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아닌 것도 개인정보라며 '쉬쉬'… 질병본부, 불확실 정보 방치해 공포심 키워
  • ▲ 지난달 31일 추가된 4명의 우한폐렴 확진자 중 한 명이 6번 확진자의 딸이자 어린이집 교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질본은
    ▲ 지난달 31일 추가된 4명의 우한폐렴 확진자 중 한 명이 6번 확진자의 딸이자 어린이집 교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질본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뉴시스
    금요일이던 1월31일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충남 태안군은 오후 2시 기준 국내 우한폐렴 확진자가 총 11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7명에서 4명이 추가된 것이다. 이 중 2명은 6번 확진자(56·남)의 가족이라고 했다.

    보건당국은 이들과 관련한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개인정보'라는 이유에서였다. 정부가 쉬쉬 하며 숨기는 사이, 국민의 혼선과 공포는 커져갔다. 이른바 '불확실성의 공포'가 확산한 것이다. 

    "개인정보라 확인 못해준다"… 법조계 "공익 차원에서 공개 가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1일 추가 확진자와 관련 "가족이 누구신지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가족관계까지는 확인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6번 확진자의 딸 A씨가 어린이집 교사인 사실이 알려지자 아이들까지 우한폐렴 감염에 노출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다. 6번 확진자의 딸은 태안군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 2세반 교사로 일한다. 설 연휴 직후인 28일부터 30일까지 출근해 원생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

    맘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A씨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어린이집 교사인데 책임감이 없다" "아이들이 감염되면 다 A씨 책임"이라는 등의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본지는 이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질본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위기소통담당관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통화가 연결된 비상근무자는 "추가 확진자가 6번 확진자의 딸이 맞느냐"는 질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자신에겐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담당자와 휴대전화 통화에서도 답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질본 박혜경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장은 통화에서 "아직 전날 현장에 나간 역학조사팀도 복귀하지 못했다"며 "가족관계는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3차 감염자가 6번 확진자의 딸이 맞느냐만 확인해달라. 어린이집 교사라고 하는데 아이들 감염 위험이 있지 않으냐"는 호소에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본지에 "질본에서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면서 "확진자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가족관계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의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는 주민번호나 주소 등 개인식별이 가능한 정보만 해당한다"며 "특히 현재 같은 상황에서 확진 의심자의 가족관계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차원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질본은 이날 6번 확진자의 딸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가 1시간 만에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번복했다. 6번 확진자 딸 부부는 이튿날인 2월1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태안지역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정보를 숨기며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행태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쉬쉬 하는 보건당국 때문에 공포와 궁금증이 커진다

    정부가 우한폐렴 감염자들과 관련한 정보를 숨기면 국민의 공포와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는 질본이 발표하지 않은 확진자와 접촉자 정보까지 나돌았다. 확진자 이름과 거주지역은 물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이들이 방문한 장소까지 담겨 있다.

    질본은 문건 유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보건당국이 확진자들의 가족관계 등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도 3일 우한폐렴과 관련, 정부의 뒤늦은 정보 공개와 폐쇄적 행정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부의 중국 입국자 전수조사 진행과 접촉 기준, 확진자 동선에 관한 소통 부재 등 정보의 혼선으로 방역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다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는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럽기 때문에 정확하고 투명한 방역예방관리 매뉴얼과 지침, 그리고 국민이 소상하게 알 수 있는 '접촉자' 기준 등 대국민 관련 정보를 민관 합동으로 조속히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며 정부 측에 신속·투명한 정보공개를 당부했다.

    정부가 계속 우왕좌왕하며 입을 닫을수록 국민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언제쯤이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겠다"(지난달 30일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던 약속을 지킬지 국민의 관심이 크다.