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하자 광둥·저장·장시성 정전 속출…6월 돼지고기·콩 품귀 때와 닮은 꼴
  • ▲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의 한 노천광산 모습. 중국도 적잖은 석탄 광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수요량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의 한 노천광산 모습. 중국도 적잖은 석탄 광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수요량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동안 깡패 같은 ‘늑대외교’를 펼치던 중국이 그 댓가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고 있다. “우한코로나 기원은 중국”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호주산 석탄을 수입금지 했던 중국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명보> 등 홍콩 매체들이 21일 보도했다.

    ‘호주 길들이기’ 하려 석탄 수입금지 했다 심각한 전력난 맞은 중국

    신문에 따르면, 최근 광둥성과 저장성, 장시성 후난성에서는 정전이 빈발하고 상수도 공급이 끊기는 등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갑작스러운 한파가 불어 닥치고 우한코로나 확산이 멈추면서 공업생산이 증가한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실은 지난 10월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가 핵심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호주산 석탄은 중국 석탄 수입의 57%를 차지했다. 호주산 석탄은 품질이 좋은 편이어서 대부분 전력생산에 쓰였다. 중국은 발전량의 70%를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우한코로나 중국 기원설을 주장하고, ‘쿼드동맹’에 참여하는 호주를 길들이겠다며 갑자기 석탄 수입을 금지했고, 때문에 현재 중국이 전력난을 겪는다는 지적이었다.

    중국 내 전력 부족 징후는 12월 들어 부쩍 많이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저장성에서는 “공공장소에서는 외부 기온이 5℃보다 낮은 때만 난방을 하고, 불필요한 조명은 꺼야 하며, 3층 이하 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쓰지 말라”는 에너지 절감계획을 발표했다고 한다. 14일에는 후난성이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까지, 오후 4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를 전력사용 제한 시간으로 설정했다. 18일에는 저장성과 후난성이 전력 절약 사용 계획을 발표했다. 상업지역에서는 3℃ 이하로 기온이 떨어질 때만 난방을 하도록 지시했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로 매일 오후 3시만 되면 상업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공장 또한 평균 사흘에 하루 씩 조업을 중단하게 되면서 수출이 막히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당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계속 금지하면, 이런 전력 부족 현상은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7월 해외 육류 수입 금지하자…중국 시장 돼기고기값 폭등

    실제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광저우, 둥관, 선전, 주하이 등에서 정전이 발생하고, 상수도 공급, 심지어 휴대전화 통신까지 끊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로등이 절반보다 적게 켜지고, 고층 주상복합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가동하지 않아 30층을 걸어서 오르내린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처럼 중국이 상대방을 혼내겠다며 수입금지 조치를 한 뒤 되려 자신들이 곤욕을 치르는 일은 지난 6월에도 있었다. 지난 7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한지 한 달 만에 돼지고기 가격이 50% 폭등했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6월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81.6%가 상승했다. “결정적인 원인은 6월 중순 중국 당국의 육류 및 냉동 가공식품 수입 전면 금지 조치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당시 중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캐나다 등 14개국에서의 육류 및 냉동 가공식품 수입을 금지했다. 그 결과 중국인들의 주식인 돼지고기 품귀 현상이 일어난 것이었다.

    반도체, 돼지고기, 콩처럼…결국 손들게 돼 있는 중국

    중국 당국은 육류 수입금지에 앞서 지난 6월 초순 미국산 콩 수입을 중단하라고 국영 곡물수입업체들에게 지시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중국 돼지 농가가 타격을 입었다. 미국을 때린다고 휘두른 주먹이 자국 농민들을 패버린 셈이었다.

    중국 돼지 농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산 콩을 사료로 써 왔는데 이를 수입하지 못하게 하면서 콩 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사육하는 돼지 수를 줄이게 만들었다. 여기다 국영 곡물수입업체들이 중남미 등에서 콩을 수입하면서 세계 콩 시세가 오르자 곡물중개업체들은 미국산 콩을 사서 중국에 되팔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산 콩 농가는 오히려 돈을 더 벌게 됐다. 반면 중국 돼지 농가와 국영 곡물수입업체의 부담은 커졌다고 한다.

    결국 중국 당국은 지난 10월 미국산 콩 수입을 재개했다.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도 이와 비슷하게 해제될 것이라고 홍콩 매체들은 전망했다. 지난 12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10대 전력업체들과 좌담회를 가진 끝에 호주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석탄 수입 확대를 지시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호주산 석탄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홍콩 매체들의 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