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채널은 유지, 한국만 따돌려… 美 전직 관리들 “한미 분열이 목적” 한목소리
  • ▲ 유엔사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공개한 북한군과의 직통전화. 북한은 한국과의 모든 통신선은 폐쇄했지만 유엔사와의 직통전화는 그대로 유지했다. ⓒ유엔사 페이스북 캡쳐.
    ▲ 유엔사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공개한 북한군과의 직통전화. 북한은 한국과의 모든 통신선은 폐쇄했지만 유엔사와의 직통전화는 그대로 유지했다. ⓒ유엔사 페이스북 캡쳐.
    북한이 남북 간 통신연락선은 모두 폐쇄한 반면 유엔사령부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는 그대로 놔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미국과 채널은 유지하면서 한국만 따돌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통신연락선 폐쇄는 한미동맹 분열이 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엔사 “9일 북한군과 직통전화 통신점검 이상 없다”

    유엔사는 판문점에 설치된 직통전화로 북한군과 일상적인 통신점검을 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이 직통전화는 판문점 유엔사 일직장교 사무실과 북한 측 판문각에 설치됐으며, 매일 점검통화를 한다. 유엔사는 지난 2월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핑크색 직통전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엔사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는 2013년 3월 말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하면서 일방적으로 단절한 적이 있다. 그러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같은 해 7월 복구됐다.

    북한이 한국을 향해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물론 청와대와 노동당 본부청사 간 핫라인까지 모두 폐쇄한 반면 유엔사와 북한군의 직통전화는 그대로 유지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 채널은 유지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 통신연락선 폐쇄... 한미동맹 갈라놓으려는 것”


    미국의 전직 관리들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0일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조지프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분석을 전했다.
  • ▲ 청와대와 노동당 본부청사를 잇는 핫라인. 9일 정오부터 불통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와대와 노동당 본부청사를 잇는 핫라인. 9일 정오부터 불통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크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전면 차단한 것은 한미동맹에 균열을 만들고 싶어서”라며 “북한이 큰 이익을 얻지 못하는 한 연락 채널을 복원할 이유가 없을 텐데, 과연 한국이 북한에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예전의 각본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면서 “그 각본에서 새로운 요소가 하나 있는데 바로 한미동맹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한미동맹을 확인하지 않으면, 북한은 한국에 계속 부당한 요구를 하면서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힐 전 차관보는 지적했다.

    윤 전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차단한 주된 이유는 미북정상회담·남북정상회담을 했음에도 제재 완화와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해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북한은 한국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 재개 등 남북협력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에도 불만을 갖고 이번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윤 전 특별대표는 지적했다.

    “예상됐던 일…미국과 대화 시작되면 복원될 것”

    켄 고스 미 해군 분석센터 국장은 “미북대화가 교착된 상태에서 남북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조치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며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면 통신연락선은 복원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남북 간 경색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고스 국장은 “앞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북한의 행보는 무기 시험과 같은 도발”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해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판단할 것이라는 게 고스 국장의 분석이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9일 “미국은 언제나 남북관계의 진전을 지지해왔다”면서 “북한의 이번 행동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외교와 협력(비핵화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한국과 긴밀한 조율을 통해 북한을 대화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