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10일 특성화중 성과평가 결과 발표… 대원·영훈국제중 지정 취소, 8월 중 최종 결정
  • ▲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국제중 재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국제중 재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 대원국제중학교와 영훈국제중학교가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해 일반 중학교로 전환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교육계의 반발이 예상되면서 국제중의 일반 중 전환과 관련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0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지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중은 해외에서 귀국한 학생을 돕고 조기유학을 줄이자는 취지로 인가한 학교다. 전국에 대원(서울)·영훈(서울)·청심(경기)·부산(부산)·선인(경남) 등 총 5개교가 있다.

    "대원·영훈국제중, 지정 목적 달성 어려워 지정 취소"

    특성화중학교 운영 성과평가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라 5년 주기로 시행된다. 이는 특성화중학교가 지정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지 점검·평가하는 절차로, 특성화중 지정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일 이들 2개 국제중학교와 서울체육중학교 등 3개 특성화중학교를 대상으로 지정·운영 성과평가를 심의했다. 그 결과, 대원·영훈국제중은 특성화중 지정에서 탈락하고, 서울체육중만 특성화중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사실 이번 평가에서 대원·영훈국제중의 재지정 탈락은 예견된 결과였다. 조 교육감이 그간 자사고와 국제중의 일반학교 전환을 공언한 데다, 올해 지정취소 기준점수가 60점에서 70점으로 높아져 무더기 탈락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 국제중은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국제중은 일반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로 인식돼 이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이번 평가단은 대원·영훈국제중이 △국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 △교육격차 해소 노력 등이 저조하다고 봤다. 평가단은 지난 3월 학교가 제출한 자체 운영성과보고서와 증빙서류를 통해 5월까지 서면평가와 현장방문평가를 실시했다.

    조희연 "국제중, 교육 공공성 가치 훼손"… 일반고 전환, 8월 최종 결정

    이들 2개교는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에서 연평균 1000만원 이상의 학비를 부과함에도 '학생 1인당 기본적 교육활동비'와 '사회통합전형(기회균등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정도' 등에서 저조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권창회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권창회 기자
    아울러 과거 이들 2개교가 학교 운영상 문제와 법령·지침 위반으로 감사처분을 받은 것도 중요한 감점 요인이 됐다고 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대원·영훈국제중이 곧바로 특성화중학교 지위를 상실하지는 않는다. 교육청은 향후 이들 2개교의 청문 절차를 거쳐 20일 이내에 교육부에 지정취소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정취소 신청을 받은 후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최종 결과는 오는 8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이들 학교는 2021학년도부터 일반중학교로 전환된다. 하지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특성화중학교 학생 신분을 유지한다. 교육청은 일반중학교로 전환이 확정되는 특성화중학교에는 별도의 재정지원을 할 방침이다.

    조 교육감은 "평가는 공적 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견지에서 평가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며 "이후 일반중학교로 전환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신입생뿐만 아니라 현재 재학생에게도 혜택이 가도록 지속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학생, 졸업까지 특성화중 학생 신분 유지

    조 교육감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본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전국 국제중학교의 일반중 전환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대원·영훈국제중의 지정취소 절차를 밟으면서 최종판단 기관인 교육부의 적극 대처를 촉구한 것이다. 이번 평가 결과가 이달 중 발표될 경기·부산지역 국제중 심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전체 국제중 가운데 2018년 개교한 선인국제중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국제중이 올해 재지정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특성화학교 지정 취소가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총연합회는 "이념이나 정치에 따라 없어지고 만들어지는 게 반복된다"며 "정부에서 하라고 해서 믿고 학교를 운영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없애버리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교육의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모든 걸 하향평준화하려는 건 문제가 있다"며 "자사고나 국제중을 폐지한다고 교육의 불평등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4년제 대학의 한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뿐만 아니라 정부도 국제중이나 자사고 등을 특권학교라고 인식해 일반학교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며 "이번 평가에서 두 학교가 탈락되지 않았다 하더라고 국제중은 정부 정책에 따라 일반학교로 전환되는 게 시간문제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