 화천 파로호·오성산 저격능선지 상품화 주장"역사적 혼란, 나라 근간 흔든다" 비판… "강원도 차이나타운 반대" 靑청원 62만 명 돌파
  • 파로호 자유수호탑 비문. 자유수호탑은 중공군 제 10,25,27군을 화천저수지에 수장시킨 전투에서 전사한 무명의 학도병이
    ▲ 파로호 자유수호탑 비문. 자유수호탑은 중공군 제 10,25,27군을 화천저수지에 수장시킨 전투에서 전사한 무명의 학도병이 "길손이여 자유민에게 전해다오 우리는 겨레의 명령에 복종하여 이곳에 누웠노라"라는 전우에게 남긴 마지막 말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추모하고자 1975년10월26일 화천군이 건립하였다. ⓒ뉴데일리DB
    강원도 차이나타운(한중문화타운) 건설을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1일 62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강원도의회가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6·25전쟁 당시 사망한 중공군을 위로하는 내용을 포함하자고 제안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열린 강원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과 연결고리를 찾으며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2020년 12월2일 강원도의회(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한중문화타운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6·25전쟁에 참전해 사망한 중공군들을 두고 "안쓰러운 영혼"이라며 "잘 위로해야" 등의 발언을 했다.
     
    허소영 "중공군은 제3국 싸움 때문에 죽은 안쓰러운 영혼"
     
    이날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허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사람이 굳이 한국에 와서 중국풍의 테마파크를 경험하고 싶어할 것이며 우리나라 관광객 역시 3~4시간만 비행기를 타면 중국 소림사를 볼 수 있는데 굳이 강원도에 소림사를 보러 올 것이냐"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이어 "강원도 땅에 무엇이든지 들어온다고 다 환영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중국과 연관된 스토리텔링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춘천의 경우 옛날에 중공 민항기가 불시착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환대했는지가 스토리텔링이 될 수는 있지만, 소림사·중국정원 이런 것은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의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허 의원은 "화천에 많은 중공군이 와서 사망하지 않았느냐. 제3국 싸움 때문에 죽은 것"이라며 "그 영혼들을 우리가 잘 위로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해당 사업을 소관하는 안권용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은 "화천의 상감령전투 같은 경우는 중국에서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지고 해서 한중문화복합타운에 이런 부분을 같이 담겠다"고 답했다. 상감령전투는 우리 군이 '저격능선전투'라 부르는 고지전의 중국식 이름이다. 
     
    그러자 허 의원은 "파로호의 그런 것이든 중공군의 그런 것이든 바로 여기(강원도)이기 때문에 들렀다 가는 것이 의미가 있고 파로호를 들러 위로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지, 복합문화타운에 그 모든 것을 모아 놨다고 해서 의미가 있지는 않다"며 "조금 더 전향적으로 생각을 다시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 내용만 보면 이 같은 제안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고민의 발로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파로호전투와 상감령전투의 역사적 의미에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한 '파로(破虜)'호… 당시 전투서 2만 명 넘는 중공군 수장
     
    강원도 화천의 파로호(破虜湖)는 6·25전쟁 당시 우리 군과 유엔군이 중공군을 궤멸한 역사적 전투 현장이다. 1952년 5월26일부터 사흘간 2만 명이 넘는 중공군이 호수에 수장돼 호수의 색이 빨갛게 변했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이 호수의 이름은 원래 '대붕호(大鵬湖)'였으나 이승만 대통령이 전투에서 희생된 국군장병을 기리며 호수 이름을 오랑캐를 쳐부쉈다는 뜻의 '파로(破虜)'호로 명명했다.
     
    상감령전투는 1952년 10월4일부터 43일간 강원도 철원 오성산 능선에서 벌어진 '저격능선전투'를 말한다. 중국은 이를 상감령전투라고 부른다. 지난해 7월26일 중국 관영 CCTV는 1956년작, 소위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 영화인 <상감령(上甘嶺)>을 방영했다.

