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임기도 안 끝났는데 '대놓고 '文비어천가'… 중·고교, 왜곡된 역사 수업 우려
  • 한국사 교과서 자료 사진. ⓒ연합뉴스
    ▲ 한국사 교과서 자료 사진. ⓒ연합뉴스
    3월 새 학기부터 중·고등학생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한 새 역사 교과서를 배운다. 그러나 이들 역사 검정교과서를 둘러싼 좌편향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면서 교육계의 우려도 커졌다. 

    이들 교과서에서는 북한 정권에 대한 부정적 표현은 모두 사라졌고, 임기 중인 현 정부에 대해선 모두 긍정적 평가가 담겼다. 국정화 자체가 문제였던 과거 역사교과서 논란과 달리 이번에는 이념편향적 내용들이 문제가 돼 사안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 평가원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과 중학교 ‘역사’ 교과서 6종이 올해 새로 도입된다. 고교 교과서는 해냄에듀·씨마스·금성출판사·천재교육·지학사·동아출판·비상교육·미래엔출판사, 중학교 교과서는 금성·동아·미래엔·비상교육·지학사·천재교육이 그 대상이다. 

    이들 출판사는 2018년 7월부터 9개월간 교과서를 개발했다. 평가원 주도의 검정심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8개월간 심사를 진행했다. 각 학교는 이들 출판사의 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채택해야 하는데, 최종 결정은 지난해 12월31일까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검정을 통과한 역사교과서 전시본이 지난해 12월5일까지 학교에 배포됐고 31일까지 신청이 이뤄졌다”며 “결정이 늦어진 몇몇 학교에 한해 조만간 추가 주문이 들어올 예정이고, 아직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학교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새 교과서에서 크게 바뀐 것은 기존 반반 정도였던 전근대사와 현대사 비중을 중학교와 고교 학습의 연속성을 고려해 서로 달리했다는 점이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 6종은 전근대사가 80%, 근현대사가 20%로 구성됐다. 반면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은 전근대사 27%, 근현대사 73%로 이뤄졌다. 즉, 중학생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근대사 위주로, 고교생은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근현대사 위주로 배우는 것이다.

    중학교 땐 전근대사, 고등학교 땐 근현대사 위주로 교육

    교육계는 특히 현대사 부분에서 편향적 서술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고교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월등히 높인 것도 문제지만, 보수정권은 폭력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진보정권은 평화적·긍정적 이미지로 담아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사학과 A교수는 “올해 도입되는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을 보면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보수정권은 국민과 민주주의를 탄압한 폭력적 정부로 담겼다”며 “반대로 남북평화 단원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김대중·노무현 등 진보정권은 남북화해를 위해 노력한 정부라고 긍정평가했다”고 지적했다.

    A교수는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망친 걸림돌로, 현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 기여를 한 것처럼 서술한 게 가장 잘못”이라며 “박근혜 정부 당시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자체가 문제였는데 지금은 교과 내용이 전부 이념편향돼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교과서들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천안함 폭침은 아예 기술하지 않거나 '사건' 혹은 '침몰'로 기술했다. '민주주의'의 표현은 집필진이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중 직접 고르도록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역사교과서를 검정교과서로 바꾸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민주주의’로 고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발이 심해지자 결국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모두 허용하는 모호한 수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6·25전쟁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남한 침략(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북한은 ‘북한 정권 수립’으로 표현이 통일됐다. 일제 침탈사와 독도 관련 일본의 역사왜곡 내용은 분량을 확대했다.

    임기도 안 끝났는데 '문재인 정권' 비중있게 다뤄

    기존 관행을 깨고 임기가 진행 중인 현 정부에 대한 내용을 비중 있게 담은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과거 역사교과서들은 현재진행형인 정책들이 많고 역사적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현직 대통령과 관련한 기술을 피했다. 그러나 새 검정교과서에는 남북정상회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등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를 비중 있게 다뤘다.

    씨마스 교과서의 경우 ‘남북화해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노력’ 단원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악수하는 사진을 전면 게재하고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기술했다. 문 대통령의 치적을 강조한 듯한 대목이다.

    "MB 박근혜는 남북관계 걸림돌, 文은 큰 기여"

    이와 관련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문재인 정권 좌편향 교과서 긴급진단 정책간담회’를 열고 “역사왜곡의 정도가 선을 넘었다”며 “역사 교과서를 정권 홍보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관계자는 “교육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문제가 사실로 확인됐다”며 정부와 교육당국이 균형잡힌 내용의 역사 교과서를 발간할 것을 촉구했다.

    좌편향 논란에 대해 교육부는 “검정 역사교과서는 집필진의 자율성을 존중해 다양한 내용으로 서술됐다”며 “교과서 검정 전문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검정 공통기준 위반 여부와 교과 집필기준에 의해 단계별로 엄정하게 검정 심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역사교과서를 정권 홍보물로 전락시켰다"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편향 논란이 이어지자 사회적 협의체를 따로 구성해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고 중립적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현 정부가 자신과 진보정권은 과대평가하고, 상대 진영에 있는 정권은 비판할 경우 학생들의 역사적 시각이 균형을 잃을 수 있다”며 “역사왜곡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역사적 기술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건 학부모들도 진보나 보수를 불문하고 모두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이라고 좌편향된 교과를 바로잡아서 중립적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