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학생 기자단의 카드뉴스 “북한 1가구 1주택 분배 원칙…시장경제 도입”
  • ▲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년 전 공식 블로그에 북한의 1가구 1주택 정책을 소개하는 카드뉴스를 게재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식블로그에 올린 카드뉴스.
    ▲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년 전 공식 블로그에 북한의 1가구 1주택 정책을 소개하는 카드뉴스를 게재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식블로그에 올린 카드뉴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을 비롯해 12명의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1가구 1주택법’이 논란이 됐다. 야당과 국민은 “재산권을 제한하는 공산주의식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2년 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을 찾아내 “문재인 정부의 주택관(觀)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주거기본법 일부 개정안’ 발의한 진성준 “강제하는 것 아니다”라지만

    진성준 의원이 발의한 ‘1가구 1주택법’의 공식 명칭은 ‘주거기본법 일부 개정안’이다. 강병원강병원·소병훈·전혜숙·이재정·우원식·윤준병·박홍근·이해식·장경태·조오섭·이동주 의원이 동참했다. 법안에는 기존의 정부 주거정책 기본원칙에 ▲1가구 1주택 보유·거주 명시 ▲무주택자 및 실거주자 주택 우선 공급 ▲주택의 자산 증식·투기목적 활용 금지를 추가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대놓고 사회주의냐” “사유재산을 제약하겠다는 사회주의적 법안이 마구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에 진성준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무주택자의 주거권을 보장하자는 정책을 우선 추진하자는, 선언적인 법안”이라며 “다주택 보유를 금지하거나 1가구 1주택을 강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야당과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1가구 1주택을 강제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2018년 11월 “북한은 1가구 1주택 분배가 원칙”

    최근 한 온라인 매체는 이런 맥락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2년 전 블로그에 올린 카드뉴스를 찾아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카드뉴스는 주택금융공사 대학생 기자단이 2018년 11월 작성한 것으로 북한 주택정책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북한 주택정책을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카드뉴스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북한 부동산 시장과 주택문제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2017년 4월 주택금융공사 산하 주택금융연구원에서 발표한 ‘북한의 주택정책과 시장화 현황’ 보고서를 소개했다. 카드뉴스는 “북한 주택정책은 1세대 1주택 분배 원칙으로, 청소년이 학업을 마친 후 취업해서 결혼할 경우 세대별로, 기본적인 사용료(전기, 수도, 난방 등)만을 지불하고 ‘평생 이용권’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으로 시작한다. 이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선전하는 내용과 같다.
  • ▲ 카드뉴스에서는 마치 북한에서도 주택소유가 자유로운 것처럼 설명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식블로그에 올린 카드뉴스
    ▲ 카드뉴스에서는 마치 북한에서도 주택소유가 자유로운 것처럼 설명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식블로그에 올린 카드뉴스
    이어 “1990년대 중반 이후 사회주의 배급망 붕괴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시장경제요소 도입)으로, 최근에는 단순 매매나 교환을 넘어 임대나 개인투자자 자금을 활용한 주택공급자, 거래중개인이 출현하는 등의 형태로까지 발전했다”고 카드뉴스는 설명했다.

    북한 주택정책? 뇌물로 작동…해외 1가구 1주택법은 모두 실패

    주택금융공사의 대학생 기자가 알기 쉽게 설명하느라 내용을 축약해서인지 아니면 공사 측이 이를 요구했는지 알 수 없으나 해당 설명은 북한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은 여전히 개인 토지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북한에서 주택 신축은 국가만 할 수 있다. 신축 주택을 배급 받으려면 성인이 된 직후가 아니라 10년의 군 생활을 마친 뒤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은 무주택 가구가 40%를 넘을 정도로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당국이 4~5년 전 개인의 택지 소유를 허용한 것은 맞다. 하지만 1가구당 26㎡(7.8평)로 제한했다. 장마당이나 밀수 등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택지를 사들여 대형 주택을 짓는 사례가 있다. 이때 주택을 짓는 사람은 당국에 거액의 뇌물을 바친다. 건축법이니 뭐니 하는 규정도 뇌물로 다 빗겨갈 수 있다. 평양과 신의주 신축아파트 매매도 마찬가지다.

    “전기, 수도, 난방 등의 사용료만 내면 된다”는 것도 의미가 없다. 북한은 주택을 만들 때 체제 선전용이 아니면 인테리어를 해주지 않는다. 내장재는 없고, 상하수도 시설도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다. 전력 공급도 하루 서너 시간이고 냉난방도 안 된다. 연료와 물을 직접 계단으로 날라야 한다. 김정은이 평양에 지은 초고층 아파트에 입주 신청자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공산국가도 ‘1가구 1주택 원칙’을 강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 8월 최성락 동양 미래대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루마니아와 쿠바, 리비아 사례를 소개했다. 세 나라 모두 1가구 1주택 원칙을 세운 뒤 매매는 맞교환 형태로만 하도록 했다. 그러자 건설업과 임대법 등이 모두 망했다. 직장 때문에 이사하려는 사람은 있지만 현재의 집과 교환하겠다는 사람이 없고, 임대도 불가능하다보니 모두 이직을 꺼렸다. 결국 인원 재배치가 안 돼 당국의 산업정책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실패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