    중국은 이 전투에서 한미 연합군에 큰 승리를 거뒀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우리 군은 6주간 이어진 장기전 결과 저격능선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허소영 "다크투어리즘으로 활용하자는 취지"
     
    이와 관련해 허 의원은 21일 통화에서 "한중문화타운을 만든다 하더라도 K-pop 공연 등과 같이 관광객이 돈만 쓰고 가는 구조가 아니라,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외국 사례를 보면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같은 전쟁의 기억도 관광자원이 되지 않느냐"고 전제한 허 의원은 "파로호 같은 경우도 여기서 죽어갔을 많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허 의원은 이어 "죽음의 현장에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게끔 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다크투어리즘(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정도의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청 글로벌투자통상국 관계자는 "관광사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던 중 허 의원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일 뿐"이라며 "해당 사업은 도가 직접 진행하는 사업이 아닌 민간 추진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이 다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적 먹이사슬에 얽혀 나라 근간 흔든다"
     
    그러나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자체가 우리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규형 명지대 교양학과 교수는 21일 통화에서 "역사적 사실이 흔들리다 보면 과연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체제가 맞는지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며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한 혼돈이 시작되면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21일 오후 4시 기준 64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21일 오후 4시 기준 64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다음은 본지가 입수한 2020년 12월2일 강원도의회(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전문이다.
     
    허소영 위원 : 지금 조성하려는 게 중국복합문화타운이라는 건데 이 안에 들어갈 것들이 중국, 그러니까 구상은 사실 차이나타운을 만들겠다는 거잖아요, 이 안에?
     
    안권용 글로벌투자통상국장 : 차이나타운 개념은 아니고요. 차이나타운이라는 것은 중국인이 와 가지고 직접 거주를 하면서 사업을 하는 이런 개념인데 여기는 그것은 아니고 중국 문화거리라든가, 한국도 마찬 가지고, 그래서 한중, 중국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하고 중국, 양쪽 국민을 겨냥해서 그렇게 한중문화거리를 만들겠다…
     
    허소영 위원 : 아까도 잠깐 쉬는 시간에 말씀을 드렸지만 기사에 나타난 것은, 세계 차이나타운이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체계적인 중국문화 체험공간을 조성해서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게 목적이잖아요? 그러니까 모델과 모형이 '차이나타운이 잘됐던 것처럼'이잖아요.그렇죠?
     
    안권용 글로벌투자통상국장 :아니오.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게 회사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고 일부 언론에서 그렇게 해석을 한 부분인데, 차이나타운은 아니다…. 
    허소영 위원 : 이 안에 꾸려지는 게 전통거리, 미디어아트, 한류영상 테마파크, 소림사, 중국 전통정원, 중국 8대 음식과 명주를 접할 수 있는 푸드존, 이런 것들이에요. 맞나요?
     
    안권용 글로벌투자통상국장 : 예, 맞습니다.
     
    허소영 위원 : 그런데 이것의 주된 대상이 중국인일 수도 있고 한국인일 수도 있다 그렇게 얘기하셨잖아요?
     
    안권용 글로벌투자통상국장 : 예.
     
    허소영 위원 : 그런데 사실 소림사나 중국의 전통정원이나 이런 것들은 미니어처 개념으로 제3국에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그 지역의 명소가 되는 일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시대가 중국이 우리나라로 올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우리도 중국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거잖아요?
     
    안권용 글로벌투자통상국장 : 예.
     
    허소영 위원 : 서로 교류가 쉬워지고 관광이 쉬워지고 내가 가고 싶은 어디라도 갈 수 있는 거거든요. 한 두세 시간, 길게는 4~5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서로의 관광지들이 있는데 과연 미니어처 같은 모양, 소위 말하면 모양이죠. 모양만 소림사이고 모양만 테마파크인 그런 곳으로 중국사람이 굳이 한국에 와서 중국풍의 그것을 느끼고 싶어 할 것이며, 한국사람들도 기왕에, 우리 관광객들의 눈이 되게 높아졌는데요, 한 3~4시간 비행기 타고 가면 소림사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여기에 소림사를 보러 올 것이냐. 물론 이것의 구조에, 그러니까 레고랜드가 개발되고 나면 레고랜드와 케이블카, 그다음 여기에서 삼각 관광 벨트를 구상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게 지금 그런 수요를 발생시킬 만큼의 사업 내용이냐에 대한 게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중국풍이라는 것을 여기에 이렇게 설치하는 것이 좀 뜬금없다는 거죠. 춘천이라는 고장에. 그래서 앞으로 계획이, 지금 현재는 잠정적으로 지연상태이고 논의와 협의 중에 있는데, 강원도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인·허가를 수월하게 해 주는 그런 역할들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죠?
     
