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스타벅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국 스타벅스 폐쇄할 수 있나…교회도 그렇다
  • ▲ 김학성 강원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 겸 한국헌법학회 고문.
    ▲ 김학성 강원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 겸 한국헌법학회 고문.
    국가는 종종 구성원 중 일부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잘못을 덧씌우고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희생양은 실은 죄가 없으나 있는 것으로 간주 된다. 위기극복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이러한 ‘희생양 매커니즘’은 정의에 반한다. 위기 상황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집회, 교회, 의사’에 대해 서슬 퍼런 강력한 발언을 하고 있다. "국가방역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 “몰상식, 적반하장”, "강력하게 대처하라" 등이다.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모멸감을 당해도, 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각종 미사일을 쏴도 그저 침묵하시길래 말씀을 잊은 줄 알았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전국적 코로나 재확산에 국민의 건강과 경제를 염려해서 그런 것이라지만, 매우 낯설고 마음이 편치 않다. 추미애 법무부(法無腐; 법이 없어 부패한) 장관은 역시 기다렸다는 듯 흉악범 척결에나 사용될 법정 최고형 등 험악한 말을 쏟아낸다. 역시 장관(壯觀)이다. 

    필자도 광화문 집회를 매우 염려했다. 아무리 속이 뒤집히는 심정이라도 방역에 문제가 있고 괜한 빌미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루어진 집회에 대해 도전이라는 지적은 좀 그렇다. 5만이 넘는 국민이 우중에, 코로나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모였다면, 정부는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왜 모였는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재확산을 광화문 집회 때문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 광화문 집회가 일조한 것은 맞지만, 결정적 원인으로 볼 수 없다. 

    정부나 언론은 교회를 코로나의 진원지로 몰아간다. 확진자가 자기도 모른 채 교회를 포함해 여러 장소를 들린 경우, 다 교회발이라고 한다. 몇몇 교회가 방역수칙을 위반해서 물의를 끼친 경우가 있었다. 교인으로서 국민들께 죄송하다. 그러나 5만이 넘는 한국 교회는 코로나에 방역에 적극적으로 잘 대처했다. 교회는 일주일에 한 번만 모이고, 철저한 개인 방역과 거리 두기를 한 채, 한 시간 정도 예배만 드리고 있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다. 마치 하루종일 모여 떠들고 식사하고 잡담하는 곳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가 발생한 교회가 있으면 해당 교회의 봉쇄로 족하다. 전국교회를 봉쇄하면서 마치 교회가 코로나의 진원지 인양 희생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최소 침해로 접근할 사안에 대해 과잉통제를 하고 있다. 매우 위험하다. 파주 스타벅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국 스타벅스 매장을 폐쇄할 수 없듯이, 교회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 

    확진자가 '교회 및 여러 장소' 거쳤으면 '교회발 확진'으로 몰아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예배나 예배 모임을 단순한 종교적 집회의 일종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예배는 신앙선택과 같이 법률로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 기본권은 아니지만, 종교적 집회의 자유보다는 한 단계 높은 종교의 본질에 밀접한 행위기에, 그 제한은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 물론 이런 논리가 2.5단계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은 아니다. 

    한편 코로나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의사들의 파업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광화문 집회 건과 마찬가지로 오죽하면 의사들이 코로나 와중에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의료계가 극히 민감하게 여기고,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한 문제를 힘으로 관철하려고 하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K-방역’은 말도 꺼낼 수 없다. 공공의대는 실패한 일본의 ‘자치의대’ 제도를 가져오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의사들이 기피하는 외상외과나 흉부외과 등을 별도의 의대를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부적절할뿐더러 시장원리에도 어긋난다. 기피과에 대해서는 ‘진료와 수술’에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어 기피하지 않게 만들면 그만이다.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으면서, 의료계와 전쟁을 하면서까지 별도의 대학을 만들겠다고 부산을 떨 필요가 없다. 물 흐르듯 해야 할 일을 또 계획과 힘으로 밀어붙인다. 이국종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강제로 만들 수도 없다.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의료계의 주장은 자연스럽고 무리가 없다. 괜한 평지풍파 일으키지 마라. 의대 학생, 전공의, 전임의 모두가 팔팔 뛴다면 통상 젊은이들의 주장이 옳다. 2015년 전국 로스쿨 학생들이 정부의 사법시험 4년 유예 방침에 정면 반기를 들었다. 집단 자퇴를 결의하고 변호사시험까지 보이콧 하려고 했다. 당시 필자의 마음은 마음껏 분노하고 행동해보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의사 파업의 궁극적 책임자가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아껴야 할 최후수단인 고발을 질러버려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게 했다. 하수의 전형적 악수다. 고발을 철회하고 의사들에게 퇴로를 열어주어 현장 복귀를 유도해야 한다. 

    이 와중에 뜬금없이 나온 대통령의 간호사 격려 메시지가 문제 되고 있다. 국민통합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설마 의도적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이간질했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눈은 간호사를 보면서 입은 의사를 향하고 있다. 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갈등을 봉합해야 할 최고지도자의 처사는 아니다. 지금의 파업은 교회와 광화문 집회와 같이 희생양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교회가 희생물이 되는 것도 속상한데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들마저 희생양이 되는 것은 더욱 참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