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없으면 부도 없어"… 13인의 경제학자 '자유로운 부자 시민의 사회'를 말한다
  • 애덤 스미스(Adam Smith)로부터 비롯된 근대경제학의 주된 관심이 '부유'보다 '자유'에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경제학의 탄생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계몽주의와 시기를 같이했다. 개인들이 모두 자유롭고 서로 동등하지 않다면 강자와 약자 사이의 약탈과 착취만 있을 뿐, 경제 주체들이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장'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역사는 자유의 역사(도서출판 기파랑 刊)'는 애덤 스미스부터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까지 중요 경제학자 13명의 경제학 이론을 '자유'를 날줄 삼아 시대순으로 풀어쓴 책이다. 

    책에 나오는 13명의 경제학자 모두가 자유의 신봉자인 것은 아니다. 유일하게 한 사람,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계급을 내세워 개인을 억압하는 사상을 주창했고, 또 한 사람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개인 못지않게 국가(공공)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러나 역사는 '마르크시즘의 대실패, 케인스 경제학의 절반의 실패'를 증명했다. 개인의 자유 없이는 개인은 물론 국가의 부(富)도 있을 수 없다는 게 더 이상 흔들 수 없는 진리가 된 오늘 21세기, 개인과 시장의 관심은 '성장의 열매'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로 옮아가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

    영국의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르도(David Ricardo), 토머스 맬서스(Thomas Malthus)에 의해 확립된 자본주의적 고전경제학에 흔히 따라붙는 비판 하나는, 자본주의가 '착취'와 '제국주의'를 낳았다는 것이다. 착취와 제국주의는 마르크스와 레닌(Lenin)이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두 개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한마디로 그것은 오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착취'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 '아동노동'의 폐해는 오히려 봉건시대 때 더 심했다며 자본주의가 정착되면 될수록 아동노동은 사라졌다고 강조한다. 아동을 노동 현장에 동원하는 근본적 이유는 바로 생존하기조차 버거운 '가난' 때문으로, 가난을 이겨 내기 위해선 자본주의에 대한 일방적 비난 대신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또 조세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의 주장을 인용해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 전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근대사회에 남아 있는 과거의 봉건적 요소의 악영향이 제국주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 군대가 잉카와 마야 문명 등을 몰락시키고 중남미를 식민지로 삼은 것은 그들이 자본주의자들이라서가 아니라, 봉건의 때를 벗지 못한 자본주의가 길을 잘못 들어 제국주의로 빠진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대공황(1929~1939) 시대를 맞아 꽃피운 케인스 경제학에 대한 이 책의 평가는 차분하다. 케인스가 이론적 모델을 제공한 경기부양책인 '뉴딜 정책'의 핵심은 '공공(정부)의 개입'이다. 

    성립한 지 10여 년밖에 안 된 사회주의 소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서구 지식인들 사이에 스며들어 있던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와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산혁명을 막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흔히 인정받는다. 

    그러나 케인스 경제학은 국가와 사회의 경제적 건전성을 훼손하는 '사회민주주의'와 '포퓰리즘' 정책의 원조가 됐다. 이 책은 심지어 케인스가 공산주의를 막았다는 데조차 회의적이다.

    저자는 경제 정책은 '전체주의적'이거나 혹은 '개인주의적'이거나 두 가지 경향밖에 없다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 중간은 없다고 말한다. 자유주의자들 입장에서 보면 한 분야에서 전체주의에게 양보하면 이 도미노는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쳐서 결국 사회 전체를 전체주의의 함정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국가 주도형, 전체주의적 경제 정책이 사회 전체에 횡행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케인스가 과연 공산주의를 막았다고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오히려 그는 개인주의 사회에 좀 더 은밀하게 전체주의로 향하는 이정표를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며 케인스의 처방이 사회민주주의를 낳았고 결국 수많은 나라들의 성장판을 닫게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식은 빼고 재미는 더하다

    케인스를 포함해, 앨프리드 마셜 이후의 현대경제학은 과학적으로 치밀하고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입증하는 것을 생명으로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작정하고 수식과 도표가 등장하지 않는 경제학 입문서를 표방한다. 단 한 군데 그래프가 나오기는 한다. 학교에서 다 배우는 수요공급곡선이다.

    이를테면 마셜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첫술이 가장 배부르다'는 말의 수학적 표현이다. 저자는 이것을 삼겹살 두 근을 네 번에 나눠 불판에 구워 먹는 것으로 설명한다.

    처음 불판에 올린 삼겹살 반 근의 맛은 꿀맛이다. 그러나 마지막 네 번째로 불판에 올린 삼겹살의 맛은 처음보다는 덜할 것이다. 저자는 계속 먹는데 계속 꿀맛인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첫 반 근이 250의 즐거움을 준다면 다음에는 200, 다음에는 100, 다음에는 50, 이런 식으로 삼겹살이 주는 한계효용은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1998년의 IMF 사태는 신자유주의 때문이 아닌, 정부의 과도한 개입(고정환율제 같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를 '돌려막기의 최후'로 설명하는 대목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저자는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강제인상', '52시간 근로제' 같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비판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 문제인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이다.

    수식과 도표 대신에 책은 잘 알려진 영화나 소설을 실마리 삼아, 딱딱하기 쉬운 경제이론에 재미를 더했다. 19세기 아동노동의 진실과 관련해서는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 분업은 영화 '모던 타임즈', 대공황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 사회주의의 허상은 영화 '인턴',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은 영화 '스타트렉'을 실마리 삼아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식이다.

    ■ 저자 소개 

    저자 홍훈표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고등수학 강사를 하다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두고 글만 쓰는 삶을 한동안 살았다. 

    단막 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2010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의 대본을 썼고, 지은 책으로 철학과 경제학・수학 등을 버무린 성인 우화집 '동그라미 씨의 말풍선(2013)'이 있다. 그 밖에 '자유마당', '독서신문', 국민대통합위원회 블로그 등 잡지와 웹진에 영화 칼럼과 여행기를 연재했다. 지금은 작은 NGO에서 일하고 있다.

    수학과 경제학과 친숙한 삶을 살았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서 자연스레 경제학의 역사를 '자유'의 관점에서 조망한 이 책을 쓰게 됐고, 수학의 역사를 가지고 비슷한 후속작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