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엔 국정교과서 반대하더니, 입장 바뀌자 '천안함' 빠진 교과서 칭찬… 또 내로남불 논란
  •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진행된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진행된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올해 시행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4‧3에 대한 기술이 더욱 많아지고 상세해졌다"며 "4‧3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임을 명시하고, 진압 과정에서 국가의 폭력적 수단이 동원되었음을 기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5년 야당 대표 시절 정치인들의 논리에 따라 교과서 기술이 좌우돼선 안 된다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을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시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웃의 아픔과 공감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의 문제"라며 "대통령으로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역사학계에서 해석과 의견이 분분한 4‧3사건을 '성역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진실의 바탕 위에서 4‧3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며 "제주는 이제 외롭지 않다. 4‧3의 진실과 슬픔, 화해와 상생의 노력은 새로운 세대에게 전해져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교과서에 4‧3사건을 피해자 측 관점에서 규정하고 기술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文, 야당 대표 땐 "대통령이 고친다고 역사 바뀌지 않아"

    2015년 10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바꾸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만 바꿉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서명운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국정교과서를 친일·독재로 규정하며 "대통령이 고친다고 역사가 바뀌지 않는다. 대통령이 입맛대로 만든 역사교과서는 1년짜리 정권교과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좌파적 역사관을 따른 4‧3사건 교과서 기술을 당연시한 것이다.

  •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11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반대 대국민 담화 발표를 마친 뒤 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11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반대 대국민 담화 발표를 마친 뒤 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4‧3은 1947년 3월1일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로당의 무장봉기 이유가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라고 미화했지만, 이와 달리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 공산 폭동'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한반도에 비해 일본과 교류가 많았던 제주도는 일본을 통해 배운 좌익사상을 '인민위원회'를 통해 실현할 정도로 좌익성향이 강한 지역이었다. 4‧3 당시 민간인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미 군정이 한반도의 정체성 혼란기에 제주도민 일부의 희생이 있더라도 좌익사상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6·25전쟁 당시 북한 김일성이 노렸던 것이 남한 내 좌익세력의 폭동이었다.

    정부 진상조사 다했는데… 文 "더 낱낱이 밝혀내야"

    문 대통령은 이날 또 "진실을 역사적인 정의뿐 아니라 법적인 정의로도 구현해야 하는 것이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서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정치권과 국회에도 '4‧3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4‧3사건 진상조사를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돼 정부차원의 조사가 이뤄져 진상조사보고서 12권이 발간돼 2003년 채택됐다. 민간인 희생 경위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밝혀지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부를 대신해 공식 사과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국가기념일 지정 등의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대통령의 첫 추념식 참석 이후 4‧3 희생자와 유족 추가 신고사업을 재개하고, 희생자 90명과 유족 7606명을 새롭게 인정했다. 이번 달에는 생존 희생자 및 유족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4‧3트라우마센터'가 시범 운영된다.

    천안함 폭침 제대로 기술 안 한 文정부 교과서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도 46명의 해군 장병을 추모했지만, 이번 4‧3 추념사와 달리 교과서에 '북한 도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상세기술 필요성은 거론하지 않았다.

    정부 검정을 통과해 지난달부터 중학교에서 사용되는 6종의 역사교과서는 '천안함 폭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종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다룬 미래엔 교과서는 '천안함 사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연평도 포격의 경우는 4종의 교과서는 다뤘지만 금성·지학사 등 두 출판사의 교과서는 서술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 사용되는 8종의 한국사 교과서도 그 중 3종은 천안함 폭침사건을 아예 누락했고, 3종은 '침몰' 또는 '사건' 등의 표현을 썼다. 2종만 북한의 도발을 뜻하는 '피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