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법관 정기인사 후 재판 향방 '관심'… "특정성향 중앙지법원장 유임, 법원 사무분담 지켜봐야"
  • ▲ 대법원은 지난 6일 총 922명에 대한 '2020년 법관 인사'를 발표했다. ⓒ정상윤 기자
    ▲ 대법원은 지난 6일 총 922명에 대한 '2020년 법관 인사'를 발표했다. ⓒ정상윤 기자
    지난 6일의 '2020년 법관 정기인사' 발표 이후 주요 재판의 향방에 관심이 높아졌다. '자녀입시·사모펀드 비리' 등 의혹을 받는 조국(55)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58·구속) 씨, '조 전 장관 아들 인턴증명서 위조 혐의'의 최강욱(53)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사건을 심리하던 담당 재판부가 교체되면서다.

    일각에서는 '법관 인사가 주요 재판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기본적 공소사실이 같기 때문에 매번 하는 정기인사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특정성향 출신의 법관이 주요 재판이 몰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맡은 만큼, 법관 인사 등도 재판 심리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판사 인사가 발표된 것은 지난 6일. 대법원은 이날 모두 922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법관 인사'를 발표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386명, 고법 판사 56명, 지방법원 판사 480명 등이 대상이었다. 이번 인사는 오는 24일 단행된다. 인사 단행 전 각급 법원은 판사들을 형사·민사 등 각 분야 재판에 배치하는 '사무분담'을 오는 20~21일께 할 것으로 보인다.

    '편파진행' 논란 정경심 재판장, 최강욱 재판부 변경

    대상자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송인권 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전보조치다. 송 부장판사는 '사모펀드 비리' 등 의혹을 받는 정경심 씨 재판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등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를 맡았으나, 오는 24일자로 서울남부지법으로 이동한다. 송 부장판사의 이동은 2017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 부임한 이후 3년 만이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 최강욱 비서관의 재판부도 변경된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장두봉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판사는 춘천지법으로 이동한다. 다만 '유재수 감찰 무마'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사건을 맡은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중앙지법에 그대로 남는다.

    이를 두고 '판사 인사가 정경심 씨 등 재판에서 심리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 부장판사가 정씨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 증거목록 등을 두고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는 그러나 '기본적인 공소사실, 제출된 증거 등이 동일하다면 심리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원론적 견해다.

    다만 각급 법원장이 사무분담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법원장의 유임'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있다. 앞서 지난 1월31일 '고위법관 인사 발표'에서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유임이 발표됐다. 민 법원장은 2018년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맡았다. 

    그는 올해로 '2년째' 법원장 직을 유지하던 터였다. 이에 '2년을 채우고 떠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왔다. 법원장 임기는 통상 1~2년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주요 재판이 대거 몰린 전국 최대 법원이다.

    사법연수원 25기 출신의 한 법조인은 "재판부가 바뀐다고 재판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판사들이 공소장을 통해 제출된 증거, 증거 가치나 (그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 등에 대해 동일하게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어차피 송 부장판사는 중앙지법에서 3년을 꽉 채웠기 때문에 이동할 때도 됐고, 오히려 유임시켰다면 특정입장에 섰다는 비판을 더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법조인은 "각급 법원장의 임기는 1년 또는 2년인데, (민중기 법원장이) 유임됐다는 것이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심리 영향 없지만"… 법원장 유임 '우려'

    부장판사 출신의 다른 법조인 A씨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다만 A씨는 특정성향 출신의 재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 유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씨는 "원론적으로는 기본적인 공소사실 등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담당 재판부가 바뀐다고 해도 그 재판 심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정경심 씨 재판처럼 재판이 초기인 경우가 아닌, 선고 직전까지 간 김경수 경남도지사 재판에서 재판부가 변경되면 영향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특정성향 모임 출신의 판사가 재판을 담당하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공정하지 않게 보이는 인사'도 피할 필요는 있다"며 "문제는 어제 법관 인사 발표보다 특정성향 출신의 민중기 법원장이 유임됐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특정판사가 전보되지 않았어도, 그 판사가 맡은 사건의 재판부가 변경될지도 지켜볼 문제다. 각급 법원은 오는 24일 인사 단행 전인 20~21일께 사무분담을 마무리한다. 사무분담은 판사들을 형사부·민사부·영장전담부 등 각 분야 재판에 배치하는 업무를 말한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2018년 초 사무분담위원회 관련 내규 등을 마련했다. 법관 업무, 재판부 구성 등 '사무분담'을 법원장이 독단적으로 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위원회는 2019년 2월 정기인사 때부터 활동해 사무분담안을 작성한다. 통상 1년마다 위원회가 바뀌었는데, 2019년 초 구성된 위원회가 2020년 사무분담안도 확정하게 된다.

    사무분담위원회는 수석부장 3명의 당연직 위원 외에 선출직 위원으로는 부장판사 3명, 단독판사 3명, 배석판사 3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선출직 위원은 직급별 판사회의 등에서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