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장 등 “최근 북한이 흘리는 역정보 많아"… 언론에 주의 당부
  • ▲ 지난 6월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예비회의를 주재한 김정은은 대남군사행동 보류와 함께 대남비방 중단을 지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예비회의를 주재한 김정은은 대남군사행동 보류와 함께 대남비방 중단을 지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한 욕하지 말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어긴 북한 노동당의 장관급 간부가 해임됐다는 소식이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나왔다. 북한인권단체 대표와 탈북민 단체 대표, 대북소식통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이 흘리는 역정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RFA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김성호 경제부장 해임”

    RFA는 지난 11일 익명의 평양시 노동당 간부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7월 25일 열린 노동당 중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김성호 경제부장이 해임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소식통은 해임 이유를 “남조선을 비난하지 말라는 최고존엄의 지시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6월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대남비방 중단을 지시했다. 김정은은 7월까지도 당 중앙과 지방 간부들에게 “남조선 비난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수차례 하달했다. 그런데 지난 7월 19일 탈북자가 월북해 몰래 개성으로 숨어든 사실을 전해들은 김성호 노동당 중앙당 경제부장이 자신의 부서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을 욕했다. 이를 어떤 사람이 김정은에게 몰래 보고해 김성호 부장이 7월 25일 해임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남한을 비난하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면서 “그러나 중앙당 고위 간부가 최고존엄과 당의 방침과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미움을 사 중앙당 경제부장에서 해임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시키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중앙당 부장이 그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 때문에 ‘시범케이스’로 걸렸다는 주장이다.

    허광일 위원장 “말이 안 되는 조치…북한 역정보 가능성”

    그러나 RFA의 기사 내용을 전해들은 북한인권단체와 탈북민 단체 대표들, 대북소식통은 한결같이 “말이 안 되는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노동당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위에 있다. 보통 노동당 부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즉 내각 장관보다 직급이 더 높다.
  • ▲ 황해북도 은파군 수해지역을 찾은 김정은이 자신이 몰고 간 렉서스 SUV 운전석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황해북도 은파군 수해지역을 찾은 김정은이 자신이 몰고 간 렉서스 SUV 운전석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아무리 김정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한국을 욕했다고 해도 공개석상이나 공개문서로 한 것도 아니고 자기 부하들에게 말했는데 그런 최고위직을 해임한다? 북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지난 6월에 대남비방 금지를 지시했어도 체제 성향 자체가 한국을 적대시하는 곳에서 월북한 탈북자 때문에 한국을 욕했다고 ‘최고존엄의 최측근’을 해임한다는 것은 북한에선 있을 수 없다고 허광일 위원장은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내용은 북한의 역정보(Disinformation·고의적으로 유포하는 허위정보)일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성민·최정훈 대표 “RFA가 북한 역정보에 낚인 듯”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 또한 허 위원장과 같은 지적을 했다. 김성민 대표와 최정훈 사령관은 “노동당 중앙당 부장이라는 자리는 김정은의 최측근인데 그렇게 쉽게 해임할 수가 없다”면서 “지난 4월 김정은 사망설로 서방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북한은 이후 역정보를 많이 흘리는데 그런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를 RFA가 받아 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정훈 사령관은 “노동당의 생리를 안다면 전혀 믿을 수 없는 말임에도 외부 언론들은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다 보니 저들이 내놓는 역정보에도 쉽게 넘어가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소식통은 “최근 북한이 외부 언론에 흘리는 역정보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RFA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미국 언론을 통해 나오는 북한 기사도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