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 KBS 주장에 여론 싸늘… 필요성·방향·자기성찰·자정능력 이미 잃어
  • ▲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헌법학회 고문.
    ▲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헌법학회 고문.
    세계의 방송시장은 공영과 민영의 이원적 구조이고, 공영방송은 뉴스의 생산과 보도에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고 민영방송이 담당하기 어려운 영역의 정보를 제공할 때 그 존재의의가 인정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의 확보와 프로그램의 자율성 보장은 ‘재정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므로, TV 수신료는 필요하다. 만일 공영방송이 예산이나 광고에 의존할 경우, 정부 여당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광고주나 사회세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수신료는 지속적이고 안정적 재원이 되어야 하기에 지금의 전기요금에 합산되어 부과하는 방식을 굳이 잘못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KBS, 공영방송으로서 소금 역할 제대로 하고 있나

    방송은 외적으로는 국가 및 사회 제 세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내적으로는 경영으로부터 편성의 자유와 독립이 보장되어야 한다. 방송은 신문 등 다른 언론매체와 달리, ‘선동력’과 영향의 ‘직접성, 진지성, 광범성’의 특수한 영향력 때문에 ‘높은 책임’과 ‘강한 절제’가 요구된다. 방송의 실패는, 헌법이 우려하는 ‘민주주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KBS의 주장은 정당해 보인다. 수신료가 40년간 월 2,500원으로 동결되었고, 올려달라는 금액도 2,500에서 3,840원에 불과하고, 영국·독일·일본의 수신료는 우리의 4배를 넘는 금액이어서, 무리한 주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KBS가 억울해 보이기도 하다. 임직원 중, 1억 원 연봉자가 2020년 기준 46.4%에 불과한데 60%라고 우기는 국회의원이 있고, 연봉 1억이 넘은 무보직자가 1,500명에 불과한데 2,053명이라고 하니 억울할 수 있다. 

    또 KBS의 주장은 절박해 보인다. KBS 발표에 의하면, 2025년까지 예상 누적 적자가 3,679억 원에 달하고 새 공익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연평균 4,365억 원이 필요하다며 절박한 심정을 나타낸다. 

    KBS의 절박한 호소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이는 KBS가 꼭 필요한지, 공영방송으로서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기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시 회복할 자정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부족하다면 환골탈태해야 하고, 없다면 폐지해야 한다.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 역할한다면 기관지에 불과

    KBS 폐지가 가능한 이유는, 첫째 필요성이 없다. 지금 우리는 KBS가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KBS 9시 뉴스가 시청률 20% 넘는 시절은 이미 지났고 뉴스는 차고 넘치며 심지어 뉴스는 종편을 통해 더 심도 있고 진지한 논의를 접하고 있다. 각종 유익한 정보 역시 주체못할 정도로 넘쳐흐른다. 종편, 홈쇼핑, 지상파 계열 채널을 빼고도 유료채널이 130개가 넘는다. 또 많은 사람이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고, 재해재난방송도 10명 중 6명은 스마트 폰으로 정보를 접한다. 과거에는 사진 하면 카메라였지만 지금은 카메라 대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KBS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이유이다.   

    둘째, 방향을 잃었다. 언론의 존재의의는 ‘권력통제 및 감시’에 있다.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면서 정부가 ‘주는 뉴스’만 전달한다면 기관지에 불과하지 더 이상 언론으로 볼 수 없다. KBS가 짠맛을 잃은 지 꽤 오래됐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아무 쓸데 없어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라고 했다. 독재 시절에는 힘에 눌려 할 수 없이 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알아서 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 임명을 놓고 싸우는 모습에 신물이 난다. 사장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보니 KBS에는 ‘경영으로부터의 편집의 자유와 독립’이 없다는 것을 KBS가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셋째, 자기성찰이 없다. 공공기관 중 임직원 중 절반 가까이가 억대 연봉을 받는 기관이 있을지, 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무보직자가 전체 직원의 30%가 넘는 회사는 세상에서 KBS 말고는 없어 보인다. 돈이 없다고 하는데 지난해 수신료는 6,790억 원이다. 2011년과 비교해 보면 1,011억이 늘었다고 하니, 매년 100억 원씩 수입이 증가한 셈인데 이는 가구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전기료합산에 강제 징수하면서 안정적 재원을 마련해줬다. KBS는 한전이 걷은 수신료의 90% 받아 가며, 2.8%인 70원을 떼어서 EBS에 준다. 

    방만한 운영으로 수천억 적자 누적… 무보직자 1500명에 달해

    넷째 자정능력이 없어 보인다. KBS는 다른 공기업이 그렇듯이 국가에 의해 신분과 재정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있다. 수천억의 적자가 누적될 정도로 운영이 방만하고 무보직자가 1,500명이나 될 정도로 조직이 정비되어 있지 않다. 3개의 노조가 경합하는 상황이니 추후 개선의 여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스스로 하기 어렵다면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도와주는 방법은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검토다. 

    대한민국은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할 영역이 적지 않다. 과거의 전통이나 관습에 얽매여서는 치열한 ‘세계경쟁’의 어려운 파고를 넘기 어렵다. 전체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필요할 때마다 부분적으로 고치되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에 요구되는 공정과 신뢰가 없으면서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며, 그렇게 전락한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면, 그러면서 방만한 경영이 체질화되어 있다면, 그러고도 개선을 기대할 상황이 못 된다면, 근본적인 대 수술이 요구되는 필요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볼 것이다.   

    대수술 방법은 EBS만 유지 시키고 KBS를 역사박물관에 보존하는 것이다. EBS가 지금의 수신료, 아니 인하된 수신료로 운영되어도, 중고등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제공할 것이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일반 국민에게도 좀 더 질 좋은 다양한 공익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더 이상 KBS에게 수신료 부담을 주지 말자. KBS를 폐지하는 방법은 아주 쉽고 간편하다. ‘방송법 제4장’을 폐지하면 된다. 180석이나 되는 여당이 결심하면 바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