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중문화 성공에 취해 '그늘'은 보지 못하는 단세포 정부
  •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인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3D 입체 음향 기술의 소리를 통해 공간을 인식하는 '메이트리'의 실감 콘텐츠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한 후 헤드폰을 벗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인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3D 입체 음향 기술의 소리를 통해 공간을 인식하는 '메이트리'의 실감 콘텐츠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한 후 헤드폰을 벗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의 대중문화 사랑과 관심이 대단한 듯하다. 대통령 내외가 흥겹게 가수 ‘싸이’의 말춤을 흉내 내는 모습이 상상되고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때에 영화 ‘기생충’ 팀과 ‘짜파구리” 오찬을 하며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떠오르니 말이다.  

    지난 9월 19일 제1회 ‘청년의 날’ 행사가 청와대 녹지원에서 개최됐다. 청와대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군인, 경찰, 소방관, 다문화 교사, 헌혈 유공자, 프로게이머, 유튜브 크리에이터, 해녀, 장애 청년, 청년 농업인, 디자이너, 운동선수, 문화예술인 등 각 지역, 각 직군의 다양한 청년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이 행사에는 세계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참석했다. 청와대 블로그에는 “이들은 스스로 화려한 아이돌이 아닌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청년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이야기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이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망 대신 열등감, 박탈감, 좌절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1년전 한 케이블 TV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가 젊은이들에게 오디션 광풍을 일으킨 후 지상파방송들까지 가세하여 젊은이들에게 신데렐라 탄생의 허황된 꿈을 만연시켰다. 2009년 ‘슈퍼스타K’ 방송 첫해엔 전국에서 71만 명이 오디션에 참가했고, 2010년에는 134만 명, 2011년에는 193만 명이 참가했다. 2010년 15세 이상 24세의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가 약 650만 명, 15세에서 29세까지의 인구가 약 1,000만 명이었으니 193만 명은 전국의 15~24세 젊은이의 30%, 15~29세 젊은이의 20%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여기에 연예기획사들의 오디션들까지 합치면 중복지원자 숫자를 감안하더라도 실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젊은이들이 오디션 광풍에 휩쓸려 다닌 것이다. 방송사들의 무책임한 시청률 지상주의가 젊은이들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스타탄생의 꿈을 누구에게나 돌아올 수 있는 행운으로 착각하게 만든 역병과도 같은 현상이었다.  

    이런 광풍 속에서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등장한 것이 ‘K팝’이다. 인터넷과 유튜브(YouTube)를 통한 ‘K팝’의 글로벌마케팅의 성공으로 2011년 가수 ‘비(Rain)’가 타임(‘Time’)지 구독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후 가수 ‘싸이’가 전세계 시장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방탄소년단’이 세계최고의 영예를 거머쥐게 되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이 다시 트롯예능 부활의 시대를 열었다.

    최근 문 대통령이 민간 온라인 공연장을 방문해 아카펠라 공연을 즐겼다고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무참히 사살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대통령이 민간 온라인 공연장을 방문해 아카펠라 공연을 즐겼다는 사실 때문이다. 회원수가 80만명이 넘는 한 여성카페(daum cafe)의 “국민의 비명은 안 들렸을까? 대통령은 아카펠라를 들었다”라는 글에 올라온 아래와 같은 분노의 댓글들이 젊은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

    “사진을 직접 보니까 더 X치네 저딴게 무슨 대통령이야 공무원이 불타 죽은 마당에 공연보고 방탄 입에 올리는 게 대통령이 할 짓이냐고”, “내 손으로 뽑았는데도 소름끼침 솔직히”, “같은 분야에서 더 좋은 성적 내는 아티스트 있는데 왜 하나만 X나 쳐밀어줘? 이게 평등이고 공정이여?”, “촛불시위해서 그 자리 앉은 거 아니냐고요..얼마나 소중한 자린데 진짜 답답하다..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믿겠다고 더민주 표 몰아줬더니 이럴 줄 알았냐고...”, “코로나 첫 사망자 나온날 짜파구리 쳐먹던 싸패답다”, “쌉소름 그자체; 세월호 방명록에 고맙다웅앵할 때부터 알아봄ㅋㅋ뭐가 고마운데 도대체”, “내 손으로 표 던져준 게 너무 아깝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수많은 ‘K팝’ 아티스트들의 성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대학입시지옥, 취업대란과 내집마련 희망이 절벽인 청년들의 암담한 현실에서 재능과 행운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들의 성공은 인생역전의 드라마이다. 그러나 이들 외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느끼게 될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많은 역작용을 할 수도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우리나라의 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문화산업과 게임산업 등이 대박을 치는 반면 고임금과 노조문제로 경쟁력을 상실한 우리나라 제조산업의 공장들은 해외로 떠나고 그나마 국내에서 필요한 생산직인력은 저임금의 외국인으로 대체되었다. 그 결과 국내의 제조업계는 숙련된 인력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대학졸업자 태반은 백수신세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19일 ‘청년의 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서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공정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기회와 공정’의 토대 위에 ‘꿈’을 펼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청년의 눈높이에서, 청년의 마음을 담아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일부 대중문화와 게임산업 등의 세계적인 성공에 취해 그 그늘을 보지 못하는 단세포적인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이런 우행(愚行)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 전 경희대 객원교수

    <굿소사이어티(http://www.goodsociety.kr)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