    안권용 글로벌투자통상국장 : 예, 그렇습니다.
     
    허소영 위원 : 다른 어떤 구체적인 것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강원도 땅에 무엇이든지 들어온다고 해서 다 환영할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지역의 정서와 그 지역의 문화, 또 풍토, 그리고 지역을 이루고 있는 여러 가지 경관들과 무엇이 어울릴 것인가, 저는 그 산골짜기에 중국풍의 울긋불긋한 여러 가지 것들이 과연 우리의 산세와 또 전반적인 관광의, 춘천과 강원도를 관광으로 소비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맞는 일인가라는 고민이 좀 들고요. 앞으로 진행을 하실 때도 이런 개발이나 투자사업들에 대해서 뭐든지 환영이 아니라 무엇이 정말 가장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신중하게 좀 접근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권용 글로벌투자통상국장 : 예,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우리 강원도 관광자원 좋다는 것 중국사람들도 다 인정합니다. 굉장히 높게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관광자원 하나만 가지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더해서 스토리텔링, 그리고 중국이 공감할 수 있는 이런 부분들을 만들어줘야 그게 완성된 관광상품이 된다,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 같은 경우도 스토리텔링을 잘했습니다, 진나라 때의, 그래서 거기에 왔다 간….
     
    허소영 위원 : 맞습니다. 지금 하시려는 말씀이 뭔지 아는데요. 스토리텔링은 인위적으로 어느 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항상 뭔가의 사전경험들이 쌓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스토리텔링에 성공하려면 춘천 같은 경우에는 옛날에 중공 민항기가 불시착했을 때 우리가 얼마큼 환대했는지 이것이 스토리텔링이 될 수는 있지만 뜬금없이 소림사·중국정원 이런 것이 제3의 곳에 두둥 하고 떨어진다고 해서 그게 스토리텔링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중국과 엮인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다 그러면 우리 역사 안에서, 과정 안에서 사람들을 통해서 형성된 것을 통해서 구축을 해 나가는 게 맞는 것이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의 정원을 갑자기 여기에 두둥 놓는다고 해서 거기에서 스토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그러니까 그런 기점들을 현명하게 찾아서, 중국 관광객이 정말 중요하다면 중국과 무엇을 연결시킴으로써 이 사람들이 우리하고 조금 더 친화적인, 오히려 화천에 많은 중공군들이 와서 사망을 하지 않았습니까? 제3국의 싸움에 와서 죽은 거예요. 영혼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우리가 잘 위로한다든지, 이런 것이 여행이 될 수 있겠죠. 거기는 이미 스토리가 있으니까요. 옛날에는 적군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한없이 안쓰러운 영혼들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것이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가장 최신식 형태의 자재를 이용해서 그런 타운을 형성한다는 것은, '과연?'이라는 생각이 정말 들고요. 차이나타운 같은 명소는, 말 그대로 명소가 된 것은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스토리를 만들고 또 그 안에서 모든 경제활동들을 하면서 발생한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이 어떠한 것도, 지금 구상하고 있는 것도 지역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생경하고 생소한 것들이지 자연스럽게 스토리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조금 더 신중하게, 뭐든지 환영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것을 설치했을 때 지역과 조금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더 자연스러울까, 사람들이 춘천이라는, 또 강원도라는 곳을 소비하는 데 있어서 더 호감을 가지고 연결시킬 수 있을까를 좀 생각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권용 글로벌투자통상국장 : 지금 위원님 말씀하신 '83년도에 중공 민항기가 캠프페이지에 불시착했었는데 그 상황하고 또 화천의 상감령전투 이런 부분들이, 중국에서 상감령전투 같은 경우는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사실은 한중문화복합타운에 저희가 이런 것도 같이 담아서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허소영 위원 : 현재 가야죠. 그러니까 파로호의 그런 것이든 중공군의 그런 것이든 바로 여기이기 때문에 여기를 들렀다 가는 것이 의미가 있고 파로호를 들러서 위로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지 복합문화타운에 그 모든 것을 모아 놨다고 해서 의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의식을 조금 더 전향적으로, 생각을 다시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답변을 더 들을 시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안권용 글로벌투자통상국장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