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1당 체제’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는데...겉모습은 많이 달라보여도 본질은 한 결이고...현재 이 나라 민주주의는 과연 어떤 ‘민주주의’일까?
  • ▲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과 서훈.ⓒ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과 서훈.ⓒ연합뉴스

    李 竹 / 時事論評家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시 주석 재선에 대한 표결 결과는 2970명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3연임 제한 규정을 없앤 11일의 개헌안 표결[반대 2, 기권 3]이나, 5년 전 첫 국가주석 선출[반대 1, 기권 3] 때와 달리 단 한 표의 이탈도 허용치 않았다...”

      2018년 3월 ‘거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2년 3개월여가 지난 엊그제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참석자 162명 ‘전원의 찬성’으로 홍콩 보안법을 상정 15분 만에 전격 통과시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법안에 서명했으며, 홍콩 주권 반환일인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리고 이어서...

      “홍콩 독립 외치면 최고 종신형… 관광객도 처벌”
      “공포의 홍콩 보안법… 무차별 시위 진압, 370명 체포” 등등의 제목이 달린 신문기사들을 읽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홍콩보안법은 홍콩 주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한다...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위로 침해받은 홍콩인의 신체 안전을 보장한다...” 뛔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런 주장을 내보냈다고도 했다.

      ‘거기’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즈음에, ‘여기’에서는 ‘4·15총선 부정의혹’ 규명을 촉구하는 이른바 ‘블랙 시위’가 계속 드세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6월] 29일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중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7개 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7월부터 후반기를 시작하는 지방의회에서도 민주당이 의장단·상임위원장단 ‘독식’에 나서고 있다... 국회뿐 아니라 지방의회에도 사실상 민주당 1당 체제가 들어서는 것이다...”

      “민주당은 통합당 없는 상임위를 ‘단독’으로 열고 38조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심사한 뒤... 3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5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역대 최대규모로, 한 해 세 차례 추경안이 편성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치부를 폭로한 윤석열은 문 정권과 친문 세력에겐 ‘대역죄인(大逆罪人)’이나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꺼내 들자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라며 십자포화를 퍼붓는...”

      “2015년 뇌물 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 판결 뒤집기에 나서며...”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 대통령을 풍자한 대자보를 붙인 청년은 건조물 침입죄로 호적에 빨간 줄이 그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임으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내정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 신임 통일부장관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나란히 임명할 예정이다...”

      겉으로 나타난 모습들이 한쪽은 ‘대륙적’(大陸的)이고 다른 한쪽은 ‘반도적’(半島的)인 듯하여 크게 달라보여도, 그 본질에서는 매우 닮았다는 걸 이 나라 ‘국민’(國民)들은 분명히 알고 있지 싶다. 본질이 다르지 않게 된 이유야말로 오래지 않은 지난날의 말씀 중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되짚어 봤다.

      “한·중은 공동운명체...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대국(大國) 중국의 ‘중국몽(中國夢)’에 함께 하겠다...”

      이렇듯 ‘거기’와 ‘여기’의 민주주의가 흡사해지고 있는 가운데...

      ‘저기’도 매우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2년여 전에 이미 발표되었다고 하니, 그 사이에 큰 변화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한데... ‘민주주의의 꽃’이라 일컫는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OO북도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블로그에 최근까지 올려있던 내용이란다. 믿을 만하다고, 놀랍다고? 글쎄, 그걸 왜 내렸는지 원.

      “북한은 정식 국명에도 써져있듯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민주주의 국가에요.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에서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의 투표 의결에 의해 선출되었고, 그 최고인민회의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대의원들도 모두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뽑았어요. 게다가 일당 독재라고 흔히 여겨지지만, 놀랍게도 3개씩이나 되는 정당이 북한 국내에서 합법적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 ‘저기’와는 이런 관계라고 설파하신 적이 있다. 올해, 2020년 신년사에서다.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입니다...”

      이 나라 헌법의 ‘영토[한반도와 부속 도서] 조항’과는 정면으로 배치되지만, 그걸 논할 계제는 아닌 거 같다. 무려 179석에 이른다질 않는가. 얼마 안 있어 그 조항도 미아(迷兒) 신세가 될지 모르니 말이다. 아무튼...

      위의 ‘OO북도 선관위’의 주장에 따르면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봐야 맞다. ‘민주’, ‘선출’, ‘직접투표’ 등등 매우 동질적이다.
      더군다나 ‘저기’의 ‘합법적인 세 개 정당’중 제1당의 최고규범에 적혀있는 그대로가 ‘생명공동체’를 엮어나가기에 너무 잘 어울린다고들 한다. 이른바 ‘통일·안보 부서’의 엊그제 인사(人事) 면면(面面)도 그러하다는 중론(衆論)이고...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요모조모 뜯어보니 ‘거기’와 ‘여기’가 본질에서 비슷하고, ‘여기’는 ‘저기’와 궁합이 맞아가는 모양새 아닌가. ‘거’나 ‘여’나 ‘저’나, 모두 부르짖는 게 ‘민주주의’일뿐더러... ‘전원 찬성’도, ‘단독 처리’도, ‘민족해방’도 있다고 하니.

      지난 시절, ‘낭만 독재’(浪漫 獨裁)라고 누군가가 이름 붙였던 1970년대의 그 ‘10월 유신(維新)’을 일컬어 흔히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했다. 그렇다면 ‘여기’, 지금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떤 ‘민주주의’일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민주주의인 탓에, 분명 ‘한국적’은 아닌 듯싶다. ‘한국적’은 이미 추억이 되었기에...

      그래서 말인데... ‘거기’는 ‘공동운명체’이고, ‘저기’는 ‘생명공동체’인데다가, 그곳들의 ‘민주주의’를 서로 많이 닮아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혹시나?
     
      쌓은 지식이 변변찮고 자신감도 별로라서 딱 떨어지게 답은 하지 못하겠다. 그저 ‘읽는 이’들의 현명한 판단에 맡기는 걸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만...

      정확한 답은 내놓지 못하더라도 그 ‘민주주의’가 이 나라,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몰락과 절망의 늪으로 이끌 수밖에 없을 거라고는 분명하게 외치면서...

      “조선로동당의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 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다.”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