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親文)·반(反)민주당 세력, '이재명 엄벌' 캠페인… 4개월간 하루 6건 이상 접수, 11일 기준 819건
  •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DB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DB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상고심을 남겨둔 이재명(57) 경기도지사를 엄벌해달라는 진정서 수백 건이 최근 서너 달 사이 대법원에 접수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다.

    이들 진정서는 친문(親文)이면서도 반(反)더불어민주당 성향을 지닌 네티즌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세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 이후 '조국을 지키지 못한' 민주당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이 갈라져 나오면서 둘로 쪼개진 상태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이 지사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2부에는 이 지사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진정서가 11일 기준 819건 접수됐다. 지난해 10월17일 첫 진정서가 접수된 이래 최근까지 넉 달여간 하루 6건 이상 꼴로 접수된 셈이다. 이들 진정서 제목에는 '민주당의 암덩어리' '최악의 인물' '형수 쌍욕' '전과 4범' '패륜' 같은 이재명 지사를 지칭하는 문구와 이 지사를 엄벌해달라는 요구가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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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관계자는 "진정서는 등기우편으로 법원 민원실에 접수되며, 접수된 건은 법원 시스템 사건기록에 그대로 남게 된다"며 "다만 진정서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정서가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참고사항 정도로는 고려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엄벌' 진정서를 무더기로 보낸 이들은 누구일까. 본지 취재 결과 진정서 제출 캠페인은 민주당 권리당원 다음카페인 '문파랑' 회원들이 진행한다. 문파랑은 친문이면서도 반민주당 성향을 띠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문파랑'의 '반민주당 캠페인' 추진은 현재 민주당 내 상황과 연관 있다. 현재 친문세력은 조 전 장관 사퇴를 전후해 친(親)민주당과 반(反)민주당으로 갈라진 상태라고 한다. 문파랑은 '조국을 지키지 못한' 민주당에 반발하는 세력이다.

    문파랑 회원들이 '이 지사 엄벌 촉구' 캠페인을 시작한 계기는 친민주당 세력의 '이 지사 무죄 촉구' 단체행동 때문이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문파랑의 한 회원은 게시판에 "이재명에 대한 탄원서가 대규모로 제출되고 있다"면서 "저희도 이재명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자 한다"고 썼다. "탄원서(歎願書)는 선처해달라는 내용이라서 안 되고, 진정서(陳情書)는 처벌해달라는 것이니 진정서로 제출해달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이어 "대법원의 사건기록에 (이재명의) 죄악이 영구히 새겨지도록 하자. 벌금 300만원 확정을 위해"라고 덧붙였다.

    반면 친민주당 세력 중 하나인 '이재명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해 11월 이 지사의 무죄 선처를 요구하는 시민 13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23박스 분량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범대위는 지난해 9월 말 출범했으며, 탄원서를 제출하기 이전부터 개별적으로 이 지사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탄원서도 현재 대법원에 503건 접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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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문세력이 분열 양상을 보인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조국사태' 관련 유감을 표명하자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다수 작성됐다. 이에 친민주당 세력은 "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그런 이 대표를 흔들고 사퇴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반민주당 세력을 '똥파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검찰개혁'을 구호로 삼았던 이른바 '서초동 집회'도 친민주당 세력의 여의도 집회와 반민주당 세력의 서초동 집회로 나뉘어 열렸다.

    한편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에 위헌요소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허위사실공표죄의 '행위'와 '공표'라는 용어의 정의가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등에 반하고, 선거법은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제한돼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는데도 양형을 다루는 상고가 불가능해 과잉 금지 및 최소침해원칙 등에 반한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사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도지사 임기 만료일까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미루기 위한 '꼼수'라고 분석하면서도 법원이 이 지사의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인용률은 2018년 기준 3.2%에 불과하다. 만약 이 지사의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대법원 판결도 헌재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소 1~2년간 중단된다. 아직 대법원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